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로앤피] 전현직 대법관을 비롯한 법조계 인사들이 자리한 곳.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바이올린 선율만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단상에 서서 눈을 감은 채 능숙하게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연주자는 권영준 대법관이었다. 이날 권 대법관은 영국의 작곡가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연주하며 "제가 결혼할 때 (신부를 위해) 직접 연주했던 곡"이라고 소개했다. 권 대법관의 연주가 끝나자 청중들 속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권 대법관의 무대가 된 곳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민사실무연구회 창립 50주년 기념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바이올린 연주를 뽐낸 권 대법관과 회장인 서경환 대법관을 비롯해 신숙희 대법관, 변재승·김용담·박일환·양창수·민일영 전 대법관 및 변호사, 교수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민사실무연구회는 1974년 7월 방순원·이재성·김상원·윤일영·박우동 전 대법관과 이시윤 전 헌법재판관이 만든 판사들의 연구 모임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변호사와 법학자에게도 모임을 개방하며 규모가 커졌고, 현재는 회원 수가 780여명에 달하는 법원에서 역사가 가장 깊은 모임이 됐다.
이날 제11대 회장을 지낸 김용담 전 대법관은 "법이 존재하는 한 사법에 대한 도전 또한 그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법을 무시하고 재판을 압도하려는 세력의 기세와 횡포가 이전보다 거칠어졌다고도 느껴 외부의 압력에 휘둘리지 않으며 용기 있고 올바르게 재판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와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오늘 연구회가 당면한 문제로, 연구회 회원들이 지혜와 용기를 가꿔 응답해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변재승 전 대법관은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창의성이 더 중요해질 것이며 AI가 대체할 수 없는 소통과 공감이 급격한 변화에 필요한 대처가 될 것"이라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 지난 50년 성과 못지 않은 법률문화를 이루길 바란다"고 전했다.
5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축사와 격려에 이어 제13대 회장을 지낸 양창수 전 대법관이 민법 개정 작업과 관련해 강의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의 시선을 가장 끈 것은 기념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한 권 대법관의 바이올린 연주였다.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서경환 대법관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작은 연주회'에서 권 대법관은 타이스의 '명상곡', 엘가의 '사랑의 인사', 영화 시네마천국 OST '사랑의 테마' 등 총 3곡을 연주했다.
어린 시절부터 바이올린을 배워 대구 청소년교향악단 단원으로도 활동한 이력이 있는 권 대법관은 이미 법조계 내에서 출중한 연주 실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을 떠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던 때에는 강의 시간에 종종 학생들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주며 큰 인기를 끌었다는 일화도 있다.
권 대법관과 서울대에서 함께 근무한 양창수 전 대법관은 "(권 대법관이) 얼굴도 잘 생겼는데 강의도 잘 하고 바이올린까지 연주하면 다른 교수들은 어떻게 하냐는 얘기들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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