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법무차관→검찰총장 '직행' 김각영 후 22년 만…"'심우정 총장' 정치 중립 가능하겠나"

홍재원 기자 입력 2024-08-12 14:19 수정 2024-08-13 00:44
  • [※ 沈 "총장 중립 중요, 자리에 맞출 것" 추가]

  • DJ정부 때 마지막, 강금실 법무 이후 '금기화'

  • "어제까지 장관 지휘 받아"…민정수석 보필도

  • 총장 추천‧제청 부처 차관이 직접 총장직 나서

 
2002년 법무부 차관에서 검찰총장으로 발탁된 김각영 전 총장왼쪽과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재구성
2002년 법무부 차관에서 검찰총장으로 발탁된 김각영 전 총장(왼쪽)과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재구성]


[아주로앤피]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53·연수원26기)가 22년 만에 법무부 차관에서 총장으로 곧바로 이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어느 때보다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어서 이례적인 인사에 시선이 쏠린다.
 
심 후보자는 올초 법무부 차관에 임명돼 2월 취임한 박성재 법무장관을 보필해왔다. 그러다 지난 7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에서 ‘4배수’ 총장후보로 꼽힌 이후,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그를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했다.
 
12일 아주로앤피 확인 결과 역대 검찰총장 중 일선 고등검찰청장이나 대검 차장검사(고검장급) 등에서 검찰총장으로 지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 이원석 총장(27기·대검 차장→총장), 문무일 전 총장(18기·부산고검장→총장), 김수남 전 총장(16기·대검 차장→총장), 김진태 전 총장(14기‧대검 차장→로펌→총장), 채동욱 전 총장(14기·서울중앙지검장, 당시 고검장급→총장) 등이다.
 
문 전 총장 뒤를 윤석열 대통령이 이어받았는데 그는 검사장급으로 낮아진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고검장급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총장으로 ‘점프’한 희귀한 사례다. 문재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고 윤 대통령이 사법시험을 ‘9수’ 끝에 합격해 검찰 내에서도 기수보다 ‘체급’이 높다고 인정받는 등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임인 김오수 총장은 법무부 차관을 지냈지만, 퇴직하고 ‘공백기’를 거쳤다. 물론 이런 공백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공직이 법무차관이었다는 점에서 총장 직행 논란이 있었을 정도다.
 
진정한 법무차관→검찰총장 ‘직행’ 사례는 김대중 정부로 거슬러 올라가야 발견할 수 있다.
 
2002년 10월26일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와 수사관들이 한 용의자를 구타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다음달 이명재 당시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했다. 법무부 차관 발령 3개월 만에 김각영 총장(2기)이 검찰총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이듬해 노무현 정부가 탄생한 뒤 “노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에서 검찰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2003년 3월 취임 4개월 만에 사퇴했다.
 
현직 법무부 차관이 검찰총장이 된 건 김각영 전 총장 이후 22년 만인 셈이다. 사법연수원 출신 검찰총장 16명(심우정 후보 포함) 전체를 봐도 김각영·심우정 2명뿐이다.
 
한 검찰간부 출신 인사는 “법무부 차관이 고검장급이긴 하지만 검찰총장 후보로 잘 지명되지 않았다”며 “이는 노무현 정부 초대 법무장관이 된 강금실 당시 장관 이후 법무부와 검찰이 ‘한 몸’이 아닌 최초 사례가 나온 뒤부터 형성된 흐름”이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 따르면, 정권의 참모 부처인 법무부의 차관은 대통령의 참모이자 정책수행자 역할을 한다. 그러나 검찰은 법무부와 달리 권력도 수사할 수 있는 ‘정치 중립적’ 위상을 갖춰야 한다. 이 때문에 정권의 ‘스태프’인 법무차관을 중립 수사기관인 검찰의 수장에 잘 배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심우정 차관 총장 임명’은 윤석열 정부가 검찰을 다소 ‘정권 협조적’으로 관리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실제 심 후보자는 차관으로서 박성재 장관을 보필해왔다. 그는 검찰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법무부 검찰국에서 국장과 과장으로 함께 일했다. 대통령이 검찰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개의 통로인 민정수석과 법무장관 모두 심 후보자의 직속 상관이었던 셈이다. 심 후보자가 이런 역학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고 법조계는 본다. 실제 그 2개의 축이 결국 심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발탁된 배경이기도 하다.
 
법무부는 검찰총장을 포함해 검찰 인선에 영향을 미치는 주무 부처다. 이런 부처의 차관이 직접 검찰총장에 발탁되면 ‘자기 인사 자기가 했다’는 말이 나오기 십상이다. 검찰총장추천위에는 차관이 지휘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이 포진해 있기도 하다. 결국 대통령을 대신하는 장‧차관, 더 정확히 말해 장관은 안 되니 차관이 검찰총장 자리에 직접 뛰어든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최근 박성재 법무장관 등 대통령 측과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 수사 문제를 두고 충돌하는 등 검찰의 정치적 중립 우려가 쏟아지는 상황이어서 심 후보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심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고검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중립보다 정권과의 소통에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공직자는 각자 자리에서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검찰총장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관련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알고, 그 역할을 다 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전무곤 기획조정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준비단을 구성하고 청문회 준비에 나섰다. 총괄팀장은 장준호 대검 정책기획과장, 청문지원팀장은 김남훈 서울중앙지검 인권보호부장, 정책팀장은 문현철 대검 인권정책관, 홍보팀장은 이응철 대검 대변인이 맡았다.
 
한편 심우정 후보자의 가족도 관심을 모은다. 부친은 한때 충청권의 맹주로 불리던 심대평 전 충남지사다. 동생인 심우찬 변호사는 카카오에 최근 영입돼, 서울남부지검의 카카오 수사 및 공소유지와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

※법률전문미디어 아주로앤피의 기사를 직접 보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0개의 댓글
댓글 더보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신고사유

0 / 200Byte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최신뉴스
많이 본 뉴스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