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칼럼] 政治도 商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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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성수 교수]

최근 다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과반수 이상이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권이 보여준 무능과 이른바 내로남불 행태에 국민들이 지겨움과 염증을 느끼면서 유능하면서도 정직하고 진정성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갈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정권과 180석을 가진 거대 여당은 자신들의 이념과 국정철학을 국민들에게 강요하다시피 하며 검찰개혁, 언론개혁, 부동산 정책 등 이른바 개혁과제를 밀어붙인 결과 국민들의 피로도만 높아지면서 정책 혼선으로 인한 현장의 고통을 가중시킨 것이다. 정치라고 하는 현상이 일정 부분 정권을 담당하는 주체들의 이념과 철학을 실현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권력이 원하는 방향이 국민들의 저항을 받고 고통을 야기하는 경우에는 여론과 민의에 따라서 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수정하는 것이 의회민주주의 원리와 국민주권주의 간의 간극을 메우고 상생하는 길이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치와 시장에서의 거래행위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지만 정치도 국민이 선거를 통해서 구매하는 상품이라고 보면 정부와 여당은 지난 5년 동안 소비자들이 원하지도 않는 상품을 비싼 가격으로 강매하는 행위를 자행하여 온 것이다. 그나마 억지로 구매한 고가의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품질 면에서 만족도가 높았다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어느 정도는 해소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품질마저 기대 이하였다면 정치와 권력에 대한 교체를 통하여 거래처를 바꾸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분출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치 현상의 이념성과 역사성이라는 속성을 무시하고 이를 시장에서 거래하는 상품과 같은 반열에 놓는 것이 無知한 사고라는 점에 대해서 비판하기 이전에 로크와 루소 등이 권력의 창출과 행사 및 종식이 권력자와 국민 간에 체결하는 사회계약의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인류사의 위대한 知的 발견을 상기한다면 “정치는 상품과 동일하다”는 논리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쉽게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내년 3월 대선에서 어떠한 정치세력과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고 가성비 좋은 정치라는 상품을 구매하여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여당과 야당 가리지 않고 이번 대선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른바 2030 MZ 세대가 정치는 상품이라는 실용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유권자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당신들에게 무엇을 해 주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정치를 국민들에게 강요하지 말고 진정으로 정치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선적으로 청취하라. 정치는 권력자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그들의 까다로운 성향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가성비 높은 정치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서 국민행복을 누리는 나라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퇴임을 앞두고 있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언론에도 가끔 보도된 일이 있지만 메르켈 총리는 총리관저로 귀가하는 도중 마트에서 장을 보는 일이 자주 있었다. 독일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상이기에 기사거리 조차 되지 않았지만 우리 기자들 눈에는 신기하게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필자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장면은 메르켈 총리가 장을 보는 과정에서 우유 가격이 급등한 것을 보고는 다음 날 각료회의에서 農務長官에게 우유 가격이 오른 이유가 수급의 불안정인지 유통상의 문제인지를 격하게 추궁하는 모습이 스치듯 독일 뉴스에 보도되었던 사건이다. 메르켈 총리가 독일 국민이 매일 소비하는 기초 생필품의 가격과 수급 상황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국정의 최고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을 필자는 감동 아닌 감동으로 받아들였다. 메르켈 총리의 장수비결은 다름 아니라 그가 생활정치의 달인이었으며 스스로가 합리적인 정치소비자였기 때문이다. 생활정치가 어디 물가뿐이랴. 보육과 교육, 복지, 노동, 고용과 성장, 미래형 기술혁신,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등 국민생활 전반이 모두 그 대상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이 지난 5년간 뉴스에서 접할 수 있었던 소식은 검찰개혁, 공수처, 언론개혁을 포함한 민생과는 동떨어진 그 들 만의 지겨운 싸움이었다. 1년 가까이 계속된 이른바 추윤 갈등을 통해서 전직 검찰총장을 대통령 후보로 불러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벌인 자들이 과연 누구인가? 검찰, 공수처, 경찰과 같은 국가의 형사사법 작용이 법적 정의를 실현하는 공동체의 중요한 機制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형사사법 작용은 우리 사회의 소금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소금은 음식의 간을 내는 데는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아야 하고 꼭 필요한 소량만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념으로 포장된 이러한 주제가 과도한 비중을 차지하면 염분의 과다섭취로 인한 정치적 고혈압 등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귀결된다. 외교와 안보 등 공동체의 안위와 관련되는 중차대한 과제 역시 집권세력의 철학과 이념만을 고집하지 말고 실용적 사고를 가진 국민들과 대화하고 그들이 원하는 합리적인 외교안보 정책이 무엇인지 경청하고 또 경청하라. 2030 세대가 당신들보다 더 많이 해외에 가본 경험이 있으며 대외관계에 풍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늘 당신들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신들이 제공한 정치상품의 구매를 중단하고 다른 거래처와 계약하겠다는 깐깐하고 합리적인 정치소비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