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법] '진짜 홀인원'…골프보험 사기의 진화

  • 홀인원보험 사기, 보험사기특별법에 해당
  • 최근 홀인원 후 가짜 영수증 처리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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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26 16:58
수정 : 2023-05-2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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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로앤피]

[사진=픽사베이]

골프에 푹 빠진 이들이 공통적으로, 간절히 소망하는 세 가지.
 
1. 홀인원(파3 이상인 홀에서 첫 샷이 홀컵에 들어가는 것) 2. 에이지 슈팅(18홀 기준 자기 나이와 타수가 같거나 적은 스코어) 3. ‘꿈에 그리는’ 코스 라운딩.

모두 만만치 않다. 그나마 확률적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쉬운 게 2, 3번일 듯하다.
 
가끔 언론에 화제성 기사가 나오는 2번의 예를 들면, 여든 살 어르신이 80타를 치는 거라 건강한 시니어 골퍼라면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백세 시대, 앞으로 ‘에이지 슈터’는 점점 더 많아질 거다.
 
3번도 그렇다. 자신이 꿈꾸는 코스, 인생 버킷리스트에 담은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못하란 법은 없다. 돈과 시간이 있거나, 여기에 더해 명예와 권력을 통한 ‘연줄’이 있으면 된다.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 코스인 안양베네스트CC도 그렇다. 매년 4월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도 갈수록 장벽이 낮아지고 있고 앞으로 점점 더 그 문이 넓어질 거다. 문턱이 높다고 하는 국내외 어느 골프장도 ‘멤버’와 동반 라운딩하는 게스트를 가려서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1번은 내 맘대로 안된다. 돈, 시간, 권력이 있어도 홀인원은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아마추어 골퍼는 1/1만2000번, 싱글 골퍼는 1/5000번, 프로 골퍼는 1/3500번이라고들 한다.
 
홀인원을 하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골프보험과 홀인원 사기
보험사는 통계와 확률에 의해 새로운 상품을 내놓는다. 업계에서는 홀인원 가능성을 0.008%(주 1회 라운딩 시 약 57년 만에 1번)로 본다.
 
2000년대 초반 손해보험업계에서 골프보험, 이른바 홀인원보험을 내놓았다. 초기에는 홀인원을 하면 500만원가량의 보험금을 주는 단순한 설계에서 시작됐다.
 
날이 갈수록 진화를 거듭, 보험에 가입한 골퍼가 홀인원 샷에 성공하면 기념품 구입, 축하 식사, 축하 재경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상해주는 등 특약이 다양해졌다.
 
요즘에는 한 라운딩당 1만원, 연 보험료 10만원대 등으로 가입비가 저렴한 상품도 많아져 더더욱 많은 골퍼들이 가입한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골프보험을 둘러싼 보험사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우미(캐디), 동반자와 짜고, 안 한 홀인원을 한 것처럼 꾸미는 건 ‘기본 중의 기본’ 수법이다.

요즘엔 홀인원을 하고 동반자와 캐디에게 감사 선물, 사례 등을 하지 않고 가짜 영수증으로 돈만 받아 챙기는 경우가 많다.
 
골프보험의 진화와 보험사기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형국.
 
◆보험사기 특별법으로 처벌
보험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특별법이 있다. 약칭은 보험사기방지법인데, 골프보험 사기도 여기에 해당한다.

제1조(목적) 이 법은 보험사기행위의 조사·방지·처벌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그 밖의 이해관계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보험업의 건전한 육성과 국민의 복리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보험사기행위”란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 또는 내용에 관하여 보험자를 기망하여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제8조(보험사기죄) 보험사기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보험금을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남부지법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혐의로 60대 남성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허위로 영수증을 발급받아 보험사 두 곳에서 홀인원 보험금 400만원을 수령한 혐의다.
 
그는 2017년 2월 13일 한 보험사에서 보장액 200만원 상당의 홀인원 보험에 가입했다. 그로부터 약 3일 뒤 홀인원 보험을 한 개 더 가입한 A씨는 같은 달 경기 용인시의 한 리조트 골프장에서 홀인원에 성공했다.
 
그는 보험금을 받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근처 아웃렛을 찾아 쇼핑에 나섰다. 홀인원 관련 물품을 구입을 했다며 70만~189만원짜리 구매 영수증을 3차례에 걸쳐 발급받았다. A씨는 해당 영수증들을 "홀인원 기념증서 발급과 축하하는 데 쓴 비용"이라며 보험사에 보내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카드 결제 직후 다시 취소한 영수증들이었다.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두 보험사는 A씨 명의 계좌로 다음달 각각 200만원씩 홀인원 보험금을 송금했다.
 
제주도 제주시 소재 골프장에서 홀인원에 성공한 B씨와 C씨 역시 같은 방식으로 보험 사기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2021년 5월 12일 제주지법은 이들에게 각각 200만원, 7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B씨는 2017년 5월 2일 제주시 한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하고, 약 5일 뒤 근처 골프의류매장에서 170만원 상당의 기념품을 구입한 뒤 영수증 발급 직후 해당 결제 건을 취소했다.
 
C씨 역시 2018년 3월 9일 제주시 소재 골프장에서 홀인원에 성공하고, 당일 근처 상점에서 265만원가량을 결제한 뒤 취소했다. 하지만 보험사에서 200만원의 보장금을 수령했다.
 
범죄가 고도화, 지능화하면 그 대응 수준도 덩달아 높아진다.
 
금융감독원과 경찰청은 홀인원 보험사기 혐의자에 대해 공조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금감원은 홀인원 횟수나 보험금 수령액이 과하다고 보이는 사람들을 가려낸다. 조사 대상자로 선정하면 허위 보험금을 청구하는 등 의심점이 발견되는 혐의자들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통보하는 거다.
 
이런 수사로 지난해 9월까지 홀인원 보험금을 부당 수령한 것으로 보이는 사기범이 무려 168명이나 됐다.

정정당당한 홀인원을 해야 '3년 운수 대통'이다. 아니면 사기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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