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진의 異意있습니다] 최저임금제 폐지? 당신도 탄핵당하고 싶소?

최저임금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어느 대선 후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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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로앤피]

[사진= 아주경제]


롯데리아 치즈버거가 그렇게 먹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그 전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없었다.  딱 950원짜리... 패티와 치즈, 샐러드 조금이 전부였던, 그 나마 세트메뉴도 아닌 달랑 햄버거 하나만 있는 단품메뉴, 그것이 그렇게 먹고 싶었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그렇게 먹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는 말에는 ‘그땐 먹을 수 없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닥 좋아하던 것도 아니었건만, 또 분명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것이었건만, 침만 흘리며 그 옆을 지나가는데 인생이 그렇게 처량할 수 없었다. 점점 더워지던 늦봄 살랑거리는 바람을 따라 뒤쫓아오던 햄버거 패티 굽던 내음, 위장을 요동치게 하던 그 냄새는 잊을 수 없다. 돌아보면 추억인데, 참 아프고 쓰리다.
 
사실 우리 집은 그리 어렵게 살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나름 부족함 없이 살았던 것 같기도 하다. 친구들이 모두 지방 국립대를 갈 때 나는 바득바득 우겨 서울 사립대학을 갔고 군청색 나이키 코르테즈가 부산에 처음 들어왔을 때 신고 다닐 수 있었다.
 
대학생활도 나름 여유가 있었다. 풍족할수야 없었지만 집에서 부쳐주는 용돈과 하숙비는 생활하는데 별 불편함이 없었다. 그 놈의 ‘다단계 자석요’가 학교를 강타하지 않았다면 내 대학생활에 편의점 알바같은 건 없었을런 지도 모르겠다. 

92년 봄, 그때만 해도 매해 봄이면 ‘등록금 투쟁’이라는 것을 했다. 등록금을 올려야 되겠다는 학교 측과 올리지 말라는 학생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기간인데, 학생들은 등록금을 일부러 내지 않고 미루면서 학교 측과 협상을 벌이곤 했다.

물론 부모님들은 알 리가 없었다. 집집마다 때 맞춰 등록금을 부쳤는데, 등록금 투쟁한답시고 납부를 미루다보니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달이상 거금이 학생들 통장에서 고스란히 잠을 자는 상황이 생겼다. 그해도 어김 없었다.
 
“내가 요즘 좋은 돈벌이를 하는데 말이야...”
그 선배의 유혹은 달콤했다. 자석요 사업을 한다던 그 선배는 딱 한 달만 투자하면 10% 이자를 붙여서 주겠다고 했다. 직접 사업에 뛰어들면 더 좋지만 그걸 못하겠다니 자기에게 투자를 하라는 것이었다. 원래부터 현란했던 선배의 '말빨'은 '다단계 마케팅 기법'을 만나 최고수준으로 발달해 있었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고, 믿을 수 있는 선배였다. 함께 최투탄을 맞으며 화염병을 던진 동지였다. 뭐 생각할 것도 없었다. 길어야 한달 아닌가? 이미 나는 등록금 투쟁이 끝날 쯤 10% 불어난 채 돌아와 내 한 학기 생황을 윤택하게 해 줄 ‘등록금’ 생각에 잔뜩 들떠 있었다. 
 
하지만,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했던가? 모든 계획이 산산조각이 났다는 걸 안 건 그로부터 딱 2주 뒤였다. 늘 보였던 그 선배가 갑자기 보이지 않았던 것이 영 꺼림직했는데, 역시나 였다.
 
그 선배는 나에게서 백만원을 빌린 다음 날 종적을 감췄다. 아마도 내게서 빌린 돈이 도피자금이었던 같다. 그 이후, 그 선배를 봤다는 사람은 없다. 아직도 나는 그의 소식을 모른다.
 
어쨌던 덕분에 나에게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당장 등록금을 마련해야 했는데 그렇게 큰 돈을 빌려 달라고 여기저기 쫓아 다녀본 건 처음이었다. 다만, 약간의 저축이 있고 급히 도움을 주는 친구도 있어 위기를 어찌어지 넘기기는 했는데, 한학기 꼬박 팔자에 없는 편의점 알바를 해야 했다. 이상하게도 과외알바 자리가 생기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때 나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930원이란 걸 알았다(92년 기준). 빅맥도 버거킹도 아니고 그냥 롯데리아 치즈버거 한 개도 못사먹는 돈이었다. 그 돈을 벌려면 한 시간 내내 숱한 손님의 물건 값을 계산해야 했고 청소를 하고, 매대를 정리해야 했다. 그때도 CCTV란 놈이 있었기에 ‘농땡이’를 칠 수도 없었다. 정말 피 같은 돈이었는데, 그 돈으로는 제일 싸구려 햄버거 하나도 못사먹는다니 화가 났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아니라고 일할 사람은 많았고, 나는 돈이 필요했다. 
 
2022년 내년도 기준 최저임금 9160원. 30년 사이 10배가 올랐다. 물론 물가도 같이 올랐다. 그래도 햄버거 하나보다 못하던 최저임금은 햄버거 세트메뉴 하나 정도를 먹고도 1천 몇백원 정도 남길 수 있는 수준이 됐다.

하지만 아직 1만원도 안되고 실질적인 생존을 보장할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노동자들이 싸우고 또 싸웠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얼마나 먼지 짐작도 안간다. 경제규모 세계 9위의 경제대국,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는 대한민국의 처절한 민낯이다.  적어도 8시간을 일하면 생계걱정은 하지 않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사회적 필요를 충족해주고 기업이 얻는 것이 이윤이다. 이윤추구에 목숨을 거는 이기적인 존재인 '기업'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장을 받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철학논쟁은 미뤄두더라도, 최저임금 제도는 대한민국 헌법에도 규정돼 있다. 현행 헌법 제32조는 근로권과 적정임금의 보장, 최저임금제 시행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낮게 책정되는 것과 별개로 최저임금제는 그 자체로 헌법이다. 최저임금제는 무조건 시행해야 하고, 정부가 이 임무를 게을리하거나 최저임금제를 폐지하면 위헌이 된다. 만약 그런 짓을 하는 대통령이 있다면 그는 탄핵대상이 된다. 
 
그런데, 그걸 폐지하자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심지어 그 중에는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까지 있단다. 본인은 ‘와전됐다’라고 뒤늦게 손사래를 치는 듯 한데, "최저임금 이하로도 일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라고 말해 놓고 무슨 와전이라는 건지 황당하다. 아무 말이나 쏟아내 놓고 뒤늦게 주워 담으려는 것 같아 우습기도 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최저임금제는 헌법 사항이다. 개정절차없이 폐지하면 위헌이다. 그런 짓을 하는 대통령은 탄핵대상이다. 
부디 대한민국이 탄핵심판정에 서는 대통령을 다시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애초에 그런 가능성을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