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은 부당해 취소돼야”...법무법인 태평양 자사고 대리해 전부승소

서울교육청 항소 예고...법적 분쟁은 끝나지 않아

  • 프린트
  • 글씨작게
  • 글씨크게
서울시교육청이 8개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가 지정취취소처분에 불복하여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자사고에 완패했다. 1심은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취소 처분은 부당하여 무효라고 자사고에 손을 들어 준 것이다. 1심에서 8개 자사고를 대리한 법무법인 태평양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제기된 이번 행정소송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사고 운영성과평가의 기준, 행정의 예측가능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기준을 끌어내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의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리한 소송으로 자사고에 부담을 줘 유감이지만, 3심까지 있는데 포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즉,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행정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를 통하여 적극적으로 다툴 것을 예고했다.

이번 사건은 2016년 6월 전국 시·도 교육청에서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를 한 후 24개교의 자사고 가운데 11개교에 대해 지정취소 처분의 행정처분을 하면서 시작됐다. 11개교 중 8개교인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중앙고, 경희고, 이대부고, 한대부고는 처분에 반발하여 서울시교육청의 지정취소에 대해 취소청구의 행정소송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자사고 측과 이를 대리한 법무법인 태평양은 △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3 제8항 및 동법 시행규칙 제82조는 포괄위임금지원칙, 복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위헌‧무효라는 점 △ 평가지표와 배점이 큰 폭으로 변경된 2019년 평가기준을 사전에 공표하지 않았고, 처분의 이유제시 의무를 위반하여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는 점 △ 큰 폭으로 변경된 2019년 평가기준을 근거로 과거 평가에도 일괄 적용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반면에 서울교육청과 이를 대리한 법무법인 지평은 변경된 평가기준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자사고 측이 2019년 변경된 평가기준에 대해 예측할 수 있어 해당 처분에는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이랬다.

자사고는 일정한 평가기준에 의해 교육청 및 교육부의 평가를 받아 자사고에 지정된다. 이들 자사고는 자사고 지정 이후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평가를 받는다. 이 평가에서 자사고 설립의 목적에 맞게 잘 운영이 되었으면 자사고 지위가 갱신된다.

이번 사건에서 자사고들은 2014년 자사고 지정평가를 받은 후 2019년도까지 자사고의 지위를 유지했다. 자사고들은 학교를 운영하면서 2019년에 있을 자사고 평가를 대비하여 종전에 받았던 2014년 평가기준을 참조하여 운영하였다. 그런데 2019년 평가계획은 평가지표와 평가기준에 있어 모두 중대한 변경이 이루어졌다.

특히 큰 폭으로 변경된 2019년 자사고 평가계획은 2019년 12월 27일에 이르러서야 평가대상 자사고에 통지가 되었다.

그리고 서울교육청은 변경된 내용을 소급하여 적용한 후 처분 대상 자사고에게 자사고 지정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하였다.

해당 재판에서 쟁점은 2019년 변경된 평가기준을 2015년 3월부터의 자사고 평가에 소급 적용한 것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는 것인지였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취소 처분은 자사고가 가지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권리 및 기대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하면서 “종전의 평가기준을 신뢰한 학교법인들에 대하여 변경된 평가기준을 소급 적용함으로써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가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등의 사정이 없다”고 말했다. 국가의 교육제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 자사고 운영상의 사익은 보호되어야 하며, 갑자기 변경된 새로운 평가기준으로 소급 적용해 자사고 지위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과 관련하여 “공교육 정상화라는 대의적 명분 아래 자사고 평가기준을 새롭게 수정·보완했다 하더라도 수범자의 예측 가능성과 기대권을 침해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하는 행정처분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진보 교육감의 주요 공약인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공약 수행을 위해 무리하게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번 재판 결과를 두고 말이다.

그러나 아직 법정 다툼은 끝나지 않았다. 자사고 지정 취소소송에서 모두 패소한 서울교육청이 항소를 하는 등 끝까지 가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를 2025년 3월 1일 일괄하여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 데에 대한 헌법소원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행정소송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행정소송팀의 유욱 변호사, 김경목 변호사, 오정민 변호사가 맡았다. 이들은 행정소송의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행정소송을 승소로 이끌었다.

유욱 변호사(사법연수원 19기)는 법원행정처 통일사법 연구위원회 위원, 통일부 개성공단 법률자문단 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김경목 변호사(사법연수원 26기)는 헌법재판소 선임헌법연구관, 헌법재판연구원 연구교수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오정민 변호사(사법연수원 37기)는 국민권익위 정보공개심의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사진=법무법인 태평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