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대란' KT&G는 지금 법에 포위됐다

  • 1989년 한국담배인삼공사로 명칭 변경 후 2002년 민영화
  • 건보공단과 8년째 '담배 소송' 진행 중
  • 전자담배기기 생산, 이엠텍과 특허 소송 중
  • 준비 중인 AI 전자담배기기, 개인정보 법적 논란 예고
  • 미국에선 담배 판매 중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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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15 10:44
수정 : 2022-06-16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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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서울 사옥과 백복인 KT&G 대표 [사진=KT&G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대부분의 나라에서 담배 관련 사업은 국가가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 엄청난 세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담배 역사 역시 그렇다. 담배는 국가 주요 수입원의 하나였다. 1948년 대한민국 수립 후 정부는 전매청을 만들어 국가 차원에서 오랜 기간 담배의 수요, 공급, 가격 등을 직접 관리했다.

현재 대한민국 담배 산업의 최강자 KT&G는 민영화된 지 오래됐다. 정부가 담배 사업에서 손을 뗀 셈이지만 여전히 담배는 정부 규제 등 법률적 이슈가 많다. 주주 구성, 대표 임명도 사실상 정부가 좌지우지 한다.

최근 KT&G는 갖가지 소송과 법적인 논란에 휩싸여 있다. 담배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소송은 말할 것도 없고, 전자담배 기기 특허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의료타운에 참여해 시민단체의 반발에 직면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미국 법에 의해 제품 판매 중지를 결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앞으로 큰 논란을 불러올 인공지능(AI) 전자담배 문제도 있다.

아주로앤피는 '법률대란' 중인 KT&G를 법의 창으로 들여다 봤다.

◆KT&G의 T=담배, G=인삼 아냐
전매청은 1987년 정부 부처에서 공기업인 한국전매공사로 전환됐으며, 1989년에 한국담배인삼공사(영문명 KT&G)로 사명이 변경되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KT&G가 여전히 국가에서 하는 공기업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그러나 KT&G는 엄연한 민영 기업이다. 2002년 담배사업법 개정을 통해 민영화되었기 때문이다.

민영화 과정에서, 한국담배인삼공사는 인삼 파트만을 자회사로 분리시켰다. 그 과정에서 KT&G의 사명을 'Korea Tobacco and Ginseng'에서 'Korea Tomorrow and Global'로 변경했다. 담배(Tobacco), 인삼(Ginseng)을 없애면서도 그동안 써오던 KT&G를 유지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동시에 영문 약칭이었던 KT&G를 공식 명칭으로 지정했다. 증시 종목 명칭도 '케이티앤지', 따로 한글 이름이 없다.
 
올 4월 5일 국민연금공단 공시 기준 KT&G의 최대 주주는 전체 지분 중 8.03%를 가진 국민연금공단이다. 국민연금공단은 KT&G의 주주총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다.

KT&G 사장은 사외이사 중심으로 구성된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자격심사를 거쳐 후보 1인을 추천한 후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KT&G의 사장 임명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KT&G 사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은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2015년 KT&G 민영진 전 사장의 후임으로 정권의 '낙하산'이 임명될 거란 소식에 노동조합이 반대 성명을 낸 바 있다. 이런 일은 거의 대부분 정권에서 발생했다.  2018년 12월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개인 유튜브를 통해 “청와대가 KT&G 사장을 바꾸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하는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KT&G 홍보실은 "사장은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독립된 사추위 심사를 거쳐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선임된다. 정부의 입김이 개입될 여지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KT&G의 담배 '디스' [KT&G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KT&G를 지배하는 법
KT&G는 어떤 법을 적용받을까.

KT&G는 담배사업법 제11조에 따라 담배를 판매하고 있다. 

담배사업법 제11조(담배제조업의 허가) 1항 담배제조업을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기획재정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받은 사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사항을 변경할 때에도 또한 같다. 2항 기획재정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담배제조업의 허가(이하 “담배제조업허가”라 한다)를 받으려는 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본금, 시설, 기술인력, 담배 제조 기술의 연구·개발 및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품질관리 등에 관한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는 허가를 하여야 한다. 

