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법령정보’ 하나로 모으자

  • ‘법령정보의 관리 및 제공에 관한 법률안’ 국회 계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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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21 09:05
수정 : 2020-03-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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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사전선거운동 등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자 소송을 준비하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어떤 법령을 위반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들어가 공직선거법을 살펴봤다. 사실 A는 자신의 행위가 선거법을 위반한 것인지 조차 몰랐다. 그는 자신의 행위가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대법원 종합법률정보에 들어가 유사 판례들을 검색했다. 언론에서도 A의 경우는 억울할 수도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새로운 법률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한다. A는 선거법 개정안의 내용은 무엇이고, 국회에서 어느 정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회의안정보시템을 찾았다.

여기저기 흩어진 ‘법령정보’를 하나로 통합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2018년 3월 정부가 발의한 ‘법령정보의 관리 및 제공에 관한 법률안’은 법령정보의 제공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각 기관에 흩어져 있는 각종 법령 정보를 통합해 한 곳에서 관리해 국민이 좀 더 편리하게 법령 정보를 활용하도록 하는 게 주요 입법 취지다.

현재는 각 기관의 법령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가 흩어져 있다. △국회가 생산하는 헌법, 법률안, 현행법령 및 연혁정보는 각각 헌법지식데이터베이스, 맞춤입법콘텐트검색시스템 및 의안정보시스템, 법률지식정보시스템에서, △대법원이 생산하는 현행법령, 연혁정보, 판례는 대법원 종합법률정보에서, △헌법재판소가 생산하는 헌재 결정례는 헌법재판소 사이트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생산하는 선거 관련 법규 등은 선거법규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법제처도 1998년부터 국가법령정보센터를 통해 법률, 대통령령, 조례, 행정규칙 등의 법령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법제처장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법령정보의 수집·관리·제공을 위해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각 기관의 정보시스템과 법제처의 법령정보시스템을 직접 연계하거나, 관보의 정보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각 기관에 분산된 법령정보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법령정보의 원스톱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법안은 법령정보시스템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일상생활이나 기업·영업활동에 부담을 주거나 불합리한 법령 등에 관한 개선의견을 수렴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정정보를 가공·활용하는 기업에 정보를 개방하거나 기술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 법령정보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한민국은 IT강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럽에 비해 리걸테크 산업은 싹도 피우지 못한 상황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법령정보를 가공한 리걸테크 산업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국민 편익 도모 등 입법취지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법제처의 역할 확대에 대한 견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있었던 제367회 국회 제1차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는 김계홍 법제처차장의 요청에 대한 반대의견을 확인할 수 있다.

김도읍 의원은 “법제처에서는 남의 부처 훈령·예규 이런 걸 왜 건드리려고 그래요? 수집해서 뭐 하려고요?”, “법제처가 조직이나 기능이나 역할이나 이런 걸 자꾸 법을 만들어서 확대하는 건 안 맞아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 뭐에요? 지방분권 아녜요? 지방정부 조례를 왜 중앙정부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거에요?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면 자체적으로 알아서 할 일이고”, “지방자치에 맡기라고요. 중앙정부에서 왜 지방정부의 조례까지...”라고 밝혔다.

지자체가 조례를 통합시스템에 제공하도록 법률로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는 향후 입법과정을 지켜볼 일이다.
 

법사위 전체회의 참석한 김형연 법제처장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김형연 법제처장이 지난해 11월 5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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