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 티샷에 30대女 안구적출 "캐디 책임"…"골프장은?"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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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06 12:12
수정 : 2024-04-0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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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구조상 어떤 홀에서는 골프 카트를 티박스 앞쪽에 세울 수 밖에 없다. 캐디는 동반자들에게 '내려서 티박스 뒤쪽으로 이동하라'고 했지만 동반자들은 듣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진행된 티샷에, 카트를 타고 있던 동반자가 눈을 맞아 실명했다. 누구 책임일까. 
 
골프장 전경 자료 이미지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김옥현 기자
골프장 전경 자료 이미지.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김옥현 기자]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골프장 캐디 A(52·여)씨에게 금고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10월 3일 오후 1시께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고객들과 라운드 중 티박스 좌측 10m 전방에 카트를 주차한 뒤 남성 골퍼에게 티샷 신호를 했고, 이 공이 날아가 카트 안에 있던 B(34·여)씨의 눈에 맞아 실명하게 한 과실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B씨는 왼쪽 눈이 파열돼 안구를 적출하는 등 영구적인 상해를 입었다. 다친 B씨는 미혼인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캐디로 20년 이상 근무한 소위 베테랑인 A씨는 재판에서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이 없었고 이 사건 결과 발생과의 상당한 인과관계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러 증거와 진술 등을 종합한 재판부의 판단은 캐디인 A씨의 업무상 과실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시 남성 2명과 B씨 등 여성 2명이 라운드 중이었고, 사건이 발생한 뒤쪽 티박스는 좌측 약 10m 전방에 카트를 주차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카트 주차 구역은 따로 설정돼 있는데, 오르막 끝에 위치한 남성용 티박스를 바라보도록 세우게 돼 있다. 즉 화이트 티박스에서 보면 좌측 앞쪽에 카트가 주차돼 있는 상태에서 티샷을 하는 셈이다.  

남성 2명이 먼저 순서대로 친 티샷이 모두 전방 좌측으로 날아가 OB(Out of Bounds)가 된 상황에서 일명 멀리건 기회를 얻어 다시 친 공이 전방 좌측의 카트 방향으로 날아갔다. 

재판부는 카트를 해당 홀 티박스 뒤쪽에 주차할 수 없는 이례적인 구조였지만, '카트는 세우고 손님들은 모두 내려서 플레이어의 후방에 위치하도록 해야 한다'는 매뉴얼 등에 어긋나게 경기를 운영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박 부장판사는 "상당한 불운이 함께 작용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은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캐디로서 사건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기본적인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채 안일하게 대처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로 말미암은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사건 발생 이후 2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피해자에 대한 별다른 사고나 피해 보상 노력이 없어 무책임한 태도에 비추어 실형 선고를 면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동반자들에게 내려서 뒤로 이동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동반자들이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이 사건은 상급법원에서 2심이 진행된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한 마디로 "골프장 구조상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왜 캐디에게만 책임을 묻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골퍼들이 캐디의 통제에 잘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 

해당 골프장은 이 사건 발생 후 안전상의 이유로 티샷 구조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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