담배 사업을 하려는 이는 기획재정부 허락을 얻어야 하는데, 2항을 보면 그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KT&G는 이 법에 따라서 운영되고 있다.

KT&G는 담배 가격도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같은 법 제18조(담배의 판매가격) 1항 제조업자나 수입판매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가 제조하거나 수입한 담배의 판매가격을 결정하여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자(기획재정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신고한 판매가격을 변경할 때에도 또한 같다. 4항 제조업자나 수입판매업자는 제1항에 따른 판매가격을 결정하여 신고하였을 때에는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가격을 공고하여야 한다.  5항 소매인은 제4항에 따라 공고된 판매가격으로 담배를 판매하여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담배 가격은 4,500원이다. 이는 2014년 개별소비세법에 담배를 포함시키며 세율을 일괄적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8년 간 진행 중인 담배 소송
KT&G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8년간 ‘담배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2020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KT&G를 포함한 담배 업체 3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 흡연 때문에 추가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총 533억 원대에 해당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 금액은 하루 한 갑씩 20년 동안 흡연한 340여 명에게 발생한 2003년부터 2013년에 해당하는 공단 부담 진료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담배의 유해성은 인정되는 바이나, 흡연과 폐암, 소세포암, 편평상피세포암, 후두암 편평세포암 총 세 개의 암의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고 개개인의 생활 습관과 유전, 직업적 특성 등 다른 요인에 의한 가능성이 있다”며 담배 업체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담배소송 1심 패소 판결에 대해서 이수현 건강실천연구소 소장은 "담배회사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는 공공연한 로비활동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건보공단은 1심 패소 뒤 다른 재판부와 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해 별도의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당구장에 마련된 흡연실 모습. [사진=연합뉴스]

◆내 흡연 정보를 다 가져간다?
KT&G가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된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넘어야 할 법적 이슈들이 적지 않다.
 
KT&G는 신제품에 ▲평균 흡연 횟수 ▲흡연 지속 시간 ▲흡연 장소 ▲흡연한 스틱 종류와 개수 등의 개인 정보가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KT&G가 '합법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먼저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서술한 제3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3조(개인정보 보호 원칙) ▲KT&G는 처리 목적을 명확하게 하여야 하고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을 적법하게 수집하여야 하며 ▲목적 외의 용도로 활용하여서는 안된다. 또한 KT&G는 ▲열람청구권을 보장하여야 한다.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해야 하며, ▲익명/가명처리가 가능한 경우에는 익명/가명으로 처리해야 한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법 제16조(개인정보의 수집 제한) 1항 개인정보처리자는 제15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에는 그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여야 한다. 이 경우 최소한의 개인정보 수집이라는 입증책임은 개인정보처리자가 부담한다. 최소 수집 원칙을 바탕으로 한 이 조항은 개인 정보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KT&G는 담배를 피우는 시간, 양, 장소 등에 대한 민감한 개인정보를 최소화해야 한다.
 
‘최소 수집 원칙’의 이름 그대로, 그 예외도 제한적이다. 같은 법 제15조(개인정보의 수집ㆍ이용) 1항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이다. KT&G는 정보 주체인 소비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는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건강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원치 않게 자신의 흡연 사실이 알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보험료 할인과 같은 금연 혜택이 많은 최근 이러한 정보들이 알려져 불이익을 받을 소지도 있다. 자기 자신의 흡연 사실을 이렇게 공공연하게 데이터로 축적하는 것과 관련,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큰 우려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AI 전자담배 기기는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기술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논란이 될 전망이다.

KT&G의 인공지능(AI) 전자담배 출시에 대해 한국법조인협회 강정규 변호사는 "흡연 습관이나 데이터도 개인과 연결해서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이를 제3자가 사용하려면 동의가 필요하다"며 "설령 동의한다 해도 정보 활용을 위해서는 익명화가 필수일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스캐터랩이 2020년에 제작한 인공지능 챗봇 [사진 = 이루다 홈페이지 프로필 갈무리]

이미 지난해 AI 기술과 개인정보보호법이 충돌하는 이슈가 있었다. 3월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AI 챗봇 ‘이루다’를 제작한 이에스캐터랩에 1억 330만원의 과징금·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이에스캐터랩은 지난 3월 ▲개인정보를 수집하며 이용자에게 명확하게 동의 받지 않은 행위 ▲수집 목적 외로 이루다 학습·운영에 카카오톡 대화 문장을 이용한 행위 등을 이유로 이와 같은 징계를 받았다.

