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형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지난 2일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단법인 A 단체의 대표에게 징역 1년을, A단체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단법인 A는 전국에서 취약계층 대상 무료급식사업, 자원봉사 활성화 사업을 해 왔다. 검찰은 A단체와 B씨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후원회원으로부터 모집한 기부금의 15%를 초과한 금액을 모집비용에 충당하고, 기부금품 중 1억 8,100여만원을 모집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했다며 이들을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2019년 기소했다.
기부금품법 제13조(모집비용 충당비율) 모집자는 모집된 기부금품의 규모에 따라 100분의 15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기부금품의 일부를 기부금품의 모집, 관리, 운영, 사용, 결과보고 등에 필요한 비용에 충당할 수 있다.
기부금품법은 모금·관리·운영·결과보고 등을 목적으로 단체가 쓸 수 있는 '모집비용'을 전체 모금액의 15% 이내로 제한하는데, A단체가 홍보비나 직원 인건비 등으로 사용한 금액이 이 비율을 넘었다는 것이다.
재판에선 A단체 재원의 92%를 차지하는 회원 20만 명을 '소속원'으로 인정할 지 여부가 사건의 쟁점이었다. 소속원이 납부한 돈은 기부금품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원심은 "정기적으로 후원회비를 내는 회원은 단지 후원자에 지위에 있을 뿐 A 단체의 소속원이라고 볼 수 없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인 법인의 정관에 따라 ‘후원회원’ 등 자격을 얻은 회원들로부터 납부받은 금원은 기부금품법의 규율 대상인 기부금품에서 제외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인 법인의 인건비 및 홍보비는 법인의 목적 수행에 수반되는 비용이며, 모집목적 외의 용도로 지출한 금액은 이자 등으로 인한 수입 금액에도 미치지 않고, 피고인 법인이 법인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법령에 규정된 각종 의무를 위반한 사실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회비 등의 납부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고 적정한 사용 또한 담보될 여지가 상당하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렸다.
법무법인 태평양(대표변호사 서동우)와 재단법인 동천(이사장 강용현)은 이번 사건을 공익사건으로 선정해 변호했다. 재단법인 동천 관계자는 “A 단체에 일반회원, 정기회원 등으로 가입한 사람들이 매달 낸 회비나 정기후원금에 대해서도 기부금품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사실상 국내 대부분의 비영리, 공익법인은 기부 관련 법령과 주무관청, 국세청, 기부금품 모집 등록청의 행정지도를 준수했더라도 법을 위반한 것이 되고, 직원들에게는 인건비조차 제대로 지급 할 수 없어 운영에 큰 어려움이 생길 뻔 했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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