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계열사 주가 더 낮다" 불구…LG 총수 일가, 상속세 소송 패소

  • 구광모 회장 "세무서가 CNS 주가 너무 높게 책정"
  • 세무서 "장외거래 가격 매일 공개돼" 논리 승소
  • 전문가들 "다른 비상장사 상속세에도 영향"
info
입력 : 2024-04-04 11:26
수정 : 2024-04-04 17:54
프린트
글자 크기 작게
글자 크기 크게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버 암 센터를 방문해 세포치료제 생산 시 항암 기능을 강화한 세포를 선별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버 암 센터를 방문해 세포치료제 생산 시 항암 기능을 강화한 세포를 선별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가 ‘계열사 지분 가치가 실제보다 더 낮다’는 논리를 펼치다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4일 구 회장이 모친 김영식 여사와 두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연수 씨와 함께 용산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구 회장 측은 2018년 사망한 구본무 전 회장에게 상속받은 LG CNS 지분 1.12%의 가치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며 지난 2022년 소를 제기했다.
 
이 회사는 비상장사여서 주가가 상속세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구 회장 측 주장은 “당국이 LG CNS 소액주주 간 거래를 토대로 주가를 산정해 상속세를 매겼는데 이는 실제 가치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비상장회사 주식가치 평가는 매매사례가액에 기반한 평가, 유사 상장사의 주식가액을 이용한 평가, 보충적 평가 등으로 이뤄진다. 구 회장 측은 순자산·순손익가치의 가중치를 반영한 보충적 방식을 주장한 것이다.
 
반면 세무당국은 실제 매매 사례를 바탕으로 한 가액 평가방식을 썼다. 용산세무서 측은 “LG CNS 주가가 장외 거래되고 있고 매일 일간지에도 보도된 만큼 왜곡됐을 가능성이 작다”고 반박했다. 당시 세무당국은 소액주주 간 거래를 토대로 주식 가격을 1주당 2만9200원으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LG CNS 비상장 주식의 거래가액은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며 "당국이 거래가액을 시가로 인정해 주식 가격을 산정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수관계 등 친분이 없는 거래 당사자들이 각자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비상장주식을 매매했다"며 "이런 거래가 시세를 조작하려는 의도로 이뤄졌다는 등의 사정은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이 승소하면 108억원 가량을 돌려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이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주면서 그의 시도는 무산됐다.
 
구 전 회장의 유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모두 2조원 규모다. LG 일가에 부과된 상속세는 9900억원이다.
 
구 회장은 구 전 회장의 지분 11.28% 중 8.76%를 물려받았다. 김 여사와 두 딸은 ㈜LG 주식 일부(구연경 대표 2.01%, 연수씨 0.51%)와 구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았다.
 
이번 소송과 별개로 세 모녀는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며 상속회복청구 소송도 낸 상태다. 이때문에 과세당국이 부과한 상속세가 상속회복청구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세금 소송을 함께 진행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 상속전문 변호사는 "재계에서 상속, 증여 이후 세금을 놓고 세무당국과 소송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며 "상속반환 문제를 앞두고 이들에게 공동으로 부과된 세금이 높게 책정된 부분을 취소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구 회장이 승소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환급액인 108억원이 구 회장 일가가 납후해야 하는 상속세 총 9900억원에 비하면 1%대인 극히 적은 액수에 해당하는데, 그럼에도 소송을 낸 것은 LG의 다른 비상장 계열사 가치평가를 두고 벌어질 수 있는 법정 다툼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LG는 부동산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비상장사를 두고 있다.

또다른 상속전문 변호사는 "세금 부과나 지분 매각 시 기업인들이 비상장 주식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LG CNS는 비상장사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하고 있고 클라우드, 생성형 AI(인공지능) 등의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LG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라며 "이러한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에 대한 세무당국과 입장차로 인한 리스크를 사전에 해결하기 위해 소송을 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후원계좌안내
입금은행 : 신한은행
예금주 : 주식회사 아주로앤피
계좌번호 : 140-013-521460
최신기사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