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앤피이슈] “아청법 개정됐지만 경찰 관행은 여전”

십대여성인권센터, 혜화경찰서 소속 경찰관 고발

성매매 아동·청소년은 ‘성착취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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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한 인권단체가 아동·청소년 온라인 성매매를 알선한 인물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했다며 경찰관을 고발했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서울 혜화경찰서 소속 성명불상의 경찰관을 직무유기·직권남용·공용서류손상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고발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아동 A양 등은 지난해 12월 온라인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성매매 알선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하면서 회유·위협·강요를 통해 이를 수용하게 한 B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A양은 연락을 끊으려 했지만 지속적으로 스토킹하고 욕설을 하는 B씨가 너무 무서워 유사한 방법으로 피해를 당한 또 다른 피해자 C와 함께 경찰서를 찾았다.
하지만 경찰서에서는 미성년자임을 확인하고 성착취 피해 정황을 인지했음에도 피해아동에게 진술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담당 경찰관은 B씨와 분리조치 하는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게다가 사건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않은 채 합의를 종용함은 물론 B씨로 하여금 돈을 갚겠다는 각서를 쓰게 하고, 다른 피해자 C가 제출했던 고소장을 파기한 후 이들을 그냥 돌려보냈다.

이에 센터는 △직무유기 △직권남용 △공용서류손상 혐의로 해당 경찰관을 고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매매 알선자를 수사하지 않고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선 직무유기, 피해아동 A양과 성매매 알선자 B씨 사이에 합의를 종용하고 또 다른 피해자 C가 제출한 고소장을 파기한 점에 대해선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됐다. 고소장 파기에 대해선 공용서류손상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지난해 4월 30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성매수 범죄에 이용된 아동·청소년은 모두 ‘피해자’로 보호받게 됐다. 시민단체가 성매수 범죄에 이용된 아동·청소년을 성매매에 가담한 것으로 규정하는 법률을 개정하자고 요구한 지 10년만이다. 개정안은 성매매에 유입된 아동을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이들에게 보호처분을 선고하는 규정을 폐지했다.

센터 관계자는 고소장은 통해 “개정된 ‘아청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수사기관들은 법이 개정된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여전히 잘못된 수사방식과 관행을 고수함으로써 피해 아동·청소년들이 법적·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서는 이미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상담한 피해아동 외에도 유사한 사례가 여러 경로를 통해 잇따라 제보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본 사건을 명백히 성매매에 알선된 피해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보지 않는 수사기관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로 규정해 수사기관과 경찰을 상대로 고소·고발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센터 측에 따르면 조만간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자 범죄 수사기관과 수사관에 대한 온라인 제보 채널을 개설하기로 했다. 일정기간 수사기관과 수사관에 대한 제보를 받고 내용을 확인해 불법행위가 명확한 사건은 센터 법률지원단 소속 변호사들과 고발조치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