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만" "법안만" "소환만" 조각 난 김건희‧채상병 수사

홍재원 기자 입력 2024-08-13 15:47 수정 2024-08-13 20:46
  • 공수처, 최초로 현직 대통령 통화 확보

  • 대통령 기소권 없어 검찰에 종속 '한계'

  • 野특검 '거부권 벽', 檢총장 '지휘권 벽'

  • 심우정 "잘 하고 있어" 공전 이어질 듯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여름휴가 중인 지난 7일 부산 영도구 흰여울 문화마을을 찾아 외국인 관광객과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여름휴가 중인 지난 7일 부산 영도구 흰여울 문화마을을 찾아 외국인 관광객과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윤석열 정부에서 민감한 사안으로 꼽히는 김건희 여사 및 채상병 의혹 수사가 완결된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파편화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통화 내역 일부를 확보했지만 기소권이 없어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채상병 사건’ 관련해 법원 영장을 발부 받아 지난해 7~8월 윤석열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 통화내역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휴대전화 통신 영장을 3차례 기각당한 끝에 지난달 겨우 영장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 무렵 채모 해병대 상병이 수해 지원에 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려 강 하구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초동 수사를 진행해 임성근 해병1사단장(소장) 등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했지만 대통령실 등이 개입해 임 소장 등을 제외하고 피의자를 축소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윤 대통령은 해병수사단의 채상병 기록 이첩 때 이종섭 국방장관과 개인 휴대폰으로 3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기록이 회수돼 임 소장 등이 피의자에서 빠졌다.
 
이 때문에 현직인 윤 대통령의 통화내역을 확보한 것은 진일보한 수사로 평가된다. 그러나 곧바로 공방이 벌어졌다. 문제는 공수처가 대통령에 대한 공소제기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가 기소할 수 있는 대상 공직자는 대법원장, 대법관,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뿐이다. 나머지 고위공직자는 수사만 할 수 있고 결과물을 서울중앙지검에 넘겨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다.
 
당장 “기소도 못할 수사기관이 현직 대통령의 통화 내역을 들여다보겠다며 영장을 받는 게 적절하냐”는 문제제기로 이어지고 있다. 실무적으로도 결국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해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올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것이란 우려탓에 제한적인 기소권만 부여한 것이다. 그럼에도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개혁 대상’인 검찰은 못 믿겠다며 공수처에만 고발을 진행하다시피 하니 이런 ‘불완결적’ 수사 형태가 반복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했지만 법안 발의까지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에 가로막혀 특검은 성사되지 않고 있다. 공수처에 수사권만 있고 기소권이 없다면, 야당엔 법안처리권만 있고 재의권은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사실상 진척이 없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엄정한 수사”를 언급했지만 본류인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지휘권이 없기에 이 총장 또한 반쪽짜리 권한뿐이다.
 
이 또한 ‘자승자박’에 가까운 이 총장의 태도에서 비롯됐다. 지금까지 김 여사 의혹은 크게 두 갈래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이른바 디올백 수수 사건이다. 이 중 디올백 수수는 대가성이 없고(뇌물죄) 배우자의 신고 의무도 없어(청탁금지법 위반) 기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건 법조계에서 상식에 속한다.

수사를 하려면 애초부터 제기된 도이치 주가조작 부분인데, 이 총장은 그 동안 2020년 나온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수사지휘 배제’ 명을 받들어 2년간 ‘수사지휘권 없음’ 처리해왔다. 서울중앙지검이 이 틈을 타 김 여사를 ‘출장 조사’하는데 그쳤다.
 
김 여사 특검법 또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있다. 국민적 의혹은 해소되지 않는데 검찰, 공수처, 야당(특검) 어느 한 곳도 완전한 수사를 진행할 권한이 없어 수사 자체가 산산조각 난 형국이다. 물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전략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 검찰총장 후보자도 사건 해결 의지가 부족해보여 당분간 수사는 공전할 전망이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법무부 차관)는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배제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회복을 법무부에 요청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아직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게 적절치 않다”고 넘겼다.
 
검사들이 휴대폰을 경호처에 제출한 뒤 김 여사를 조사한 데 대해서도 “검찰 구성원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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