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티메프 사태' 3차 압수수색…'재무 위기 인식 시점'이 수사 관건

이하린 기자 입력 2024-08-05 10:40 수정 2024-08-05 14:26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검찰이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티몬·위메프 사무실 등을 3번째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큐텐 그룹과 티몬·위메프 경영진의 '재무 위기 인식 시점'을 규명하는 것이 수사 핵심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반부패수사1부장)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강남구 큐텐테크놀로지, 티몬, 위메프 사무실 3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3차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재무·회계 자료를 확보 중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이원석 검찰총장의 전담수사팀 구성 지시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7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전담팀은 구성 사흘 만인 지난 1일 티몬 본사, 위메프 사옥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들은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의 서초구 자택을 비롯한 회사 경영진 주거지 3곳, 티몬과 위메프, 큐텐코리아, 큐텐 테크놀로지 등 관련 법인 사무실 및 사업장 7곳을 압수수색했다.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이사의 주거지도 포함됐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자료, 결재 문서와 보고서 등 내부 문건, 휴대전화 등 확보할 자료가 많아 압수수색은 2일까지 이어졌다. 검찰은 이틀간의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큐텐그룹과 계열사의 재무 상황 변동, 1조원대에 이르는 미정산 판매대금의 행방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는 티몬과 위메프가 현금 부족을 인지했음에도 입점업체와 계약을 유지하고 상품을 판매했다면 상대방을 기망하고자 하는 고의가 충족돼 업체에 대한 형법상 사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환불이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도 이를 알리지 않고 판매를 계속했다면 구매자들에 대한 사기 혐의도 성립할 수 있다.

티몬과 위메프, 그리고 모회사인 큐텐은 자금이 부족한 상황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여러 정황 증거로 의심받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최근 선불충전금 '티몬 캐시'와 각종 상품권을 대폭 할인 판매했는데 이를 두고 단기 자금 확보를 위해 무리한 프로모션을 벌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상품권을 선주문 후 사용하는 방식으로,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인 영업 방식을 실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메프는 지난달 11일 판매대금 정산 지연 문제에 대해 "정산시스템 문제"라고 밝혔고, 큐텐도 같은 달 17일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한 전산 시스템 장애"라고 해명했다. 정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이미 사업이 중대한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폭탄 돌리기'식 사업 수명을 연장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구영배 큐텐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현안 질의에서 "이 문제는 어떤 사기나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니라 십수년간 계속적으로 이뤄진 누적된 행태"라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이어 "경쟁 환경이 격화되고 공격적으로 마케팅한 건 사실이다"고 하면서도 "대부분 돈은 가격경쟁을 위한 프로모션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머지포인트 사태' 당시 운영자들이 내놓았던 주장과 유사하다. 머지포인트 측은 지난 2022년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됐을 때 "아마존과 같은 기업도 초기 적자를 감수하면서 버틴 것"이며 "우리도 버텨가는 중이었는데 금감원과 일이 꼬이면서 갑자기 회사가 멈춘 케이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계속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에서 돌려막기식으로 사업을 운영했다고 판단해 경영진 두 명에게 징역 4년과 8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는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검찰은 티몬과 위메프가 새로 들어온 판매대금을 기존 대금 정산에 썼다는 점을 토대로 이들이 사업 중단 가능성을 언제부터 인식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이는 사기 혐의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검찰이 어느 정도로 입증할 수 있느냐에 따라 사기 혐의액이 1조원보다 증가하거나 감소할 수 있다.

또 검찰은 티몬·위메프의 판매자 이용 약관, 관련자 진술 등을 검토해 이들 회사가 수수료를 제외한 판매대금을 운용할 권한이 있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만약 판매대금을 정산에만 쓰도록 정해진 돈을 모그룹의 계열사 인수·합병(M&A)이나 자체 프로모션에 썼다면 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

큐텐은 지난 4월 티몬으로부터 해외 쇼핑몰 '위시' 인수 자금 명목으로 200억원을 빌렸는데, 류광진 티몬 대표는 이를 나흘 뒤에야 사후 승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로펌들은 티몬·위메프 대규모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로 인해 피해를 본 입점 업체와 소비자들과 함께 잇따라 '집단소송'에 나섰다. 

법무법인 린은 '티메프 사태 채권자피해 법률대응 센터'를 열고 피해 입점 업체의 채권 신고를 도왔다. 법무법인 대륜도 피해 입점 업체를 대리해 구 대표 등 4명을 사기 및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고, 법무법인 사유도 피해 업체를 대리해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29일 티몬·위메프의 회생 신청으로 민사소송의 실효성이 사라지자 피해자들은 검찰과 경찰에 구 대표 등을 고소하며 형사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회생 신청한 당일 법무법인 심은 티메프 소비자를 대리해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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