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여성'에 포항공대‧엔지니어 출신…'이숙연 대법관' 고심하는 까닭

남가언 기자 입력 2024-08-02 09:53 수정 2024-08-02 10:16
  • 포스텍수석 입학, IT 관련 석박사 학위

  • 법원 전산화 앞장, 특허법원서 맹활약

  • 공학도에 여성이기까지 "희귀한 이력"

  • 다양성 불구 자녀 '아빠 찬스'가 발목

 
이숙연 판사가 2006년 말하는 판결문 개발을 주도한 뒤 언론에 설명하는 모습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향상을 위해 시각장애인용 보이스 바코드를 판결문에 담는다고 인터뷰하고 있다큰 사진 작은 사진은 최근 모습 사진SBS 캡처 아주로앤피 재구성
이숙연 판사가 2006년 '말하는 판결문' 개발을 주도한 뒤 언론에 설명하는 모습.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향상을 위해 시각장애인용 보이스 바코드를 판결문에 담는다"고 인터뷰하고 있다(큰 사진). 작은 사진은 최근 모습. [사진=SBS 캡처, 아주로앤피 재구성]

[아주로앤피] “참 희귀한 경력의 소유자여서 대법관 다양성에는 그만인데….”
 
‘아빠 찬스’ 주식투자 자녀 문제로 대법관 임명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숙연 후보자에 대해 법조계 인사들이 하는 말이다.
 
국민 정서를 감안하면 당장 낙마시켜야 할 수도 있지만 여야 정치권이 이 후보에 대한 처리 여부를 여전히 고심하는 것도 이런 부분 때문이다.
 
2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인천 출신인 이 후보는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포항공대(현 포스텍) 개교 첫해인 1987년 학교 전체 수석으로 산업공학과에 입학했으며 1991년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입사했다.
 
그러나 부산 방문 중 집회에서 경찰 채증 카메라에 잡혔고 이를 이유로 4개월 만에 포항제철에서 해고 당했다. 당시 포철 회장은 민자당 최고위원이던 박태준이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후 복직 소송을 홀로 진행해 승소하는 과정에서 법률에 처음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고려대 법대에 편입해 사법시험에 합격(연수원26기), 1997년부터 판사의 길을 걸었다.
 
전산 관련 석사, 정보보호 관련 박사 학위도 받았다. 2006년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할 때 정보화 심의관으로 일하며 법관업무 포탈을 처음으로 개발해 2007년 '법관통합재판지원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가 현재 고법급인 특허법원 판사로 일하는 것도 이런 이력과 무관치 않다.
 
만약 이 후보가 전세를 뒤집고 대법관 자리에 오르면 ‘AI’로 상징되는 정보화 내지 디지털 문제에서 전문성을 살릴 기회를 얻게 된다. 실제 그는 대법원 산하 인공지능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법관으로는 드문 ‘여성’이란 점도 여야를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이 1일 퇴임하면서 대법관 자리에 남성 2명과 여성 1명의 공백이 생겼다. 같은날 노경필·박영재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법관 자리를 채웠지만, 유일한 여성 후보자였던 이숙연 후보가 낙마하면 대법관 자리에 여성이 2명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 후보는 단순히 성별만 여성일 뿐 아니라 실제 여성 관련한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민유숙 전 대법관, 신숙희 대법관 등과 마찬가지로 대법원 젠더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노정희 대법관은 퇴임식에서 ‘다양성’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여성’ 대법관도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법의 길 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사법부는 그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다룬다"며 "사법부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를 위한 헌법 정신을 모든 업무 수행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책무가 있고, 이를 위해 사법부 구성 자체에도 다양성의 가치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노 대법관은 자신을 '역대 148번째 대법관이자 7번째 여성 대법관'이라고 소개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여성으로서 7번째 운운한 제 말이 소소한 웃음거리가 되는 날이 가까운 시일 내에 오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현재 대법관 중 여성은 오경미·신숙희 대법관뿐이다.
 
한편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자녀의 ‘재테크’가 이숙연 후보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후보 장녀 조모씨(26)와 장남은 각각 8세와 6세 때인 2006년과 2007년 이 후보 남편(자녀의 아빠) 돈으로 남편 형제가 대주주인 비상장사 A고속 주식을 약 300만원에 각각 매입했다.
 
17년이 흐른 지난해 주식을 4100만원에 팔아 각각 13배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 당시 이 후보자도 주당 2만6000원에 2391주를 매입해, 지난해 사모펀드에 매각해 가족 전체가 얻은 시세 차익은 22억원이다. 12년 동안 가족 전체가 이 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만 7억7200여만원에 달한다.

이 후보의 딸 조씨는 19세 때는 아버지에게 증여받는 돈으로 아버지가 추천한 화장품 연구 개발업체 B사의 비상장사 주식을 800주를 1200만원에 사들인 뒤 지난해 5월 아버지에게 절반을 되팔아 6년만에 원금의 63배 가량인 3억8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조씨는 서울 용산구 효창동의 한 신축 다세대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이 후보자가 신고한 딸의 이 집의 가액은 7억7000만원이다. 조씨는 건물임대채무로 2억6000만원을 함께 신고했다.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이른바 '갭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
 
청문특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이 후보자는 약 90억원에 상당하는 많은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다. 장기간에 걸쳐 그렇게 많은 돈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강조해 온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이라며 “재산 관련 논란이 있을지라도 이를 상쇄할 만큼 기부행위를 한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청문특위의 요구로 제출한 추가자료에서 “후보자 지명 전 기부 약정 합계 53억1400만원, 청문회를 계기로 기부를 결정한 비상장주식 약 37억원으로 합계 90억원 정도 기부한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야당 간사인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 답변을 보면 아직도 국민적 불신을 회복하기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법관 후보자로서 솔직하고 성실한 답변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했다.
 
기부도 좋지만 ‘90억원’을 기부 또는 기부 약정하고 대법관 자리를 꿰차려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 후보자는 “(남편이) 늦게 얻은 딸의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마련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조급한 마음에 송구한 일을 했다”며 “중요한 시기에 (남편을) 원망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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