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국 칼럼] 대한민국, 갈등과 분노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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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변호사)
입력 : 2021-09-11 06:00
수정 : 2021-09-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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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양승국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제공]

뉴스를 보다 보면 사소한 것이 큰 싸움으로 번지고 심지어는 살인에까지 이르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를테면 이웃 간에 주차 문제, 층간소음 문제 등으로 인한 갈등이 주먹다짐으로 번지고 나아가 흉기를 들게 하고 심지어는 살인까지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 공간에서는 독설과 혐오 발언 등이 난무하여, 이런 사이버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까지 하였다는 뉴스도 들려온다. 그런가 하면 가장 사랑과 신뢰로 맺어져야 할 부모, 자식간에도 섬뜩한 폭력이 행해진다. 부모가 힘없는 어린 자식을 굶기고 매질 타작을 하여 죽게까지 하였다는 뉴스도 이따금 들려오고 있지 않은가? 예전에도 이런 사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갈수록 이런 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폭력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 자학, 자살이라고 할 것인데, 자살률도 우리나라가 오이시디(OECD) 국가 중에서 제일 높다고 한다.

왜 이리 사회가 점점 참을성이 없어지고 강퍅해져 가고 있을까? 대한민국은 해방 후 독립국으로서의 자리를 제대로 잡기도 전에 6.25 전쟁이라는 대전란을 겪었다. 그 후 후진국 중에서도 한참 뒤에 처져 있던 대한민국은 오직 잘 살아보자는 일념하에서 경제개발에 매달려왔다. 노래도 있지 않은가?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 ♪♬♩” 그러한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로 대한민국이 오늘날 이만한 위치에까지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잘 살아보세’를 외치기 위해서는 그만큼 희생도 따르는 법이다. 즉, 사회가 ‘돈이면 최고다’라는 배금주의로 흐르다 보니, 돈보다 더 소중한 정신적 가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돈, 성공 등을 최고로 치다 보니, 사회는 남과의 협동보다는 남을 밟고서라도 올라가는 치열한 경쟁사회로 변하였고, 또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라고 과정에 있어 불의나 불공정에 대해서는 둔감해졌다. 사회가 이러다 보니 교육에 있어서도 홍익인간이라는 교육이념은 어디에 쳐박혀 있는지도 모르고 성공을 위한 입시 위주의 교육, 실용주의 교육이 우선이었다. 과거 조선의 선비들이 오늘날 대한민국에 온다면 통탄하고 까무라칠 일이다.

이렇게 사회가 배금주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이기주의로 흐르다 보니 위와 같이 이웃 간에 사소한 것으로도 살인까지 발전하고, 사이버공간에서는 살벌한 말이 오가고 심지어 자기 자식을 학대하고 죽이게까지 하는 비정상 사회가 되어가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비대면이 일상화 되어가고, 또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증이, ‘코로나 레드’라는 분노가 확산되니, 이러한 비정상이 더욱 심각해지는 것 같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올해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격상시켰지만, 행복지수는 반대로 내려가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에서 작년에는 61위였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물질적으로 풍요한 시대이지만,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우리나라를 가리켜 헬조선이라고 부른다.

한편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이니 다양한 주장이 분출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이 또한 상대의 주장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주장만 강하게 외치는 목소리 큰 사람들이 득세를 하고 있다. 원래 사회에 보수와 진보는 늘 있게 마련이고, 또 보수와 진보라는 좌우익이 균형을 잘 잡아야 사회도 발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되어가다보니 점점 건전한 보수와 진보가 설 자리가 좁아지고 목소리가 큰 극우와 극좌가 득세한다. 그러니 진영 간에도 대화는커녕 살벌한 말들만 오가고, 이들을 토대로 하는 정치에서도 협치가 안 되고 대립으로 치닫는다. 이와 같은 사회 갈등도 위와 같은 비정상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즉, 사회가 각자도생으로 흐르다 보니 각자 개인들은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 길이 편하기만 한 길인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을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가 주어졌지만 사람들은 불안하여 무언가 의탁할 대상을 찾는다. 그러니 자기랑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 의탁하게 되고 그 집단에서 인정받고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자기들 주장과 다른 주장을 펼치는 집단에 대해서는 억누르며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자기들 주장만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다 보니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입이 봉해지고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들이 득세를 하는 것이다.

이를 어찌해야 할 것인가? 뭔가 의식의 대전환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를 위해서 정치지도자, 종교지도자, 철학자 등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나의 소박한 생각을 얘기한다면, 이젠 ‘잘 살아보세’를 대체할 뭔가가 나와야 하는데, 조선 시대 백성들의 협동을 나타내던 ‘두레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교육에 있어서도 어느 구석에 쳐박혀 있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되살려내야 할 것이다. 물론 ‘두레정신’이니 ‘홍익인간’이니 하는 개념들이 뜬구름 잡는 것 같아 잘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정신을 중심으로 하여 위와 같은 지도자들이 뭔가 사회를 개혁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도 실천적인 것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고 계속 소홀히 하다가는, 어느 순간 대한민국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갈 수 있다.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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