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대재해법 피한 CEO, 에쓰오일 뿐이었다…"기업들 1년 넘게 정부·검찰 조사 받아"

  • 노동청 檢 송치 105건 중 유일 사례
  • 'CSO 방패론', 현재까진 사실과 달라
  • "e메일까지 수사…완전히 권한 넘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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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02 21:07
수정 : 2024-04-0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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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울산 울주군 온산읍 소재 에쓰오일 2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울산 울주군 온산읍 소재 에쓰오일 2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첫 2년 동안 당국의 문책에서 벗어난 최고경영책임자(CEO)는 S-OIL(에쓰오일) 대표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문제를 책임질 최고안전책임자(CSO)를 두려면 이사회 등을 통해 결재 등 전권을 넘겨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 법무법인 광장 집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난 2022년 1월부터 지난해말까지 2년 동안 중대재해 사건 발생은 총 512건이다. 이 중 고용노동부가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105건이었다. 검찰이 기소한 건 40건, 불기소 처분한 사고는 14건이다.
 
이 중 CEO가 수사 선상에 오르지 않은 경우는 2건 뿐이다. 1건은 오히려 그룹 회장이 실질적인 책임자로 지목돼 기소된 사례로, CEO가 아닌 임직원이 문책된 건 S-OIL 한 곳이다. 광장은 최근 개최한 '2024년 상반기 산업관계 대응 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울산 소재 S-OIL 온산공장에서는 지난 2022년 5월 알킬레이트(첨가제)를 생산하는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크게 다쳤다. 울산지검은 당시 재계의 예상과 달리, CEO인 후세인 알 카타니 당시 S-OIL 대표이사가 아닌 이 회사 CSO를 이 문제의 책임자로 특정했다. 검찰은 당시 "CEO가 외국인인 점, 안전 문제를 전적으로 CSO에게 위임해 그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물론 검찰은 나중에 CSO에 대해서도 안전 수칙 이행 정도 등을 감안해 중대재해법 위반으로는 불기소 처분했지만 105건의 사건 중 유일하게 CSO가 수사 선상에 올랐다. 
 
일각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돼도 CEO가 CSO를 방패로 내세워 처벌을 피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지만 적어도 첫 2년 동안에는 이런 현상은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장에서 중대재해팀을 이끄는 배재덕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실질적‧최종적으로 결정한 사람을 경영책임자로 특정하기 위해 각종 결재서류, e메일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CSO에게 경영책임자성을 부여하려면) “CEO가 아닌, 이사회 등 회사의 공식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안전보건 관련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 변호사는 또 “전결규정 등을 통해 그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권한 행사에 CEO가 개입하거나 CSO가 결정한 사항을 임의로 변경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명목상 CSO를 운영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권한을 공식 절차를 거쳐 부여하라는 조언이다.
 
한편 광장 분석으로는 중대재해사건 발생에서 검찰의 기소까지 평균 374.6일, 기소부터 1심 선고까지는 242.8일이 걸린다. 사건 발생에서 법원 최초 판결까지 따지면 총 617.4일이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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