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진의 異意있습니다] 배임죄 같은 소리 하고있네

'경영상 판단'에 배임죄 묻지 말라고 주장하던 자들은 어디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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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아주경제][[그래픽= 아주경제]]


[아주로앤피]

필자가 과거에 근무했던 어떤 종교방송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회사의 재단이사장이던 Y스님은 회사로 입금된 경기도문화재단의 지원금 3억원을 빼내 자신이 운영하던 0000교류재단으로 넘겨 버렸다.
경기도문화재단은 경기도내 불교문화재와 관련된 도록 등 영상기록을 제작하는 대가로 3억원을 지원한 것이었지만, 아무 상관도 없고 실체조차 불분명한 곳으로 돈이 넘어가 버린 것이었다.
사내에서 반발이 일었지만 Y스님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돈을 챙긴 0000문화재단은 그때까지만 해도 사무실이 어디인지도 불분명한 그야말로 '페이퍼 컴퍼니' 같은 곳이었다.


당시 참다못한 노조에서 검찰에 Y스님과 회사 경영진을 배임죄로 고발했다. 누가 봐도 명백한 불법이었고 부당한 일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법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년이 넘는 법정공방 끝에 Y스님과 경영진은 모두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마지막 무죄판결이 나오던 날 Y스님 쪽의 기고만장하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불법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노조가 고발을 했다'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핏대를 올렸다. 말 그대로 '적반하장'(賊反荷杖 : 도둑이 몽둥이를 든다)'

어처구니가 없었던 필자는 변호사들을 찾아가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비슷했다.

"원래 배임죄가 '원래' 그래"
배임(背任: 맡은 임무를 배신함)죄란, 타인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이 그 임무와 책임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여 자신이나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주고, 사무를 위탁(위임)한 자에게 손해를 끼친 행위를 말한다. 

그러니까 회사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다른 회사나 고객, 혹은 거래처 등에게 이익을 주게 되면 배임죄가 되는 거다. 문제는 일이라는 것이 하다보면 뜻하지 않게 손해를 끼치게 되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란 점이다. 잘하려고 했는데, 일 이 생각대로 잘 안된 경우 말이다. 

그런 경우까지 처벌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 그래서 배임죄의 처벌은 고의로 손해를 끼친 경우로 한정되는데, '고의'라는 것이 또 입증하는게 쉽지 않다. 결국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합리적으로 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행위는 배임죄의 올가미를 벗게 된다. 

일반직원의 경우, 일정한 규칙이나 지침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에 따르지 않은 경우에는 배임죄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체징계를 내릴 수도 있는데, 사장이나 대표, 기관의 장 등 고위직으로 올라가게 되면 거의 대부분의 행위가 법령상 판단기준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진다. 

달리 말하면, 상위직으로 올라갈 수록 외견상 명백해 보이는 '배임'이라도 실제로 배임죄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회삿돈 몇억원을 빼내서 다른 단체에 주는 것이 어떻게 무죄란 말이에요?"
필자의 항변에 변호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판결이 좀 심하긴 하네'라고 동조해줬다. 하지만 어떤 변호사는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기준이 있는데, 아무리 이상한 행위라고 해도 경영상 판단이라고 인정되면 무죄가 되죠"라고 마지막까지 설명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몇 백억원씩 날려먹은 대기업 총수들도 배임죄로 기소되지만 결국엔 모두 다 풀려나요"
도무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나에게 변호사협회 대변인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어느 대기업 총수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거의 1천억원에 가까운 배임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지만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배임죄 전체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요즘 대장동 사건을 두고 많은 언론들이 배임죄를 거론하고 있다. 적용이 당연하고 적용이 안된다면 그건 수사가 잘못된 것이라는 식이다. 당장 구속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공소장에 배임이 빠진 것을 두고서 '수사를 잘못했네 어쩌네'하는 말이 많다. 야당에서는 22일 대검찰청으로 쳐들어가 시위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솔직히 웃겨 죽겠다. 언제는 '배임죄가 기업활동을 죽인다'며 '경영상 판단은 배임죄 적용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라고 핏대를 올렸던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었는데 말이다. '경영상 판단'이라는 법리는 상당부분 판례에 반영돼 배임죄 적용범위가 대폭 축소됐지만 더 줄여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난무했었다. 그 결과 배임죄는 이제 거의 사문화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그런데, 대장동 사건에는 굳이 배임죄를 적용해야 되겠다고? 그걸 안하면 부실수사라고? 에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