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판검사 vs 野 민변' 법조인 지도부 대결 "막말 잔치 더 심해질라"

남가언 기자 입력 2024-08-19 16:24 수정 2024-08-19 17:17
  • 한동훈‧장동혁‧김재원, 이재명‧전현희 각 포진

  • 尹 대통령 포함 대선 주자급과 '3각축' 이례적

  • "입법 안하고 싸움만" 무용론 속 "협치" 주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에 각각 법률가가 당선됐다. 검찰총장을 지낸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하면 여‧야‧정 지도자가 모두 법률가인 이례적인 상황이다. 그것도 현직 대통령이거나 유력 대선주자급이다.
 
특히 정부‧여당 지도부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전관' 출신들이, 야당 새 지도부엔 진보 성향의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입성해 법안을 둘러싼 이념대립이 더욱 깊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전날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서 최종에서 85.40% 득표율로 당선됐다. 민주당 대표 선거 역대 최고 득표율이다.
 
이 신임 당대표는 1995∼2000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직을 맡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대표 연임에 성공했다. 이 당대표와 함께 민주당 새 최고위원에는 김민석·전현희·한준호·김병주·이언주 의원(득표순)이 각각 선출됐다.
 
이번 민주당 새 지도부에는 '민변 출신'이 두명 포함됐다. 이재명 대표부터 민변 출신이다. 이 대표는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89년 민변에서 국제연대위원을 역임했다. 두 번째 높은 득표율로 최고위원에 선출된 전현희 의원도 1996년 제38회 사법시험 출신으로 2001년 민변에서 환경위원 및 여성복지위원 등을 맡았다. 인권변호사들의 모임으로 시작한 민변은 법조계의 대표적인 진보적 법률가 모임이다.
 
보수적 성향의 '전관 출신'이 대거 포진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비된다. 앞서 지난달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62.8%의 과반 득표로 한동훈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됐다. 최고위원에는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 후보가 선출됐다.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한 대표는 일선 검찰청과 대검찰청, 법무부 등 검찰 요직을 두루 거쳤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는 첫 법무부 장관에 발탁됐다. 김재원 최고위원 역시 1994년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부산지검,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재직하다 정계에 입문했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판사 출신이다. 2001년 제4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장 최고위원은 대전지법 판사, 인천지법 판사, 서울중앙지법 판사 등을 거쳐 광주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퇴임했다.
 
법률을 제정하는 입법기관인 국회에, 그것도 여당과 거대야당 지도부에 법조인 출신들이 다수 자리잡으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물론 형식적으로 정당 지도부가 입법을 직접 관할하지는 않지만 원내 전략에도 무시 못할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선 법률 전문가인 여야 지도부인만큼 민생 법안 필요성에 의견을 모으고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한 대표와 이 대표는 회담을 제안하며 양자 회동 추진에 뜻을 모으고 있는 등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양당 대표가 법조인 출신들인만큼 법률 공백으로 인한 문제나 국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법 개정의 시급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당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양당 지도부가 각각 민변 출신과 전관 출신들로 나눠지면서 특유의 ‘거센 입담’을 내세운 이념대립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미 22대 국회가 문을 연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방송4법',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을 놓고 국회가 갈라지면서 여야가 합의 처리한 법안이 없는 상태다.
 
오히려 강성 발언이 지지층에서는 더 호응을 얻는다. 더불어민주당의 전현희 최고위원이 윤 대통령 부부를 ‘살인자’라고 말한 뒤 지지율이 급상승해 역전 당선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법조계 출신 의원이 국회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양대 정당의 이념적 갈등을 심화시킨다”고 분석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의 법조인 경력은 입법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가’ 논문에서 “법조인 경력과 월평균 법안 발의건수, 그리고 법안 통과율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그 관계가 반비례적인 특징을 보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정치인 충원 과정에서 보다 다양한 배경과 출신의 인사들을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0개의 댓글
댓글 더보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신고사유

0 / 200Byte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최신뉴스
많이 본 뉴스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