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결 칼럼] 불륜남 자식도 내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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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17 13:34
수정 : 2023-02-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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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법무법인 더온]

최근 한 커뮤니티에 답답한 사연이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불륜남의 자식을 내 자식으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경찰조사를 받은 남편의 이야기입니다. 너무나도 답답한 사연인데, 구체적인 기사를 보면 현행법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외도한 아내의 출산, 그리고 죽음
 
지난해 12월 청주시의 한 산부인과가 "아이의 아버지가 신생아를 데려가지 않는다"며 A씨를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A씨는 아내가 10살 어린 20대 남성과 바람을 피운 것을 확인하고, 별거하면서 이혼소송을 진행하던 중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내 B씨가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낳던 중 숨지고 말았습니다. 모두에게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산부인과는 산모가 사망하자 절차대로 산모의 서류상 남편인 A씨에게 연락했습니다. A씨는 아내의 불륜을 확인하고 오랫동안 별거 중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아내가 임신한 사실과 출산하다가 사망한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고 합니다. 산부인과의 연락을 받은 A씨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상상조차 괴롭습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 불일치, 그러나 시청과 경찰서는 아기를 책임지라는데...

A씨는 당연히 내 아기가 아닌데 왜 아기를 데려가라고 하냐면서, 아내가 낳은 아이와 자신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해 친자 불일치 결과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청주시청은 A씨에게 아이에 대한 출생 신고를 하라고 통보했고, 심지어 경찰서에서는 "민법에 따르면 A씨는 산모의 남편이기 때문에 아기의 친권자가 되고, 아동복지법상 친권자는 아이의 보호자가 돼 아이를 보호·양육·치료할 의무가 있으므로 A씨가 병원에서 '아이의 아버지니까 데려가라'는 연락을 받고 당시 A씨에게 보호 의무가 있었는지, 이를 잘 이행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민법 제844조 :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
 
A씨로서는 정말 하늘이 무너질 정도로 답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청주시와 경찰의 조치는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민법 제844조에 따르면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합니다. A씨와 아내가 별거하면서 이혼소송 중이었다고 하더라도, 아직 이혼이 되지 않은 이상 혼인 중으로 보고 민법 제844조가 적용됩니다. A씨가 개인적으로 유전자검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검사 결과가 법원에 의하여 인정되기 전까지 A씨를 아내가 출산한 아기의 아버지로 추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아유기 등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유일한 돌파구 : 친생부인의 소

 
이 사건의 경우 A씨는 출산 당시 같이 있던 것도 아니고 출산하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아이를 구조·보호할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A씨가 별거 중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출산 당시 같이 있었는데 버리고 간 것이 아니라면 최종적으로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A씨가 아내가 낳은 아기가 자신의 아기가 아니라는 점을 국가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법 제847조에서 정하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 법원을 통해 아내가 낳은 아기가 자신의 자녀가 아님을 확인받아야 합니다. 친생부인의 소는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받는 자가 실제로는 친생자가 아닌 경우 남편 또는 아내가 소송으로 친생추정을 번복해 법률상 친생관계를 부정하는 소송입니다.
 
유전자 검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검사 결과를 친생부인의 재판에서 증거로 낼 수 있을 뿐 유전자 검사 결과만으로는 A씨가 책임을 벗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재판은 최소한 몇 달은 걸리기 때문에, A씨로서는 당분간 답답한 상황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개선의 필요성
 
소위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A씨에게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현실의 순한 맛 버전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현실이 더욱 매콤합니다.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도 법원에 소송까지 내야만 하는 A씨로서는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일 것입니다.
 
앞으로 A씨와 같은 답답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이혼소송 중이었다거나 유전자 검사 결과가 있는 등 일정한 경우에는 국가가 먼저 친생부인의 법적 절차를 밟도록 하거나, 법원의 확인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으로 제도 정비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축복받아야 할 생명의 탄생이, 자신의 잘못 없이 전혀 축복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A씨의 문제도 잘 해결되고, 죄 없는 아기 또한 앞으로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이래저래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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