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 청구 요건 검토”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 2018가단7961 판결

  • 프린트
  • 글씨작게
  • 글씨크게
1. 들어가며

건설공사 실무에서, 발주자(원청)로부터 공사전체를 수급받은 수급인(원사업자)이 직접 공사를 다 완공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고, 수급인이 일부 공사들을 하수급인(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상황에서 수급회사의 파산, 부도 등 사유로 인하여 하수급인이 공사를 해주고도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상대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하수급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규정되어 있으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및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이 대표적이다.

원칙적으로 하수급인은 수급인과 계약을 체결한 것이지, 발주자와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므로, 하수급인은 수급인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못 받았다고 하여 발주자에게 바로 공사대금 청구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하도급법 및 건산법 규정에 따라 일정한 법정 사유가 발생하였을 경우(가령, 3자간합의 또는 2회분이상하도급대금미지급 및 하도급대금지급보증의무미이행 등)에는 예외적으로 하수급인이 직접 발주자에게 하도급 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

아래 사례는 바로 이러한 하도급대금 직접청구의 전형적 사안으로써, 필자가 최근에 승소판결을 받은 케이스이다.

2. 사실 관계

가. 피고는 2017. 6. 1. 주식회사 A건설(이하 ‘A건설’)에게 00시 00면 00리 산000-0 일원에서 진행하는 0000일반산업단지 조성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를 계약금액 140억원에 도급주었다.

원고1은 A건설로부터 이 사건 공사 중 발파공사를 하수급받은 업자이다. 원고2,3,4는 각 이 사건 공사에 필요한 굴삭기를, 원고5는 불도저를 각 A건설에 대여한 업자들이다. 원고6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 유류를 공급한 업자이고, 원고7은 식사를 공급한 업자이다.

원고1은 발파공사를 수행하였으나 A건설로부터 공사대금 3,000만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원고 2,3,4,5는 2017. 6.경부터 A건설에 이 사건 공사 현장의 굴삭기나 불도저를 대여하고도 원고2는 1,800만원, 원고3은 2,000만원, 원고4는 1,298만원, 원고5는 1,500만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2017. 6.경부터 7.경 사이에 이 사건 공사에 원고6은 36,156,782원 상당의 유류를, 원고7은 7,029,000원 상당의 식사를 공급하였으나 그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나. A건설은 2017. 6.경부터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의 임금과 원고들 등에 대한 하도급대금, 장비대여대금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였다. 이로 인해 A건설의 대표이사는 2017. 8.경 원고1,2,3,4,5와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에게 지불각서를 작성하여 교부하기도 하였다. 그 후 A건설은 대표이사가 사망하고 2018년경 폐업하였으며, 그 이후에는 정상적인 사업수행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

다. 이에 원고들은 필자를 찾아와 자신들의 공사대금을 A건설로부터는 받을 수 없는 상태에 있으니, 대신 발주처인 피고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지를 문의하였다.

필자는 “원사업자인 A건설은 자금사정의 악화로 부도가 나서 폐업상태인 점 등의 사유로 변제능력이 부족하여 즉시 변제해야 할 채무를 일반적•계속적으로 변제할 수 없는 객관적 상태(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다65839 판결 참조)”라고 판단하였고, 따라서 “원고들은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1호 및 건산법 제35조 제2항에 따라 하도급대금을 피고회사에 청구할 수 있으며, 하도급 내지 건산법 규정 적용이 배제되는 원고들에 대하여는 예비적으로 채권자대위에 의한 청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소제기와 동시에 피고가 관할청에 예치해둔 산지 복구비 예치금 반환채권에 대하여 가압류를 하였다.)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하였을까.

3. 판결 요지

가. 원고 1, 2, 3, 4, 5

(1) A건설이 2017. 6.경부터 근로자들의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다가 2018년경 폐업하여 정상적인 사업수행을 하지 못하게 된 사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하수급인 내지 건설기계업자인 원고1,2,3,4,5가 피고에게 이 사건 소장의 송달로써 하도급대금 내지 건설기계 대여대금을 직접 청구한 사실은 이 법원에 현저하다.

