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답답해" 檢 재수사 '지휘' 속출…직접 압수수색 나서기도

이지은 기자 입력 2024-08-13 10:58 수정 2024-08-13 11:05
  • "무혐의 맞아?" 잇단 "警 부실수사" 눈초리

  • 형제 살인‧넥슨 집게손‧바디프랜드 등 재수사

  • 박성재 "수사권 조정 탓" 조지호 "문제 없어"

집게손가락 모양을 두고 일부 사용자들에게 남성 혐오 의혹이 제기된 넥슨의 게임 홍보 장면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집게손가락 모양을 두고 일부 사용자들에게 '남성 혐오' 의혹이 제기된 넥슨의 게임 홍보 장면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아주로앤피] 최근 검찰이 경찰에 잇따라 재수사 요청을 하면서 경찰의 '부실 수사'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021년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기 전에는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했다면, 조정 이후엔 경찰이 주도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면서 검찰이 사후 개입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법무부 통계를 보면 지난달 기준 처리 기간이 6개월을 넘어선 장기미제 사건이 전체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5~6%에 그쳤지만 조정 이후인 2021년에는 9.7%, 2022년에는 14%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송치된 이후 검찰이 보완수사 요청을 한 사건 중 경찰의 처리 기간이 3개월 이상 소요되는 사건의 비중도 40~60%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근 벌어진 '형제 살인사건'이 검찰이 개입해 결과가 극적으로 바뀐 대표적인 사례다.
 
형제 살인 사건은 지난 2022년 6월 충북 청주에서 형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남동생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당시 청주청원경찰서 소속이었던 A경장은 목격자와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지난해 7월 형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리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청주지검 형사2부(신도욱 부장)는 경찰의 수사 내용을 검토한 결과 ‘타살 가능성’을 언급한 국과수 부검 등을 토대로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찰에 재수사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경찰 전담팀은 당시 형이 살던 거주지 부근에서 한 이웃의 증언으로 형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고, 형의 자택에서 현장 감식을 벌여 비산 혈흔을 추가로 발견했다. 검찰은 결국 지난달 형을 구속 기소했다. 묻힐뻔한 살인 사건이 검찰 재수사 요청으로 전모를 드러낸 셈이다.
 
이 과정에서 A경장이 검찰의 추가 보완수사 요청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지만 마치 진행한 것처럼 수사보고서를 허위로 꾸민 사실도 드러났다. 충북경찰청은 A경장에 대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자체 감찰을 벌여 징계도 병행할 예정이다.
 
넥슨 게임 홍보 영상에 '집게손'을 그리지도 않았는데도 무차별 명예훼손을 당한 여성 작가가 피의자들을 경찰에 고발했지만,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 수사가 종결될뻔한 이른바 '넥슨 집게손 마녀사냥 사건'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2부(박윤희 부장)는 지난 9일 해당 사건을 불송치한 서울 서초경찰서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피의자들이 모욕적이고 성적수치심을 일으킬만한 게시물을 올리거나 전송한 점을 고려해 봤을 때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집게손 사건은 넥슨의 게임 홍보 영상에 남성 혐오 상징인 '집게손'을 그렸다고 지목된 여성 작가를 피의자 35명이 인신공격 등 무차별적으로 모욕하고 신상정보를 공개한 사건이다. 그러나 실제 그림을 그린 사람은 4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서초경찰서에 피의자들을 고소했고 경찰은 이에 따라 명예훼손, 모욕, 스토킹범죄처벌법,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를 진행했으나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해당 사건을 불송치 처리한 기존 수사팀은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한 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담당 수사팀을 변경해 공정하게 재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경찰 재수사 요청과 함께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선 사례도 있다. 지난 4월, 경찰은 무혐의로 종결했던 사모펀드 한앤브라더스의 업무상 배임 혐의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나섰다. 한앤브라더스와 스톤브릿지가 안마의자 회사인 바디프랜드의 경영권을 공동으로 인수한 뒤 한앤브라더스의 한모 회장이 바디프랜드와 자회사B사에서 각각 연봉 4억9500만원과 4억9900만원을 챙겨 과도하다는 게 스톤브릿지 측 주장이다. 스톤브릿지는 한 회장 등 3명을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서울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당초 경찰은 한씨가 B사에서 적절한 경영활동을 했고, 보수를 과하게 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이일규 부장)는 경찰이 B사 등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경찰에 보완 수사 지시를 내렸다.
 
검찰은 별도 범죄 혐의를 포착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직접 서울 강남구 소재 바디프랜드 본사를 이틀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법무‧검찰은 이런 재수사 및 결과 번복이 검경 수사권 조정의 부작용이라고 본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수사권 조정으로 많은 국민들이 지연된 수사와 재판으로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며 "검수완박을 거치며 범죄 대응역량이 약화된 만큼, 앞으로 바람직한 형사사법 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조지호 경찰청장은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실제 사건 처리 건수도 많이 늘었고, 지난해 1월 고소·고발 반려제도가 없어지며 고소·고발이 4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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