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쟁점] ‘죽어야 끝나는 스토킹 범죄’ 처벌법으로 막을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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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지난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태현씨(25)는 지난해 온라인 게임을 통해 A씨(24)를 알게 됐다. A씨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다가 A씨가 보내온 사진 속에서 택배 상자를 발견했다. 김씨는 택배 상자에서 A씨의 주소를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강북구에 있는 한 PC방에서 두 차례 만나 게임을 했다.

같은 달 23일에는 게임을 통해 알게 된 다른 지인 두 명을 포함해 총 4명이 만나 식사를 하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김씨와 A씨는 말다툼이 있었고, 다음날 A씨는 김씨에게 “더는 만나고 싶지 않다”며 김씨의 모든 연락을 끊어버렸다.

A씨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김씨는 늦은 시간 A씨 집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A씨를 기다리고 공중전화, 지인의 휴대폰 등을 이용해 계속해서 A씨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지인들에게 “김씨로부터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며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토킹(Stalking)이란 ‘몰래 다가가다’라는 의미의 영어 ‘Stalk’에 명사형을 붙여 만든 것으로, 특정인에게 지속적으로 접근하거나 연락하는 방법으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말한다.

A씨의 태도에 배신감을 느낀 김씨는 범행 일주일 전부터 A씨의 게임 접속 시간을 지켜보며 퇴근 시간을 파악했다. 지난달 23일 마침내 김씨는 퀵서비스 기사인 척하면서 A씨의 집에 침입했다. 그리고 김씨는 슈퍼마켓에서 훔친 흉기를 이용해 A씨와 그녀의 여동생(22) 및 어머니(59)를 잔혹하게 살해했다.

지난 9일 경찰은 김씨를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송치한 직후 브리핑을 통해 “김씨의 범행은 명백한 스토킹 범죄”라고 밝혔다. 현재 김씨는 살인·절도·주거침입·지속적괴롭힘·정보통신망침해 등 5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만약 김씨가 끔찍한 범행을 일으키기 전, A씨가 김씨를 스토킹 혐의로 수사당국에 신고하였다면, 수사기관은 현행법상 어떻게 처리할 수 있었을까?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제41호는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해 면회나 교제 요구,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해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는 사람에게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나 과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수사당국은 스토킹 신고가 접수되면 통상적으로 이 규정을 적용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왔다.

그동안 수사당국이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해 온 것은 스토킹을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 공포 6개월 뒤 시행된다.

이 법안에 따르면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기 △주거지나 직장 등 일상생활 공간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기 △통신매체를 이용해 연락하기 △물건을 보내거나 훼손을 통해 공포심 조장하기 등을 스토킹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이 같은 행위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만약 흉기를 소지해 스토킹 행위를 한다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더 무겁게 처벌할 수 있다.

또 스토킹이 시작되는 단계에서부터 경찰이 개입해 스토킹 행위를 제지하거나 처벌 경고와 같은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하거나 통신매체를 이용해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긴급조치도 가능하다. 경찰의 조치에 따르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진다. 또 검사는 스토킹 범죄 재발 가능성이 있다면 법원에 스토킹 행위자를 구치소에 유치하는 조치를 청구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성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달 24일 논평을 통해 “법안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질 때만 ‘범죄’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단 한 번의 행위만으로도 피해자는 공포나 불안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포와 불안을 느껴야만 피해로 인정하는 것은 피해자다움에 대한 강요”라고 지적했다.

스토킹 처벌법에 포함된 ‘반의사불벌’ 조항도 논란거리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이번 스토킹 처벌법은 경찰이 수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하지만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남아 있어 피해자를 협박해서 고소를 취하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젠더 폭력에 대해 좀 더 엄벌을 취하자는 취지로 이 조항은 반드시 빠져야 한다”고 지난 2일 주장한 바 있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하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죄를 말한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피해자 보호조치 관련 연구용역이 여성정책연구원에서 진행 중이며, 오는 8월께 완료될 것”이라며 “연구용역이 완료되기 전에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더라도 사업운영지침을 개정해 피해자 보호에 차질이 없도록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연구용역을 마치는 대로 피해자 보호법안 입법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