(2) A건설이 피고에게 갖는 기성공사대금채권의 액수에 관하여 본다. 갑 제4 내지 24, 29호증의 각 기재, 증인 000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A건설이 피고에게 가지는 공사대금채권은 적어도 이 사건 공사의 진행을 위해 부담하거나 지출한 비용 이상이 될 것임은 인정할 수 있다.
①이 사건 공사는 A건설의 참가 전에 전체 공정의 일부가 시공된 상태였고, 이로 인해 A건설은 피고와 사이에 기성공사대금을 청구할 때 6억원을 공제하기로 약정하였다. 이 사건 공사를 실제로 진행한 000은 A건설 참가 당시의 공정율이 2-3% 정도라고 진술하고, 공제하기로 한 6억원을 단순히 전체 공사대금 140억원에 대입하여 보면 4% 남짓이다.
②A건설은 이 사건 공사를 수행하기 위해 원고들에게 발파작업을 수행시키거나, 건설기계를 대여하였으며, 유류와 식사 등 소모성 비용을 지출하였다. 이를 보면 실제 A건설이 공사를 진행한 사실 자체는 분명해 보이고, 000은 상명건설이 진척시킨 공정이 전체의 6-7% 정도는 되어 최종 공정률이 12-13% 정도라고 진술하고 있다. A건설이 진행한 공정율을 6%로 보고 이를 단순하게 전체 공사대금 140억원에 견주어 보면 8억 4,000만원이 넘는 규모이다.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한 신문보도는 이 사건 공사가 공정률 30% 상태에서 중단되었다고 보도하기도 하여, A건설 참가 전의 상태와 비교하였을 때 공사 중단 당시까지 어느 정도의 공사진척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A건설이 진행한 공사의 내용과 정도는, 하수급업자나 건설기계 대여업자 등의 지위에 있는 원고들에 비해 발주자인 피고가 훨씬 손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고는 공정율을 확인할 수 없다고만 주장할 뿐, 실제 공사가 진척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증거나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④A건설이 피고에게 정확히 얼마의 추가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보다 구체적인 자료가 제출되거나 공정율에 대한 감정이 이루어져야 하기는 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들을 경험칙에 비추어 보면, A건설이 피고에게 가지는 기성공사대금은 공제하기로 한 6억원을 고려하더라도 적어도 이 사건 공사의 진행을 위해 A건설이 부담하거나 지출한 비용 이상이 될 것임은 인정할 수 있다.

(3) 따라서 피고에게 건산법 제35조 제1항 제4호 및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위 원고들에 대한 하도급대금 등의 직접지급 사유가 발생하였다.

나. 원고 6, 7

(1) 건산법 및 하도급법에 의한 직접 지급 청구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6,7은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유류 및 식사를 공급한 사람들로서, 이 사건 공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하수급받은 사람들이 아님이 명백하다. 원고6,7이 공급한 유류나 식사가 건설공사용 부품이 아님도 명백하므로, 위 원고6,7을 제작납품업자라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6,7에게 건산법 제32조, 제35조, 하도급법 제14조가 적용됨을 전제로 하는 위 원고6,7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대위청구

위에서 본 바와 같이 A건설은 폐업하고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고, 2017. 6.경부터 근로자들의 임금이 체불되고 원고들에 대한 대금 등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 점, 원고들이 대위행사하고자 하는 A건설의 피고에 대한 채권 외에는 상명건설이 다른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A건설은 변제자력이 없어 그에게 임의 변제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원고6은 이 사건 공사에 36,156,782원 상당의 유류를, 원고7은 7,029,000원 상당의 식사를 공급한 사실과 A건설의 피고에 대한 기성공사대금이 최소한 A건설이 지출하거나 부담한 액수 이상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도 위에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피고는 A건설을 대위한 원고6에게 36,156,782원을, 원고7에게 7,029,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결론

원고들의 청구 전부 인용.

4. 판결의 의의

결국 재판부의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가. ①원고1,2,3,4,5는 건산법 및 하도급법에 따라 피고에게 직접 청구가 가능한 하수급자 지위에 있고, 또한 각 거래가 하도급거래에 해당하고, ②A건설은 변제능력이 부족하여 즉시 변제해야 할 채무를 일반적․계속적으로 변제할 수 없는 객관적 상태에 있음, 즉 지급정지•파산,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사유로 말미암아 A건설이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며, ③A건설이 피고에게 갖는 기성공사대금채권의 액수는 현실적으로 인정되며, ④따라서 원고1,2,3,4,5는 발주처인 피고에게 건산법 제35조 제1항 제4호 및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하도급대금 등을 직접지급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①원고6,7은 이 사건 공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하수급받은 사람들도 아니고, 원고6,7이 제공한 것이 건설공사용 부품이 아니어서 제작납품업자라고 할 수도 없어서, 건산법 및 하도급법이 적용되지는 아니하나, ②A건설이 무자력인 점 등 요건을 만족하여 민법상 채권자대위에 의하여 피고에게 직접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 채권자가 자기의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금전채권을 대위행사하는 경우 제3채무자로 하여금 채무자에게 지급의무를 이행하도록 청구할 수도 있지만, 직접 대위채권자 자신에게 이행하도록 청구할 수도 있다(대법원 2016. 8. 29. 선고 2015다236547 판결 등 참조).

이 판결은 법리적으로나,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나 어느 모로 보든 매우 타당한 판결로 생각된다. 특히, 구체적 사실관계와 제시된 자료들을 깊이 탐독하여 공정율에 대한 감정 없이도 ‘A건설이 피고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공사대금의 범위’를 탄력적•현실적으로 판단해준 아주 명쾌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5. 나가며

어려운 사안이었지만 의뢰인들과의 협력을 통해(가령, A건설의 현장대리인이었던 000을 증인으로 소환하였고, 그를 통해 기성공사대금청구서 등 자료를 제시할 수 있었던 점 등)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 굉장히 기뻤고, 어려운 처지에 있던 의뢰인들의 고통을 해소해 줄 수 있어서 법률가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

하도급대금은 영세한 하도급업체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재산이고, 동일한 상황에 놓인 하도급업체들이 여럿일 경우가 많으므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청구 요건을 면밀히 검토하여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처럼 비록 수급회사가 부도가 났다고 하더라도 원청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아낼 수 있는 길이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를 찾아가 자문을 구하도록 하자.
 

[사진=남광진 변호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