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나 오늘부터 그대를 사랑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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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유 변호사
입력 : 2022-06-03 11:00
수정 : 2022-06-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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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자유 변호사]

월요병은 직장인의 숙명인가 봅니다. 월요일에 퇴근하면 유달리 더 피곤한 것 같습니다. 요즘 대학원에 재학 중인데 월요일에 수업이 있어서 줌(Zoom)으로 집중해서 수업을 듣고 나면 피로가 몰려옵니다. 무언가를 하거나 보기는 피곤해서 자기 전에 가끔 KBS1에서 하는 가요무대의 노래를 듣습니다.

아주 옛날 노래를 듣는 재미로 보고 있는데, 5월 16일 가요무대에서는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 가 나왔습니다. 사랑을 고백하는 것은 누구에게라도 부끄럽고 쑥스러운 일입니다. 그 심정을 감미로운 목소리와 선율로 잘 나타내주고 있는 노래를 즐겁게 들었습니다. 노래를 듣고 생각해보니 가요무대에 나올 짬의 노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알고 들었던 노래로 기억하는데 그렇게 생각해보니 어느덧 20년이 지난 노래였습니다. 그때 타인의 부동산을 점유하기 시작했다면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될 것입니다. 로스쿨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제 경험을 공유한 적이 있었는데, 그분들이 2000년 근방에 태어났습니다. 이제는 2003년생이 대학생이라니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사랑해도 될까요’ 를 처음 알고 듣기 시작한 중학생 시절이 엊그제 인것만 같습니다. 눈 한번 깜빡인 것 같은데 이제 나이를 말하기 민망하게 되었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누군가 나이를 물으면 바로 답을 못하고, 생년을 토대로 역산하곤 합니다.

시간이란 참 쏜살같이 흐르는 것인가 봅니다.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신라 문무왕은 “옛날 여러 가지 온갖 일을 처리하던 영웅도 마지막에는 한 무더기 흙이 되어 나무꾼과 목동이 그 위에서 노래하고 여우와 토끼는 그 옆에 굴을 팔 것이다” 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1400년 전의 문무왕에게도 그의 시대는 오늘날이었고, 더 이전 시대가 옛날이었습니다. 로마 시민은 자신의 시대에서 2000년 이전인 이집트의 피라미드로 관광을 가며 먼 옛날에 이런 건축물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감탄했다고 합니다.

지구가 생긴 것이 46억 년 전이라고 합니다. 한 개인에게는 영겁의 세월을 지구는 거쳐왔습니다. 40억 년의 선캄브리아 시대를 거쳐,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서 백악기까지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고, 다시 무한한 시간이 흘러 인간의 조상이 직립 보행을 시작하고, 신석기 혁명이 시작되며 농경에 기반한 문명이 등장하게 됩니다. 1760년 산업 혁명이 시작되며 세계는 다시 혁명적 변화를 겪고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한 인간에게는 길어야 100년의 세월이 전부이지만, 지구의 기준에서는 언젠가 다시 46억 년이 지날 것이고, 지구가 멸망하고 빅뱅으로 생겨난 우주도 빅크런치로 그 종지부를 찍을 것입니다. 그 후에도 존재를 사유할 수 있는 개체가 우주 밖에 있다면 우주도 예전에 있었던 것이 되겠지요.

오늘날 셰익스피어의 소설을 고전문학으로 읽듯이 시간이 흐르면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이 고전문학의 반열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먼 훗날이 지나고 지금 이 시대가 고대시대가 되면 어쩌면 이 투고문도 과거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유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순간에 불과한 인생에서 매일 하루하루를 어떻게 채워갈지 고민을 하곤 합니다. 사실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매 순간 사랑하고 감사하라는 상투적인 답이 아니라, 인생을 채워갈 실질적인 답을 찾고 있는데 언제쯤 찾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답을 찾아가는 여행이 인생이 아닐까도 합니다.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 가 가요무대에 나올 정도로 고전가요라니 조급해집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오래 고민을 하는 일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바쁘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무엇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지 고민해 보아야겠습니다. 삼국통일을 이루고 500년 고려의 왕업의 초석을 닦은 왕건이 “덧없는 인생은 예로부터 그러한 것이니라.” 고 할 정도면 인생은 본디 허무하고 무엇을 해도 후회되는 것이 아닐까도 합니다. 언젠가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