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리걸테크(Legal-tech)' 바람이 국내 대형로펌에도 불고 있다. 그동안 변호사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로 ChatGPT(챗GPT) 등 기존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 데 그쳤던 로펌들이 자체적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해 의뢰인들에게 제공하는 등 AI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로펌들이 잇따라 법률 AI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일반적인 법률상담 뿐만 아니라, 각 로펌마다 특화된 분야의 전문적인 AI 상담을 제공하거나 단순 글 답변 외 관련 동영상을 결과로 보여주는 등 개성과 차별성을 갖춘 AI를 내세워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로펌들은 자신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소속 변호사들의 서면 자료 등을 데이터베이스(DB)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로펌 중 최초로 AI 기반 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한 곳은 법무법인 대륙아주다. 대륙아주는 지난 3월 'AI 대륙아주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바일과 PC웹에서 이용할 수 있어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24시간 '즉문즉답(卽問卽答)' 형식의 법률 상담이 가능하다.
'AI 대륙아주'는 대륙아주가 축적한 법률 데이터를 기초로 한다. LLM(언어모델) 기반의 리걸테크 벤처기업인 넥서스AI가 네이버의 초거대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개발했다.
뒤이어 법무법인 율촌이 이달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전문 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AI 검색서비스 'AI 중대재해'를 출시했다. 'AI 중대재해'는 율촌의 중대재해센터 TV 채널의 영상 콘텐츠를 DB로 학습한다. 율촌 중대재해센터 TV 채널은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기획 세미나부터 판결문 분석, 용어 설명, 자문 변호사들의 인터뷰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AI 중대재해' 서비스는 율촌이 개발한 딥러닝 기술이 결합된 알고리즘을 활용해 200여개의 고품질 영상 콘텐츠를 분석하고 사용자의 질문에 적합한 비디오 클립을 제공한다. 단순히 판결문이나 법령이 아닌 전문가들의 노하우와 전문성이 담긴 DB를 학습한다는 점에서 기존 법률 관련 AI 서비스와 차별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AI 중대재해' 검색창에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시스템이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하자 AI가 관련 영상 16개를 보여준다. AI가 질문에 관련된 부분을 바로 시청할 수 있도록 각 영상마다 재생 시작점을 자동으로 설정해주기 때문에 16개 영상들의 전체 내용을 일일이 보지 않아도 된다. 검색 결과 상단에는 사용자가 찾는 주제에 대한 요약 정보도 제공한다.
법무법인 바른은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바른빌딩 15층 강당에서 바른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선거법 분야 AI 챗봇'을 공개했다. 앞서 바른은 지난 4월 리걸테크 기업 로앤굿(대표 민명기)과 챗봇 구축을 위한 계약을 맺고 이번에 이를 공동개발 했다.
바른의 선거법 AI 챗봇은 로앤굿이 자체 DB를 구축하고 챗GPT와 결합해 개발했다. 선거법 AI 챗봇에는 1만건 이상의 선거법 관련 판례, 유권해석 등 공공데이터 뿐만 아니라 바른이 27년간 선거법 분야에서 축적해온 리서치 자료, 검토 의견서, 소장, 답변서, 준비서면 등을 학습시켰다.
바른은 AI 챗봇 공개와 함께 이날 시연회도 열었다. AI에 "국회의원 후보자가 선거 연설을 하고 있는 연설회장에서 계란을 던졌다면 처벌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자 챗봇은 2021년 10월 29일 선고된 판례를 언급하며 "계란을 던져 그 파편이 피해자에게 맞도록 한 행위가 선거의 자유를 방해한 것으로 인정됐다"는 정확한 답변을 내놨다.
또 "무소속 후보자가 특정 정당의 색상을 사용해 선거공보를 제작해도 되나요?"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특정 정당과 색상, 디자인을 통일시킨 선거 캠페인 자료를 제작해 처벌된 판례(대전고법 98노794)가 있다"고 답변했다. 답변에 걸린 시간은 10초도 되지 않았다. AI 챗봇은 이같은 답변을 근거로 고소장 또는 민원서류 초안도 작성했다.
이동훈 바른 대표변호사는 "AI챗봇을 통해 변호사들이 실무에서 업무 효율을 더 높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율촌 관계자도 "율촌만의 지식 DB를 구축하고 AI 기술을 결합해 응답의 정확성을 극대화했다"며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고객들이 방대한 정보를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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