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레이더] 상고심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 재시동

민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계류

지난 5월 전주혜 의원 대표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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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상고심에서의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이 다시 추진 중이다.

전주혜 의원이 지난 5월 25일 대표발의한 민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전 의원은 개정안에서 “대법원의 상고심은 법률심으로서 상고심 진행에는 고도의 법률지식이 요구되며,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상고심을 진행할 경우 법리해석과 판례에 관한 법률적 주장을 하지 못하여 대법원에서 실질적인 판단을 받지도 못한 채 대부분 심리불속행 기각결정이 내려지고 있다”며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과 권리구제를 위해 최소한 대법원의 상고심에서는 변호사 강제주의를 도입할 필요성이 크다”고 제안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사람은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않고서는 소송을 할 수 없게 하자는 취지이다.

민사소송에의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에 대해선 과거에도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다.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은 지난 1988년 12월 8일 정부가 제출한 민사소송법 개정안에서 최초의 입법화 시도가 있었다.

당시 개정안은 고등법원 심판사건과 대법원 상고사건에 대해 변호사 강제주의를 도입하자는 것이었으나, 법제사법위원회는 소송비용 부담 증가 등을 고려해 채택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고액의 변호사 선임료, 인구대비 낮은 변호사비율, 소송구조제도의 불완전 등으로 인해 경제적 약자와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4년이 지난 지금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변호사가 대량 배출되고 있고, 1987년 법률구조법이 시행된 후 계속해서 소송구조제도가 확충되고 있다.

기존에 변호사 강제주의를 실현하는 데 지장이 되던 사유는 많이 줄었고, 이제는 적어도 민사 상고심에서는 변호사 강제주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변호사 강제주의에 대해서는 △실효적 권리구제 도모 및 실질적 당사자 평등 실현 △대법원의 상고사건 심판절차 효율성 도모 및 판결 내용의 적절성 담보 △법률전문가의 견제와 감시를 통한 사법 민주화에 기여 △변호사 선임 자력 없는 상고인에게는 국선대리인을 선정해 줌으로써 보완책 마련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 등 외국은 중요사건의 경우 1심 사건부터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 등의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부정적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를 선임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당사자로 하여금 상고를 단념하게 함으로써 재판 받을 권리를 사실상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점 △사인간의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민사소송에 국가가 개입해 대리인을 선임해 주고 그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 도입은 신중한 필요가 있는 점 △상고인에게만 국고 부담으로 국선대리인을 선임해주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상고인과 피상고인 간 변론과정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돼야 한다.

상고심 제도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이 상고심 제도 개혁에 기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