◆전자담배기기와 특허 소송 중
현재 KT&G는 용역계약을 맺었던 업체와 특허권 이전 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일 KT&G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지적재산권 전담부에 자사의 전자담배 '릴'의 제조자개발생산(DOM) 업체인 이엠텍을 상대로 ‘특허권 이전 등록 이행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KT&G 측은 이엠텍이 용역계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수십 건의 특허를 무단으로 출원한 것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 소송은 이엠텍의 특허권을 원 특허권자인 KT&G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엠텍 측은 KT&G와 있었던 계약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에 관한 부분만 특허를 냈다며 KT&G의 입장에 반박했다.
 

서울아산컨소시엄이 참여한 인천청라의료복합타운 모형도 [사진=인천청라의료복합타운]

◆의료타운 참여, 미국 내 분쟁들도 논란
지난해 KT&G가 참여한 서울아산병원 컨소시엄이 인천광역시 청라의료복합타운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발표 직후 인천공공의료포럼은 "담배회사가 투자 수익을 배당받는 서울아산병원 컨소시엄은 지역주민 대상 필수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으며, 최고 수준의 산·학·연 협력 연구 성과 도출이라는 해당 사업을 구현할 수 없다. 인천경제청은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결정했다"는 성명을 냈다.

이는 담배와 관련한 국제협약에도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5.3가이드라인을 보면, 담배회사는 공중보건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어떤 계획에도 파트너로서 참여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 또한 2005년 이 협약에 182개국 중 하나로 참여했다.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국(FDA) 전경 [사진=연합뉴스]

한편 KT&G는 1999년 미국 시장에 진출 이후 처음으로 담배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이는 미국에 존재하는 ‘에스크로 펀드’ 제도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규제 강화 때문으로 보인다.
 
에스크로 펀드는 미국 내에서 외국 법인이 담배를 판매하기 위해서 반드시 납부해야 하는 기금으로, 미국에서 담배에 관한 소송이 발생했거나 담배 판매 관련 교육 프로그램에 사용된다.
 
KT&G는 최근 급증한 에스크로 펀드 예치금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KT&G의 예치금은 현재까지 1조2000억원(2021년 기준)에 달한다. 2020년 예치금은 약 2300억원으로 미국 내 연간 매출액인 약 2400억원과 맞먹는 정도다.
 
설상가상으로, 여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규제 강화도 KT&G의 판매 중단에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의 워싱턴주와 콜로라도주 덴버시는 멘톨(박하 향) 담배 생산·판매 금지 입법 등을 추진하고 있었다. 지난 4월에는 FDA와 미국 보건복지부가 가향 담배의 단계적 판매 제한 계획을 발표하며 계도 기간을 거쳐 2024년 이후 모든 가향 담배 판매를 전면 금지할 전망이라고 보도도 나왔다.

국내외에서 각종 법률적 논란에 휩싸인 데 대해 KT&G 관계자는 “인공지능 신제품 출시 여부는 현재로서는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며, 설령 출시하더라도 데이터 수집과 관련해 개인정보보호법 관련 검토 등 거쳐야 할 것들이 많다”고 밝혔다.

KT&G 측은 이어 "우리는 담배사업 이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고 특히 최근에는 부동산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컨소시엄 투자(서울아산병원이 참여한 청라의료복합타운)는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다. FCTC(WHO의 담배규제협약) 제 5조 제3항은 담배규제에 관한 공중보건 정책에 대한 것이기에 부동산 개발사업에 관한 컨소시엄 투자를 제한한 근거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또 "미국 시장은 지속적인 규제 강화, 시장 경쟁 과열화 등으로 궐련담배 관련 사업환경의 어려움과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사업 성장으로 에스크로 예치금이 급속도로 증가해 부담이 된 것은 사실이다"며 "미국에 판매를 잠정 중단하고 규제 환경을 점검한 후 새로운 사업 전략을 재검토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