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앤피이슈] ​갈 길 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최근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한 단계 진전

5인 미만 사업장 미적용 등 실효성 논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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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열린 '갑질폭행 집단괴롭힘 적극방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공사를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A씨는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해 2017년 6월 모 요양센터에 취직했다. 그는 B씨가 조장으로 있는 팀에 들어가 다른 조원들과 함께 근무했다. 6개월 정도 근무를 이어가고 있을 무렵 요양센터가 확장되면서 A씨도 조장으로 승진해 다른 조원들을 이끌게 됐다.
A씨가 조원으로 있을 때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지만 조장으로 승진하며 B씨와 동등한 권한을 행사하게 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B씨 입장에서도 조원으로 있던 A씨가 조장이 되면서 사사건건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게 영 못마땅했다. A씨는 모욕, 언어폭력, 인신공격, 월권행위 등 괴롭힘에 상당기간 시달리다 결국 직장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돌아온 대답은 “개인 간 문제이니 둘이 알아서 처리하라”는 것이었다.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지만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소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근로기준법에 추가시킨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정의’ 명시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의무 명시 등 2개 조항이 들어왔다.

갑질 문화에 대한 사회적 개선을 강구하는 입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가해자 처벌조항의 부재,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 판단의 모호성 등 미흡한 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례에서 A씨는 직장 사용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뒤이은 사건 경과를 살펴보면, A씨의 호소에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나서 객관적인 조사를 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대목에 아쉬움이 남는다.

#. A씨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지만 소용이 없자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함과 동시에 모욕죄로 B씨를 고소했다. 1년쯤 시간이 흘렀다. 결국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질병으로 ‘우울 에피소드’를 인정받았고, B씨도 모욕죄로 벌금형을 받았다. 하지만 A씨가 받은 마음의 상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A씨는 산재 및 형사재판 결과를 근거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시간이 흘러 직장에도 복귀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직장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의 실효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A씨의 호소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적절한 대책이 이뤄졌다면, 근로복지공단을 비롯해 경찰·검찰·법원에서의 절차 등 사회적 비용이 절감됐을 것이다.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자 국회는 지난달 24일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사용자 등이 괴롭힘 행위자인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규정 신설 △사용자가 조사 및 조치의무를 위반하거나 비밀을 누설하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규정을 신설했다. 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고객 등 제3자에 의한 괴롭힘으부터 노동자 보호 조치 및 불리한 처우금지를 규정했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에도 빈틈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5인 미만 사업장과 간접고용 노동자 등은 보호를 받지 못해 여전히 적용 대상에 빈틈이 많다는 지적이다.

홍성훈 변호사는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 등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제도의 실효성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오는 10월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