[아주로앤피] 윤석열 정부에서 민감한 사안으로 꼽히는 김건희 여사 및 채상병 의혹 수사가 완결된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파편화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통화 내역 일부를 확보했지만 기소권이 없어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채상병 사건’ 관련해 법원 영장을 발부 받아 지난해 7~8월 윤석열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 통화내역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휴대전화 통신 영장을 3차례 기각당한 끝에 지난달 겨우 영장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 무렵 채모 해병대 상병이 수해 지원에 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려 강 하구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초동 수사를 진행해 임성근 해병1사단장(소장) 등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했지만 대통령실 등이 개입해 임 소장 등을 제외하고 피의자를 축소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윤 대통령은 해병수사단의 채상병 기록 이첩 때 이종섭 국방장관과 개인 휴대폰으로 3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기록이 회수돼 임 소장 등이 피의자에서 빠졌다.
이 때문에 현직인 윤 대통령의 통화내역을 확보한 것은 진일보한 수사로 평가된다. 그러나 곧바로 공방이 벌어졌다. 문제는 공수처가 대통령에 대한 공소제기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가 기소할 수 있는 대상 공직자는 대법원장, 대법관,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뿐이다. 나머지 고위공직자는 수사만 할 수 있고 결과물을 서울중앙지검에 넘겨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다.
당장 “기소도 못할 수사기관이 현직 대통령의 통화 내역을 들여다보겠다며 영장을 받는 게 적절하냐”는 문제제기로 이어지고 있다. 실무적으로도 결국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해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올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것이란 우려탓에 제한적인 기소권만 부여한 것이다. 그럼에도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개혁 대상’인 검찰은 못 믿겠다며 공수처에만 고발을 진행하다시피 하니 이런 ‘불완결적’ 수사 형태가 반복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했지만 법안 발의까지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에 가로막혀 특검은 성사되지 않고 있다. 공수처에 수사권만 있고 기소권이 없다면, 야당엔 법안처리권만 있고 재의권은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사실상 진척이 없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엄정한 수사”를 언급했지만 본류인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지휘권이 없기에 이 총장 또한 반쪽짜리 권한뿐이다.
이 또한 ‘자승자박’에 가까운 이 총장의 태도에서 비롯됐다. 지금까지 김 여사 의혹은 크게 두 갈래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이른바 디올백 수수 사건이다. 이 중 디올백 수수는 대가성이 없고(뇌물죄) 배우자의 신고 의무도 없어(청탁금지법 위반) 기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건 법조계에서 상식에 속한다.
수사를 하려면 애초부터 제기된 도이치 주가조작 부분인데, 이 총장은 그 동안 2020년 나온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수사지휘 배제’ 명을 받들어 2년간 ‘수사지휘권 없음’ 처리해왔다. 서울중앙지검이 이 틈을 타 김 여사를 ‘출장 조사’하는데 그쳤다.
김 여사 특검법 또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있다. 국민적 의혹은 해소되지 않는데 검찰, 공수처, 야당(특검) 어느 한 곳도 완전한 수사를 진행할 권한이 없어 수사 자체가 산산조각 난 형국이다. 물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전략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 검찰총장 후보자도 사건 해결 의지가 부족해보여 당분간 수사는 공전할 전망이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법무부 차관)는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배제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회복을 법무부에 요청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아직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게 적절치 않다”고 넘겼다.
검사들이 휴대폰을 경호처에 제출한 뒤 김 여사를 조사한 데 대해서도 “검찰 구성원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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