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주택조합사업에서의 행정처분과 법률적 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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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언 변호사
입력 : 2022-12-28 15:09
수정 : 2022-12-2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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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병언 변호사]

재건축, 재개발, 지역주택조합 등 주택조합사업 과정에서 관할 행정청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주택조합사업에서 관할 행정청은 각종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고, 감독권한도 보유하고 있어 그 권한이 적지 않다. 따라서 관할 행정청의 적극행정, 원활한 의사소통이 전제된 사업현장은 성공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가끔 관할 행정청의 행정적, 법률적 판단 오류로 인해 조합사업의 성패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필자가 올해 초에 담당했던 행정심판이 그런 사례였다.
 
해당 사례는 경기도 소재 A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 모집신고내용의 변경을 위해 조합원모집변경신고를 신청했고, 이에 대해 관할 행정청은 보완요구를 거듭하다가 반려처분을 한 사건이었다. A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모집변경신고에 내용적·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면, 반려처분이 타당하겠지만, 관할 행정청의 반려사유는 조합원모집변경신고와 무관한 것이어서 그 자체로 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웠다.
 
반려처분 이후 A지역주택조합은 패닉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조합원모집변경신고가 반려되었다는 사실도 문제였지만 관할 행정청의 반려사유에 의하면 조합은 그간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거나 해산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A지역주택조합은 필자에게 법률자문을 의뢰했고 필자는 반려처분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의 법률적 구제절차의 경우 기간이 오래 걸리고, 만일 패소한다면, 조합사업은 중단될 지경에 이르러서 법률적 구제절차를 시작하기가 부담스러웠다. 그 상황에서 A지역주택조합의 조합장은 과감히 행정심판을 하자고 결단했고 필자는 곧바로 행정심판 준비를 하게 되었다.
 
행정심판 기간은 약 3개월 정도 걸렸고 A지역주택조합은 인용재결을 받아 승소했다. A지역주택조합, 수백명의 조합원들이 구제되는 순간이었고, 필자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실 행정심판에서 청구를 인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조합사업과 관련된 행정심판은 그 경향이 더욱 심한 편이었기에 필자도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 관할 행정청은 왜 위법·부당한 반려처분을 했을까? 필자가 추측하기로는 조합원모집변경신고에 대한 행정적, 법률적인 정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수리와 반려처분의 기준이 불명확했고, 그런 상황에서 담당자와 결재권자가 수리를 하기에는 위험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그간 다수 주택조합사업의 자문, 소송을 하면서 관할 행정청의 소극행정을 종종 경험했고 그로 인한 문제도 실감했다. 그렇다고 관할 행정청의 소극행정을 무작정 비난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법령이나 중앙부처, 상급행정청에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공하지 않거나 유사 사례도 찾기 힘든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관할 행정청, 담당공무원의 소극행정을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의 위험부담을 줄여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보다 발전적인 방향일 것이다.
 
A지역주택조합의 행정심판은 법률적 구제의 힘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이다. 만일 조합사업과 관련해 위법·부당한 처분을 받았다면 법률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고 법률적 구제절차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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