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도 공익재단 동참하라"는 조현문…'안 한다' 하기도 어려운 효성 '딜레마'

남가언 기자 입력 2024-07-05 15:42 수정 2024-07-05 15:54
  • "상속재산 전액 사회 환원" 깜짝 선언 불구

  • 조현문, "유언장 납득 어려워" 소송 불씨도

  • 경영권 다툼 지적엔 "불법‧비리 문제 제기"

  • 효성 "가족 평화 환영", 재단·지분엔 '침묵'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에서 열린 유산 상속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에서 열린 '유산 상속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형제의 난'으로 가족과 의절한 효성가(家)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상속 재산을 전액 사회에 환원하며, 효성 경영권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선친의 유언장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또 다른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전 부사장은 5일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친(고 조석래 명예회장)이 물려주신 상속 재산을 한 푼도 제 소유로 하지 않고 공익재단을 설립해 여기에 출연하겠다"며 "공익재단 이름은 '아침 해의 빛'이라는 뜻을 담은 '단빛재단'이며, 공익재단 설립에 다른 공동상속인도 협조해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형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가족들과 갈등을 빚은 조 전 부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배제됐을 뿐만 아니라 가족과 의절했다.
 
하지만 앞서 지난 3월 별세한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형제간 우애를 반드시 지켜달라"며 '형제의 난'을 이어온 세 아들에게 화해를 당부하는 내용의 유언장을 남겼다. 조 명예회장은 조 전 부사장에게도 법정 상속인의 최소 상속분인 유류분을 웃도는 재산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조 전 부사장은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지금까지 일어난 형제간 갈등을 종결하고 화해를 이루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며, 그가 원하는 것은 '효성으로부터의 완전한 자유'임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효성 경영권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효성의 불법 비리에 대한 문제 제기를 '경영권 분쟁'으로 표현하는 것은 저의 진의와 전혀 무관하므로 오해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저의 가장 큰 희망은 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며 "이미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도 계열 분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제가 더 이상 효성그룹에 특수관계인으로 얽히지 않고 삼형제 독립경영을 하는 것 역시 선친의 유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으로 배석한 김재호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는 "회사를 떼 달라는 것이 아니라, 같은 회사에 형제 지분이 있으면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이 되기 때문에 그 지분들을 공정거래법상 계열 분리 요건에 맞게 (처분)해야 한다"며 "(조 전 부사장이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법인이 몇 개 있는데 이는 (상장 법인처럼)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지분이 아니니 형제들의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이 형제간 화해를 언급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라는 의미가 아니냔 해석이 나오면서 진행 중인 형사재판 향방이 주목된다. 조 전 부사장은 조현준 회장에게 "검찰에 비리를 고발하겠다"며, 자신이 회사 성장의 주역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라고 했다가 강요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화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같은 결심와 요청을 이미 법무법인을 통해 조 회장과 조 부회장에게 전달했으나 한 달이 넘은 이 시점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만약 형제들과 효성이 저의 진심 어린 요청을 거절하고 명확하게 답하지 않은 채 시간만 끈다면 저는 어쩔 수 없이 제게 주어진 모든 법적 권리를 포함해 저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전 사장이 선친의 유언장에 대해서도 "아직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유언장이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민법에서 정한 방식을 따라야 한다. 조 명예회장은 변호사 입회 하에 유언장을 작성하고 공정증서(공증)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져, 유언 효력을 다투려면 공증 절차와 유언의 내용에 흠결 있어야 한다. 조 전 사장이 추후 유언장의 법적 효력에 대한 하자를 지적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조 전 부사장은 "그동안 선친이 작성하셨다는 유언장에 대해 입수경로,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이를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유언집행인에게 몇 차례 질의했다"며 "유언집행인이 전해온 답변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며, 상속인 중 하나인 저로서는 현 상황에서 아직 유언 내용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조현문 전 부사장의 재단 설립 동참 요구나 지분 정리 협조 등의 언급이 효성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겉으로는 화해 요청이지만 구체적으로는 선친의 유산 정리방향에 대한 요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그룹은 "지금이라도 아버지의 유훈을 받들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가족들(조현준 회장·조현상 부회장)은 말로만이 아닌 진정성을 가지고 가족 간에 평화와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효성그룹은 '공익재단 설립 동참'이나 '상속 몫 계열사 지분 처분' 등 조 전 부사장의 요구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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