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약관 해석 원칙도 다시 확인했다. 약관은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목적과 취지를 고려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개별 당사자의 의사가 아니라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조항은 문언뿐 아니라 전체적인 논리적 맥락 속 의미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도 했다.
사건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인 원고가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교통사고를 당한 뒤 가해자 측 자동차보험회사로부터 향후치료비 등을 포함한 보험금을 받고 합의한 후, 공무원연금공단에 그 향후치료비 상당액의 기지급 공무상요양비를 반환하고 다시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하면서 불거졌다.
문제가 된 공무원단체상해보험계약의 실손의료비 특별약관은 피보험자가 국민건강보험법 또는 의료급여법을 적용받는 경우 실제로 부담한 금액의 80%를, 이를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실제 부담 입원의료비의 40%를 보상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또 자동차보험에서 보상받는 의료비는 원칙적으로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고 있었다.
원심은 가해자 측 자동차보험회사로부터 지급된 향후치료비 명목의 돈이 특별약관상 의료비가 아니라 합의금이라고 보고, 원고가 공무원연금공단에 이를 반환함으로써 같은 금액 상당의 입원의료비를 실제로 부담하게 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특별약관상 80% 범위에서 보험금 지급의무를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봤다. 특별약관의 문언과 의미, 공무원연금공단 급여 관련 법령, 보험목적의 성질 등을 종합하면 해당 약관은 공무상요양비 중 관계 법령에 따라 정당하게 산정돼 피보험자 본인이 최종적으로 부담·지출하는 부분을 담보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제3자가 이미 같은 사유에 관해 손해를 배상했다는 이유로 공무원연금공단이 지급하지 않는 부분은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부분으로 볼 수 없고, 공단이 이를 뒤늦게 반환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특히 가해자 측 자동차보험회사로부터 받은 합의금 중 향후치료비는 원고의 치료비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 지급된 것이므로, 원고가 그 상당액의 공무상요양비를 공무원연금공단에 반환했더라도 이를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부분이나 보험계약에서 보상하기로 한 손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향후치료비 상당액 반환에 따른 보험금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나머지 상고는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실손의료보험 약관 해석에서 중복 보상 구조와 피보험자의 최종 부담 여부를 어떻게 볼지에 관한 기준을 다시 확인한 사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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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호 기자 khky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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