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차 임신중단' 낙태죄 안되자 살인죄 적용…무법 상태서 처벌 '갈팡질팡'

남가언 기자 입력 2024-07-16 11:33 수정 2024-07-16 12:36
  • 낙태죄 헌법불합치 후 5년간 입법 공백

  • "36주면 독립생활 가능...무게 있게 수사"

  • '울음소리 들린' 낙태에 살인 유죄 판례

  • 뱃속 사산은 처벌 못해...'오락가락' 기준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아주로앤피] '36주차 낙태(임신중단)' 유튜브 영상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영상을 두고 '태아 살인'이라며 분노하는 여론이 들끓자 보건복지부는 경찰에 살인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인해 낙태 행위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어 살인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다만 살인죄 역시 낙태 시점에 따라 처벌 가능 여부가 갈릴 수 있어 5년간 대체 입법을 미뤄온 부작용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전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36주 된 태아를 낙태했다고 주장하는 영상에 대해 "36주면 자궁 밖으로 나와 독립생활이 가능한 정도라는 전문가 의견이 있다"며 "다른 일반적인 낙태 사건과는 다르게 무게 있게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20대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유튜브 채널에 임신인 것을 모르고 있다가 임신 36주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지면서 "사실상 살인 아니냐"며 논란이 됐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A씨와 수술한 의사에 대해 지난 12일 경찰에 살인죄로 수사를 의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과거 34주 태아를 낙태한 의사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판례를 참조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참조했다는 판례는 대법원이 지난 2021년 살인 및 사체손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의사에게 징역형을 확정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낙태 수술 중 살아 있는 상태로 태어난 34주 태아를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한 혐의를 받는 의사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수술에 참가한 의료진 등이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한 점 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에서도 낙태한 시점에 따라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해당 영상에서 유튜버는 개복 수술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이 주장대로 뱃속에서 낙태한 것이 아니라 분만 후 낙태라면 살인죄가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물론 경찰이 해당 영상 속 여성과 의료진 등을 특정해야 수사도 가능하다.
 
다만 A씨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와 별개로 국회가 하루빨리 법을 개정해 입법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뱃속에서 낙태돼 사산하는 경우는 여전히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우리나라 형법은 '진통설'을 취하고 있어 진통이 있거나 분만이 개시된 이후 태아를 죽이면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다"며 "임신 30주 이후 낙태는 주로 제왕절개 방식으로 하는데, 영상 속 유튜버가 낙태를 할 당시 아이가 잠깐이라도 살아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애매모호한 처벌의 경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인한 입법 공백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형법상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뒤 대체 법안이 마련되지 않아 입법 공백이 생긴 상황이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2020년 말까지 국회에 법을 개정할 것을 명령했지만 학계와 정부, 국회 등에서 임신 14주, 임신 24주, 전면 허용 등 낙태 허용 기준을 두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입법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결국 현재 낙태 자체는 처벌할 수 없다. 모자보건법상 임신 24주를 넘어가는 낙태는 불법이지만 형법상 처벌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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