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뜻대로 된 '채상병 수사'…尹, 9일 미국서 특검 '원격 거부권'

남가언‧이지은 기자 입력 2024-07-08 16:50 수정 2024-07-08 16:54
  • 경찰, 해병 사단장 '무혐의' 처분...여론 촉각

  • 野 "특검 수용해야" 불구, '신속한 거부권' 방침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13일 오전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서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기 전 취재인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서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기 전 취재인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경찰이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소장)에 대해 검찰 불송치를 결정했다. 경찰은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수색 지침 변경'을 꼽았는데, 임 전 사단장이 여기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채상병 사건에서 여론 악화의 '키맨' 중 한 사람인 임 소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여론 향배에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9일 곧바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8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고발된 임성근 소장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해병대 채모 상병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 구명조끼도 못 입고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순직했다. 임 소장은 이 사고와 관련해 같은해 8월 포병대대 7본부(제7포병) 대대장 이용민 중령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에 의해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하지만 경찰은 임 소장에게 채상병 사망사고와 인과관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일 수색 지침은 '수중이 아닌 수변에서, 장화 높이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지만, 사고 전날인 지난해 7월 18일 오후 9시 30분께 포병여단 자체 결산 회의에서 대대장 중 선임인 제11포병 대대장이 사실상 수중 수색으로 오인케 하는 지시를 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제11포병 대대장은 "내일 우리 포병은 허리 아래까지 들어간다. 다 승인받았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임 소장이 제11포병 대대장과 직접 소통하고 지시하는 관계가 아니었다는 점, 제11포병 대대장이 임의로 지침을 변경할 것을 예상할 수 없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임 전 사단장이 이 부분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봤다.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부대원들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작전통제권을 가졌던 육군 50사단장을 방해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임 소장이 "수변으로 내려가서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라"는 등 여러 수색 지시를 하거나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언론의 의혹에 대해서는 군사교범상 집중수색 방법으로 문제가 없고 당시 작전통제권이 없었기 때문에 임 전 사단장을 책임자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은 "월권행위에 따른 내부적인 징계나 인사상 불이익 조치 등의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직권남용죄가 성립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인 말단 간부 2명에 대해서도 이들에게 안전통제 임무가 주어지지 않은 점, 병사들과 같이 수색대원으로 수색 활동을 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경찰은 해병대 1사단 신속기동부대장인 7여단장, 제11·7포병 대대장, 7포대대 본부 중대장, 본부중대 소속 수색조장, 포병여단 군수과장 등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송치하기로 했다. 

특히 7여단장은 회의 결과를 조금 더 상세하고 정확히 설명 및 지시했어야 하며, 기상상황과 부대별 경험을 고려해 작전 배치를 하는 등 세심한 관리 감독이 있음에도 소홀히 했다고 봤다. 제반 사정 미비는 임 전 사단장이 아닌 7여단장에게 모두 적용됐다.

또 11포병 대대장이 사실상 수중수색으로 오인케 하는 지시를 임의로 함으로써 포병여단 수색작전에 혼선을 주는 등 위험을 창출했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경찰이 발표한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 "임성근 구하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이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을 앞두고 영상과 사진 촬영, 녹음까지 모두 불허한 것을 두고도 "경찰 스스로도 수사 결과가 부끄러운 것"이라고 질책했다. 경찰은 브리핑 직전 진행 중인 사건도 아닌 최종 수사 결과를 비공개 브리핑으로 돌린 것은 이례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일부 공개 브리핑으로 전환했다.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사단장 대신 뜬금없이 7여단장, 7여단장참모를 희생양으로 삼아 임성근으로부터 눈을 돌리려는 것"이라며 "채상병이 순직한 지 1년이 되는 시점에 내놓은 수사 결과는 참담하다. 수사 외압은 현재진행형이고 경북경찰청 또한 그 수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도 "경찰 스스로도 수사 결과가 부끄러운지 브리핑 촬영을 불허하고 비공개로 진행하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내놨다가 거센 비난 속에 일부공개 브리핑으로 전환했다"며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7여단장의 관리감독 소홀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도, 이와 대조적으로 그 윗선인 임 소장은 법원의 판단을 받을 기회를 아예 차단한 것에 대해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경찰은 브리핑에서 "내부 논의 과정에서 비록 7여단장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채상병) 사망과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그러나 책임유무에 관한 법원 판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이에 대해 "권한 밖 지시도, 현장 지도도, 질책과 압박도 모두 사실로 인정해놓고 교묘하게 법리를 틀어 임 소장이 법원의 판단조차 받을 필요 없다는 결론을 만든 경찰은 오늘의 일을 반드시 책임질 날이 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더불어민주당도 강하게 반발하며 특검법 수용을 재차 촉구했다. 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TF는 "경찰이 수사기관인지 임성근의 변호인인지 모를 지경"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수사 결과를 보고 국민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면 그때는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고 분명하게 국민 앞에서 말했다"며 "경찰 수사 결과까지 이렇게 나온 이상 더이상의 핑계는 소용 없다. 당장 특검법을 수용하라"고 주장했다.

박정훈 전 해병수사단장(대령)은 당초 임성근 소장을 포함해 피의자를 특정, 경찰에 이첩했다. 그러나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이 이를 회수해온 뒤 임 소장 등 일부를 제외한 뒤 다시 이첩해 논란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부당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특검의 핵심 수사대상이다. 

하지만 경찰 수사에서 임 소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대통령실 뜻대로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곧바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도 요청이 있었고, 위헌성이 더 강화된 특검법안이 넘어왔다"며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 요구를 결정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9일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의결하고 윤 대통령이 미국에서 전자 결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윤 대통령은 5월 21대 국회를 통과한 1차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한 차례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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