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부당노동행위 이유로 법인도 무조건 처벌하는 양벌규정은 위헌

면책조항 없는 양벌규정은 헌법정신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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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노동행위 관련 양벌규정에 대한 위헌결정]

헌법재판소는 2019. 4. 11.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는 경우 법인도 함께 처벌하도록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4조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2017헌가30).

위 결정과 관련하여 헌재는 2008헌가14 결정에서 면책사유를 정하지 아니한 법인의 양벌규정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한 이래로 같은 취지의 양벌규정에 대하여 일관되게 위헌을 선언하였다는 점을 밝히며, 위 사안 역시 이와 동일한 취지임을 명시하였다.

종래 헌재의 결정에 따르면,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업무에 관하여 범죄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인정되면, 법인이 그와 같은 종업원 등의 범죄에 대해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를 전혀 묻지 않고 곧바로 그 종업원 등을 고용한 법인에게도 종업원 등에 대한 처벌조항에 규정된 벌금형을 과하도록 하는 규정”은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선례의 취지에 따라 헌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4조가 법인에 대한 형벌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업원 등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는 경우 그를 고용한 법인에 대한 어떠한 면책사유도 두고 있지 않은 것은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면책조항이 없는 양벌규정은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

위헌법률제청신청을 한 주식회사에 소속된 임직원 4인이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운영하는 과정에 개입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공소가 제기되면서, 주식회사인 위 제조업체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4조에 따라 함께 공소 제기되었다.

위 조항은 법인 또는 단체의 대표자,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단체 또는 개인도 처벌한다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었다.

이에 위 주식회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4조는 형사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고, 제청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이와 같은 제청을 받은 헌법재판소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합법 제94조 중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90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도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 부분 가운데 제81조 제4호 본문 전단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였다.

해당 규정은 종업원의 행위로 인하여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할 경우 곧바로 법인에게도 동법 제90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벌금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심판의 대상이 된 조항은 종업원의 범죄행위에 대한 법인의 가담 여부, 종업원을 감독할 주의의무 위반 여부 및 법인의 면책사유에 대하여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종업원 등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는 경우, 법인은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을 받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바로 이 부분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보았다. 어떠한 행위에 대한 형벌을 규정하는 경우에는 법치주의와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심판의 대상이 된 조항은 법인이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한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를 다한 경우에도 일괄적으로 법인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 규정은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위헌 결정의 주된 요지이다.

이와 같은 결정은 헌법에 규정된 법리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 결정에 따라 향후 행위자만을 처벌한다면 부당노동행위 제재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고용노동부는 동 결정 취지에 부합하면서도 부당노동행위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는 점을 밝혔다. 부당노동행위는 노동관계법령을 위반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헌법의 원리에 부합함과 동시에 부당노동행위를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사진=전별 변호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