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방관은 위헌" 亞 최초 소송전…정부 책임 가린다

  • "환경권‧생명권 위협" vs "피해 나오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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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23 17:07
수정 : 2024-04-2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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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단체 ‘청소년 기후행동’이 2020년 3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변화 소송’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청소년 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은 정부의 소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이날 헌재에 제출했다 사진청소년 기후행동
환경 단체 ‘청소년 기후행동’이 2020년 3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변화 소송’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청소년 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은 정부의 소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이날 헌재에 제출했다. [사진=청소년 기후행동]

정부의 부실한 기후 위기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가리는 소송전이 벌어졌다. 기후 대책 관련해 정부 책임을 묻는 소송은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낸 기후소송(헌법소원) 4건을 합쳐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심판 대상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과 시행령, 국가 기본계획 등에서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로 줄이는 것'으로 설정한 부분이다.

청구인 측 공동대리인단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지나치게 안일하고 작위적인 목표"라며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에 따라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도록 합의했지만, 한국은 현재까지 제출된 모든 목표를 통해 감축한다고 해도 온도가 그 이상으로 오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탄소중립기본법 등이 헌법상 환경권, 생명권 등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도 주장했다. 대리인단은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재원 조달 방법 등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현 세대의 책임을 미래 세대에 전가하고 있으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적절하고 효율적인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정부가) 생명권·건강권·평등권·환경권·재산권·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 측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기후재난 발생 가능성만으로 청구인들이 현재 구체적·직접적으로 생명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어 "무리한 감축 목표는 기업 경쟁력 약화와 고용 불안 등을 초래해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다양한 의견을 들어 40% 감축이라는 목표를 설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성공적인 탄소감소정책 추진을 통해 2018년 이후 목표 이상의 탄소 감소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며 "탄소배출 감축은 높은 목표 수립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계획대로 또는 목표를 초과 달성해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종석 헌재소장은 "재판부도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해 충실히 심리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기후 소송은 2020년 3월 13일 청소년기후행동이 "기후 위기에 대한 정부 대응이 부족해 행복추구권과 생명권 등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규정한 현행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서울 중학생 2명, 기후위기비상행동, 아기기후소송단 등도 탄소중립기본법을 두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국내 기후 소송이 시작된 지 4년 사이 2019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아일랜드·프랑스·콜롬비아·네팔 등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정부 책임을 인정하는 사법부 판결이 이어졌다. 이에 지난해 3월 국내 법조인 184명과 국외 법조인 31명은 헌재에 '기후 위기 헌법소원' 판결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세계 최초로 제기된 기후 소송은 2013년 네덜란드 ‘우르헨다 소송’이다. 환경재단 우르헨다가 시민 886명과 함께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기후위기를 막기에는 부족하다며 제기한 소송으로 1심과 2심, 대법원이 모두 시민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강화하라'고 정부에 명령한 것이다.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정부의 법적 책임을 확정한 판결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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