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수사권 경찰에 있는데 해병이 월권"…'채상병 특검' 거부권 가닥

홍재원 기자 입력 2024-04-30 10:11 수정 2024-04-30 10:11
  • 참모들에 언급…"국회 논의‧공수처 수사가 먼저"

  • 대통령실 외압설에 "절차상 문제 조정한 것" 일축

  • 총선 참패 후 '정면돌파' 선택…공직 기강도 겨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회동에서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회동에서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채상병 사건’에 대해 “수사권이 경찰에 있는데 해병 수사단이 월권을 한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거부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채상병 사망 사건은 군 검찰에서 초동 조사해 경찰 수사로 넘겨야 하는데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월권을 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때 군 의문사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사권을 조정했다”면서 “군 사망 사건은 경찰이 수사하는 것으로 바뀌었는데, 채모 해병대 상병의 사망 사건도 바로 경찰에 이첩하는 게 맞는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병 수사단이 경찰로 넘긴 ‘조사(수사) 자료’를 회수해오는데 대통령실이 개입했으며 이는 ‘외압’이라는 논란에 대해 “초동 조사를 넘어선 수준의 사실상 ‘수사결과 보고서’였는데도 (이종섭) 국방장관이 잘못 결재한 것”이라며 “설사 대통령실에서 관여했더라도, 장관 결재와 이첩 등 절차상 문제를 조정한 것인데 뭐가 문제냐”고 했다.
 
기관 사이의 관할 문제 등을 대통령실에서 '교통정리' 해줬을 뿐이란 취지다. 다만 이 대목은 대통령의 언급인지 명확하지 않다. 
 
이에 따라 ‘현재로선’ 채상병 특검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본회의에서 특검법 처리를 공언하고 있다. 통과되면 헌법상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 국회는 재적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을 해야 거부권을 무력화하고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물론 대통령실은 이 과정에서 여야의 논의 과정을 먼저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야당 추천 인사만 특검에 임명하는 등의 내용이 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자가 지명되고 공수처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김계환 당시 해병1사단장 등을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기존 수사기관의 수사가 먼저란 것이다. 
 
거부권 행사는 윤 정부가 총선 참패 후 띄우는 일종의 승부수로 평가된다. “총선 민심”을 앞세운 야당 측 주장에 일방적으로 밀리기만 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3년이나 남은 임기 동안 공직 기강을 다잡고, 여당인 국민의힘과 협력해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다만 채상병 특검에 대해서는 여당 내 일부 의원들도 찬성표를 던질 수도 있어 국민의힘은 ‘표 단속’에 나섰다. 특히 의석이 108석으로 줄어드는 22대 국회에서 발의(또는 재발의)될 경우 거부권을 써도 재의결 대응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2일 당선자총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관한 법률적 문제점을 적극 설명했다. 검사 출신인 유상범 의원이 나서, 윤 대통령의 논리와 비슷한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야권은 21대 국회 종료 전인 2일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무산되더라도 22대 국회에서 계속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은 불가피하다. 여론도 대체로 특검에 호의적이어서, 민주당은 이를 업고 윤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할 전망이다.
 
한편 고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 구명조끼도 못 입고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순직했고,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에 나섰다.
 
박정훈 대령은 당시 대민지원 홍보를 위해 해병대 글자가 잘 보이도록 복장을 통일하라는 임성근 해병1사단장(소장)의 지시가 있었고, 그에 따라 채 상병이 구명조끼를 입을 수 없었다고 보고 임 소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해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와 대통령실이 이첩 자료를 회수해왔으며, 임 소장 이름을 뺀 뒤 다시 이첩하라고 지시하는 등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부분이 야당이 추진하는 특검 수사의 대상이다. 박 대령은 군 검찰에 의해 항명죄로 기소돼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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