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사단' 휘어잡는 박성재 장관…검찰총장‧중앙지검장 '흔들'

  • 10기수 차이에 고검장‧검사장 소집까지
  • "윤‧한 충돌 후 검찰 재정비 나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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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01 16:16
수정 : 2024-04-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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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재 법무부 장관왼쪽과 이원석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재구성
박성재 법무부 장관(왼쪽)과 이원석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재구성]

최근 검찰이 숨죽이고 있다. ‘한 몸’ 같았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에 간극이 생기면서다. 특히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검찰 내부 단속에 적극 나서면서, 윤 정부 실세이자 한때 검찰을 사실상 지휘하던 한 위원장을 겨냥한 대통령실의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화의 핵심엔 지난 2월 20일 취임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연수원17기)이 있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인은 “박 장관이 취임 직후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29기)을 교체하려 했다는 얘기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라며 “여기엔 대통령실의 의중이 실려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지검장은 한동훈 위원장(27기)의 최측근 그룹으로 꼽힌다. 물론 윤 대통령과도 가까웠다. 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 시절 한동훈 위원장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특수부 지휘), 송경호 지검장은 당시 특수2부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이후 김건희 여사 소환조사 문제를 두고 한동훈‧송경호 두 사람은 윤 대통령 쪽과 다소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박성재 장관을 임명한 것이다. 그는 이원석 검찰총장(27기)보다 연수원 기수가 10회나 위다. 역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은 기수도 비슷하고 역할도 나눠져 있어 늘 법무검찰의 쌍두마차처럼 여겨졌지만 이번엔 매우 이례적인 차이다. 특히 박 장관은 2016년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이 총장을 특수1부장으로 직접 거느린 적도 있다.
 
한 마디로 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검찰총장을 포함해 검찰 조직을 휘어잡을 만한 경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한 위원장과 연수원 동기인 이 총장이 중간에서 검찰 수사와 조직을 통제‧보호해야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 돼 버렸다.
 
실제 박 장관은 취임 한 달여 만에 전국 고검장과 검사장들을 직접 소집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전국 고검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수사 지연 해소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주형 서울고검장, 노정연 대구고검장, 최경규 부산고검장(이상25기), 임관혁 대전고검장(26기), 홍승욱 광주고검장(28기), 김석우 법무연수원장(27기) 등이 참석해 1시간 30분 동안 회의했다.
 
이어 25일 지방 지검장 간담회에는 배용원 청주지검장(27기), 박종근 광주지검장, 한석리 울산지검장, 신응석 대구지검장(이상28기), 노만석 제주지검장, 박재억 대전지검장, 정진우 춘천지검장, 정영학 부산지검장(이상29기), 이창수 전주지검장, 김성훈 창원지검장(이상30기) 등 10명의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총출동해 2시간 동안 박 장관 주문을 경청했다.
 
박 장관은 29일엔 수도권 지검장을 소집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물론이고 이진동 서울서부지검장(28기), 김유철 서울남부지검장, 황병주 서울동부지검장, 이진수 서울서부지검장, 송강 인천지검장(29기), 신봉수 수원지검장(이상29기), 김선화 의정부지검장(30기) 등이 모였다. 역시 2시간 동안 회의를 가졌다.
 
내용은 검찰 수사 지연 해결방안 논의 등 일반적인 주제였다지만, 법무장관이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 전원을 3차례에 걸쳐 법무부 과천청사로 소집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고검장 회의나 검사장 회의는 주로 검찰총장이 소집한다.
 
이 정도면 ‘강한 장관’으로서 사실상 위력 시범을 보인 것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정부 때 박범계 장관이 고검장 회의를 소집했을 땐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나왔다. “장관이 직접 검찰을 지휘하는 건 위법”이란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검찰에 침묵이 흐르고 있다.
 
총장의 위상 변화도 보여준다. 과거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존중하는 차원에서라도 검찰 간부 소집 등을 피했다면, 총장 ‘직속 부대’인 대검 중수부도 없어진 마당에 사실상 법무장관이 검찰을 지휘하는 전 정부 때부터의 관행까지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이원석 총장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등 이른바 한동훈 사단이 ‘정중동’하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특히 송 지검장은 한동훈 위원장이 법무장관 때 중용한 중앙지검장어서, 송 지검장에 대한 향후 인사는 한 위원장의 정치적 파워 문제와 맞물려 여야 정치권의 관심도 끌고 있다.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내부 ‘설’은 많지만 확실한 건 없다”면서도 “불안정한 조직 분위기 탓에 검찰 수사 전반이 활력을 잃는 느낌까지 주는 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민감한 이슈가 여럿 걸려 있어, 본격적인 (대통령실) 움직임이 나온다 쳐도 총선 후는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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