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국회 입법조사처가 “중립 안 지킬 거면 국회법을 고쳐라”며 우원식 국회의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입법조사처는 국회의장 직속 연구기관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최근 공개한 ‘국회의장의 역할 갈등: 중립적 중재자인가, 당파적 지도자인가?’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법이 상정하고 있는 이상적인 의장 모델은 실질적 권한도 강하지 않고 당적 이탈도 의무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영국 하원의장에 가깝다”며 “그러나 실제로는 매 국회마다 제2당이 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고 사퇴권고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은 현실을 수용해 다수당 대표형 의장 모델을 채택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의장의 당적 이탈 의무를 규정한 국회법 조문을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도록 되어 있는 의사운영과 관련된 조문들을 의장의 재량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법 제20조에 따르면,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되면 재직 기간 동안 당적을 가질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2년 국회법 개정을 통해 의장의 당적 이탈을 명시한 것이다. 당적 보유 금지 규정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6월 소속 정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이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 의장의 국회 운영이 편파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24일 '방송4법'을 본회의에 상정하는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도 추진했지만 부결되면서 최종 폐기됐다. 여야 합의 없이 국회를 넘은 법안이 많아지며 여당과 우 의장이 충돌했고, 이에 따라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 위반과 삼권분립 유린 발언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특히 방송4법을 두고 지난 25일부터 국민의힘이 4박5일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국회부의장은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을 법으로 규정한 이유가 있고, 지금이라도 충분한 여야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법률안과 의안은 처리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달라"며 "여야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숙려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사실 이는 예견된 일이다. 우 의장은 당내 의장 경선에서부터 “의장은 단순한 사회자가 아니다”라며 중립보다 민심을 따르겠다고 수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는 ‘이는 국회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그렇게 할 거면 법을 아예 고쳐야 한다’고 비판하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중립 의무를 명시해 영국식 ‘중립 의장’ 체계를 규정해놓았는데 실제론 자기 마음대로 당파성을 지닌 미국식으로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런 변화(국회의장 중립의무 폐기)는 전반적인 국회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국회와 행정부관계를 비롯해 여야 정당과 대통령의 관계 등 큰 틀에서 국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며 “정치권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도 국회 운영 방식의 변화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바꿔 말하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데 우 의장이 마음대로 국회법을 위반해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뜻이 된다.
하필 이 보고서를 내놓은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회의장 직속 기관이다. 국회입법조사처법을 보면 이 기관은 국회의장 소속하에 두고 처장은 국회의장의 감독을 받아 입법조사처의 사무를 통할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 다만 입법조사처의 직무에 관한 사항은 독립성이 존중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법무장관과 검찰의 관계처럼, 보고서 등 직무는 독립적으로 하되 국회의장은 처장을 지휘감독하는 형태다. 아무래도 의장을 비판하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보고서를 작성한 전진영 정치행정조사실 정치의회팀장은 아주로앤피 통화에서 “보고서 내용대로 이해하면 된다”며 “연구자로서 보고서 작성 때 국회의장 등 특정인을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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