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진의 거두절미] 윤석열 후보님, 이제 검찰총장이 아닙니다

이제 정산의 시간이다. 정산 앞에 솔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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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오찬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제 호칭은 윤석열 후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이미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로 등록을 했으니 법적으로든 뭐로든 ‘후보’임이 명백하지 않겠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를 ‘前검찰총장’으로 부르고 있지만 이제는 그리 적당하지 않은 호칭으로 보인다.

물론 ‘前검찰총장’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는 이유 중에는 현직 시절 그의 행적에 대한 비판이 포함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윤 후보가 정치인으로 성공하려면 이제 ‘검사물’을 좀 빼야 할 것 같다. 굳이 '전직 검찰총장'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으려  하는 가장 큰 이유도 이것이다. 윤 후보가 지금의 자리까지 오는데 전직 검사, 혹은 전직 검찰총장이라는 이미지가 큰 도움이 됐겠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단언컨대 그 반대가 될 공산이 크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검찰총장이 임명장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문재인 정부에게 칼을 겨눴다는 점 하나로 열광적 지지자들을 끌어 모았다. 그런데 누군가를 ‘열광시킨’ 그 힘은 반대로 강렬한 미움의 이유도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너도 똑같이 당해보라’라는 마음으로 잔뜩 벼르고 있다는 것은 윤 후보도 알고 있을 것이다. 

윤 후보는 포퓰리스트로서의 재능이 상당하다. 공개석상에서 앞뒤 가리지 않고 상관을 들이받는 모습에서는 선동가로서의 기질까지 엿보인다. 그런 천부적 재능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르고, 뒤이어 검찰총장이 될 때까지 엄청난 도움이 됐을 거다. 우호적인 언론에는 정보를 쏟아주고 조금이라도 비판적이면 가차없이 고소고발을 날리는 것도 '검찰총장의 언론플레이'로는 분명 유용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아니다. 아니,  냉정히 말하면 이제 ‘정산의 시간’이다. 그간 좌충우돌했던 '검사 윤석열'은 사라지고 대신 '정치인 윤석열'이 모든 사람의 저울대에 오르내리게 됐다는 말이다. 그간의 고소·고발장은 날선 기사와  독한 비난이 돼 돌아올 것이고, 조국 前장관의 목을 조였던 먼지털이식 검증과 무차별 의혹제기는 이제 윤석열의 목을 조이게 될 것이다.

검찰총장일 때는 ‘장모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있냐? 상관 있다는 증거 있냐?’라고 되려 큰소리를 치는 것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겠지만 앞으로도 그러면 욕설이 가득 담긴 비웃음만 사게 될지 모른다. 누구나 그 자리에 오르게 되면 당연히 거치는 통과의례 과정이다.  비교가 안되겠지만 솔직히 말하지면 필자의 경험담도 약간 섞여 있다. 

당장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논문 의혹에 ‘대학이 자율적, 학술적으로 처리할 것’이라 한 것이나  '장모는 십원한장 남에게 손해끼친 것 없다'는 말이 저잣거리의 조롱거리가 된 것만 봐도 알수 있지 않던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솔직히 나는 윤 후보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축제여야 할 선거가 수준이하의 아마추어들로 막장 드라마가 되거나 김빠진 맥주가 되길 바라지도 않는다.

이제 윤석열 후보가 솔직하고 겸허한 품성을 가진 지도자,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껄렁껄렁한 모습이 소탈하고 솔직하다며 눈길을 끌던 전직 검찰총장이 이젠 아니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