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에서 까딱하다간 무기징역

민식이법, 부주의로 사망 사고 낼 경우

'어린이 보호'에 중점...과잉처벌 논란도

  • 프린트
  • 글씨작게
  • 글씨크게
‘민식이법’이 지난 10일 가까스로 국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신호등 등을 우선 설치하도록 하는 것(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과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망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 하도록 하는 것(특정범죄 가중처벌 법률개정안)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앞으로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제한속도인 시속 30km를 초과하거나 안전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13세 미만 어린이를 숨지게 하면 이 법에 따라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만약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제한속도로 운행 했더라도 사고가 나 어린이가 숨졌다면 전방 주시 의무 소홀 등의 사유로 운전자를 최대 무기징역형까지 처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과잉 처벌 논란이 생기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문철 변호사는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은 현행 특가법상 음주운전 또는 약물사용 후 운전에 따른 사망사고 시의 법정 형량과 같다.”며 다른 법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일괄적으로 3년 이상의 실형을 규정한 것은 법정 형량이 과도하다는 취지다.

또 “피해자와 가해자의 과실 정도를 따져 피해자의 과실이 큰 경우엔 사망 사고라도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여러 가지 선택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민식이법이 아니더라도 가해자 과실이나 피해자 과실에 따라 기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으로 충분히 무겁게 처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태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민식이법의 법정형이 과도하다."며 "비례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난 4일 설명했다. 또 "교통사고로 인한 과실치사임에도 살인죄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형량"이라며 "고의와 과실범의 구분은 근대형법의 원칙인데 이런 원칙이 흐려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교통사고 가해자는 ‘고의범’이 아닌 ‘과실범’으로 분류된다. 사람을 고의로 해치려는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실범인 교통사고 운전자를 살인죄, 강간죄 등과 같은 고의가 포함된 범죄와 비슷하게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반면 정경일 변호사는 지난 12일 YTN 라디오에서 "어린이보호구역은 대개 최대 600m 정도다. 시속 20km로 운전해도 1분에 333m를 간다. 결국 1분 먼저 가느냐, 아니면 어린이 안전을 보호 하느냐의 문제"라며 “어린이의 특수성을 고려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만큼이라도 어린이들이 사고 없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하자.”고 주장했다.

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약자를 더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가 가중처벌 조항이다.“며 "특히 스쿨존의 경우 아이들에게 주의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기에 운전자에게 더 주의 의무를 부과하자는 측면에서 법정형을 높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민식이법과 관련해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 핵심은 처벌이 아니라 사고 예방에 있다. 전국적으로 스쿨존이 늘어난 만큼 운전자들이 미리 스쿨존을 인지하고 예방운전을 할 수 있도록 특별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잉처벌 논란을 감안한 듯 법 개정의 핵심은 사고 예방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민식이법은 9월 충남 아산시 용화동 온양중학교 정문 근처에서 9살 김민식 군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차로를 가로질러온 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을 계기로 발의되었다.
 

[사진=류혜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