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레이더] 국회서 잠자는 디스커버리 제도.."도입 땐 당사자 화해 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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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06 16:22
수정 : 2023-12-0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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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로앤피]
자료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대법원 디스커버리 연구반이 지난해 8월17일부터 26일까지 전국법관을 대상으로 디스커버리 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현행 민사소송 제도에서 당사자가 자료를 수집·확보하거나 법원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4%가 공감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자료=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민사소송 절차에 '디스커버리(discovery) 제도'가 도입될 경우 증거 편재 현상을 해소하고, 본격적인 재판 전 증거 확인을 통해 당사자 간 화해나 소 취하를 촉진할 수 있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조사처) 연구결과가 나왔다. 조사처는 현재 대법원 디스커버리 연구반에 의해 국회에 제출된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개정안 입법을 촉구하면서도, 이번 개정안에 다 담지 못한 디스커버리 제도들은 향후 확대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처장 박상철)는 최근 '민사소송절차 선진화를 위한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관한 조사' 보고서('NARS 입법·정책' 제136호, 법제사법팀 류호연)를 발간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변론 절차 진행 전에 양 당사자 사이에 사건과 관련된정보를 교환하도록 하는 절차를 말한다. 법원은 사법적 관여를 최소한으로 하고 소송당사자에게 다양한 수단을 통해 증거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LG화학·SK이노 분쟁 통해 국내 알려져…2021년 본격 연구

국내에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이 논의된 계기는 2019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분쟁 때다. '세기의 영업비밀 소송'으로 불린 이 분쟁은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법조계에서는 당시 LG화학이 국내 법원이 아닌 미국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가 디스커버리 제도를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내에도 디스커버리 제도의 장점이 널리 알려졌다.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증거교환으로 정보가 공개됨에 따라 증거의 구조적 편재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본격적인 변론 전에 당사자 간 증거를 미리 교환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증거를 확인한 다음 소송을 진행하지 않거나 화해로 마무리함으로써 불필요한 소송을 예방할 수 있다.

이에 국내 법원은 2021년부터 디스커버리 제도에 대한 논의와 연구에 들어갔다. 대법원은 법관 9명, 교수 1명, 변호사 1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 디스커버리 연구반을 구성했다. 연구반은 지난해 7월까지 총 15회에 걸쳐 회의를 진행하고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자신의 인식에 반하는 진술 또는 소송자료의 제출을 금지하는 '진실의무 도입' △제재 수단을 다양하게 규정하는 등 '문서제출명령' 제도의 개편 △'증언녹취 제도의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디스커버리 입법 필요…'법원 지나친 개입' 등 미비점은 추후 개정을"

하지만 류 조사관은 이같은 연구반이 내놓은 개정안이 디스커버리 제도의 본질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진실의무 도입과 문서제출명령 제도 개편은 기본적으로 '법원이 주재하는 증거조사'라는 점에서 당사자가 주도하는 디스커버리 제도와 다르다는 설명이다. 

개정안의 증언녹취 제도 역시 법원이 적극적으로 증언녹취 과정에 개입한다는 점에서 문제로 꼽혔다. 증언녹취 제도는 당사자 주도로 절차가 진행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사실관계 파악과 그에 따른 합의를 촉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개정안의 증언녹취 제도는 법원공무원이 증언녹취 과정에 참관하고 그 과정을 녹음 또는 영상 녹화 하도록 하고 있어 판사가 주재하던 기존 증인신문과 다르지 않다는 게 류 조사관의 견해다. 

류 조사관은 "대법원 디스커버리 연구반의 민사소송법 개정안은 디스커버리 제도 중 증언녹취 제도를 제한적으로 도입하고 있을 뿐 효율적이고 공평한 증거수집을 촉진할 수 있는 '최초 공개 제도'가 제외되고 증언녹취 제도 고유의 장점을 온전히 살리지 못했다"며 "하지만 개정안이 우리 민사소송 절차에 증언녹취 제도 도입이라는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연구반의 개정안 입법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며 그 이상의 디스커버리 제도 확대 도입은 향후 과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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