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앞둔 '보호출산제' 논란…"헌법 불합치" 낙태죄 폐지는 5년째 '낮잠'

남가언 기자 입력 2024-05-07 09:31 수정 2024-05-07 09:31
  • 7월부터 '익명 출산' 후 국가에 아기 인도토록

  • "그보다 임신 중지 등 자기결정권 보장해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최근 출생 미등록 영아 살해 및 유기 사건이 잇따르자 당정이 출생통보제와 함께 '보호출산제'를 도입해 관련 법안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호출산제가 출산에 대한 책임을 회피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보다 5년째 국회에서 잠든 낙태죄 폐지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는 7월 19일 보호출산제를 골자로 하는 ‘위기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보호에 관한 특별법(위기임신보호출산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보호출산제란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이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출산한 후 아이를 국가에 안전하게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앞서 출생신고를 보완하는 출생통보제가 먼저 도입됐다. 이 제도는 병원이 신생아 출생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토록 한 제도다. 출생신고를 피하는 이들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수원에서 산모가 아이를 출산한 후 집 안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했던 '수원시 영아 살해사건'이 사회에 알려지면서, 부모가 출생신고를 일부러 하지 않아 국가에서 아이를 보호하지 못하게 되는 사례를 막고자 관련 법안이 제정돼 지난해 6월 국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의외의 부작용이 노출됐다. 여성이 아예 병원을 가지 않고 출산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병원 밖에서도 익명으로 출산토록 하는 보호출산제가 뒤이어 통과된 것이다.
 
하지만 무책임한 출산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계는 보호출산제가 임신부의 출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부모를 방관해 영아가 유기되도록 방치하고, 아동의 알권리 및 인권 침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지난달 성명을 내고 "위기임신보호출산법은 태생부터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에, 그 시행을 위한 시행령 및 시행규칙은 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여변은 △위기임신부와 아동이라는 수범자의 특성상 이를 관리하는 지역상담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의 중요성이 큼에도 해당 부분 규정이 빠진 점 △인권침해 소지가 심각한 경우 이를 감독하고 보완해 줄 법원 결정이 필요하다는 점 △전반적으로 내국인을 염두에 둔 규정이므로 외국인 아동과 이주배경아동도 포함해야 한다는 점 △생부의 권리 침해에 대한 보완책이 미비한 점 △보호출산 신청 철회 기간이 불분명한 점 등을 보호출산법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하는 입법이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형법상 자기낙태죄·의사낙태죄 처벌 규정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당시 개정 시한을 2020년 12월 31일로 못 박았지만, 낙태죄 폐지 관련 형법 개정안은 5년째 계류된 상태다.
 
소라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상교수는 "(낙태죄 폐지 관련 형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호출산제를 도입·시행하는 것은 낙태 갈등 상황의 여성에게 몰래 아이를 낳고 유기하는 것과 범죄자가 되는 것 사이에서 결정을 강요해 보호출산으로 유도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신 단계에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출산 이후에는 아동의 정체성과 알권리를 조화롭게 보장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후속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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