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전문변호사 릴레이인터뷰] 권순엽 “중국 등 외국기업 유치해 정치적 리스크 줄여야”

송종호 기자 입력 2018-08-14 09:00 수정 2018-08-16 17:22
  • "국제 분쟁기관 수용토록 북한 변화 유도…외국 기업에는 공신력 확보"

권순엽 법무법인 광장 미국변호사는 지난 2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중국 등 외국 기업이 남북경협에 참가토록 유도해 정치적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가 향후 남북경협 성공을 위한 방안과 개선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남북 경협 성공을 위해서는 중국 등 북한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나라의 기업들과 함께 진출하는 것이 좋은 방안 중 하나입니다.”

권순엽 법무법인 광장 미국변호사(이하 변호사)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사무실에서 남북 경협이 성공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권 변호사는 외국 기업의 동반진출 이유로 “현실적 대응을 위해서라도 중국 및 외국기업들을 유치하는 것이 정치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 기업을 북한 시장에 유치하기 위해서는 “공정성이 담보되는 분쟁해결 절차 확보가 전제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 유인에 큰 장애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 높다”며 “공신력있는 국제중재기관을 통한 분쟁 해결 방안을 수용하도록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권 변호사는 외국기업 동참 유도 등 차분한 준비를 우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남북경협을 통한 투자 수익을 생각하기보다는 큰 틀에서 법제도 등을 정비하며 준비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현재 남북경협의 관건인 북미관계는 교착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제재 입장에 따라 남북경협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13일 3차 남북정상회담 논의 소식이 들려오며 남북경협 관련주들이 들썩이는 등 기대감이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권 변호사는 섣부른 기대를 경계했다.

그는 “우선 현 시점에서는 유엔제재 및 미국의 대북제재 때문에 남북경협뿐 아니라 남북교류에 있어서도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국은 당분간 대북제재를 완화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여 미국이 어느 정도 대북제재를 완화할 의사를 보일 때 대북 경협을 준비하고 논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지난 남북정상,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경협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큰 변화가 없었다”며 “(남북경협) 여건 자체를 조성하는 게 선결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남북경협 여건 조성을 위해서는 한반도 긴장완화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변호사는 “미국은 개성공단 폐쇄를 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고 남북경협을 포기할 수 없다”며 “어떤 식으로든 물꼬를 터야한다면 사람이 교류할 수 있는 관광을 통하는 것이 미국과 협의하는데 가장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를 비롯해 많은 북한전문가들은 남북관계에 기인하는 정치적 리스크가 존재하는 한 남북경협의 안정성을 법률적으로 또는 제도적으로 담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권 변호사는 남북경협은 정치적 리스크가 상존하기 때문에 대비 또한 철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거 남북경협 중단 사례에서 보듯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서 남북합의서를 넘어서는 조치들이 있어왔다”며 “북한의 경우 최고 존엄의 뜻이라고 하면 법적으로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응방안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권 변호사는 남북경협 성공을 위해 변호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경협에서 로펌 및 변호사들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남북경협 합의서는 집행력이 다소 미비하고 북한법도 구체성이 떨어져 분쟁이 생겼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미비된 법령을 변호사들이 보완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남북 간 다른 법제도와 정치적 리스크 사이에서 중재할 수 있는 역할론도 꼽았다. 권 변호사는 “정치적 리스크, 독립적 사법제도 등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재제도 운영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는 중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는데 이를 잘 관리하고 지켜질 수 있도록 (법조계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법무법인 광장에서 남북경협팀을 이끌게 된 이유는 남북정상 회담을 계기로 남북경협 등 관련 시장이 확대하면서 전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권 변호사는 “우리는 남북경협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독일이 통일되면서 20여 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었다. 남북경협으로 북한경제가 성장을 해야 통일논의가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다”라며 제도 정비 등을 지원할 전문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권 변호사가 광장에서 북한통일법제팀을 맡게 된 또 다른 계기는 개인적 이유다. 그는 “개인적으로 통일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남북경협이 한국경제에 대한 답이다. 지금의 고용문제, 저성장 등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경제문제들이 북한 개방으로 우리에게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훗날 통일시대에 대한민국이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중심지로 발돋움 할 수 있다”며 “그동안 우리(북한·통일법제팀)이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것이 통일에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순엽 변호사는 법무법인 광좡에서 북한·통일법제 팀장을 맡고 있기도 하지만 방송통신·IT 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변호사로 유명하다. 

또 국내 기업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거래, 규제 등 폭넒은 분야에 걸쳐 자문을 해오고 있다.

그의 전문성은 정보통신 및 IT분야에서 시작한 경력에서 비롯된다. 그는 1987년부터 1999년까지 주미 한국대사관과 정보통신부에서 자문변호사로 활동했다. 그의 이러한 이력은 1987년과 88년 각각 미국 펜실베니아주 변호사와 워싱턴 D.C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기에 가능했다.

이후 권 변호사는 한솔PCS 부사장을 맡아 2000년대 초반 치열했던 한국 휴대전화 시장을 몸소 겪었다. 이어 2006년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를 거쳐 SK로 자리를 옮겨 정보통신 전문가 경력을 이어갔다.

특히 2009년까지 SK그룹에서 정보통신실장, 경영경제연구소 전문위원 등을 맡아 이론과 실무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했다.

기업을 떠나 2010년 법무법인 광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는 광장의 시니어 변호사로서, 자신의 전문 분야인 정보통신·IT뿐만 아니라 북한·통일법제팀의 리더로 남북경협의 큰 줄기를 구축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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