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것까지 기재합니까?" ...검사가 쓴 '참고사항'에 발끈한 변호사

검사들의 '편법' 공소장 두고 반복되는 '공소장 일본주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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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님, 검사제출 증거목록에 이의 있습니다”

A 변호사는 변호인으로 출석한 형사 공판기일 첫째 날부터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목록에 문제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증거목록이란 형사공판절차에서 검사가 법원에 제출할 예정인 증거의 목록을 기재한 서면을 말한다. 증거목록에는 증거방법, 참조사항, 증거의견, 증거결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증거목록은 검사의 공소장과 함께 형사재판의 시작과 함께 제출된다.

증거목록에는 말 그대로 제출한 증거의 목록만 나열돼 있으면 되는데, 검사는 '참고사항'이라며 증거에서 배제된 문서들까지 고스란히 상세히 써놓았다. 이런 식이면 법정에 나올 수 없는 자료들까지 고스란히 판사가 알게 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증거인부 절차(사건 당사자들이 제출을 신청한 자료를 증거로 받아들일 것인지 양측의 의견을 듣는 절차, 재판 당사자 양측이 동의하면 증거로 채택되고 한쪽이 반대하면 법관이 별도의 심리를 통해 증거채택 여부를 결정한다)를 무력화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변호인에게 반대의견을 제시할 기회도 없는 상태에서 검사의 주장만 나열된 '참고사항'인 만큼 A변호사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A변호사는 "검사의 증거목록과 그 요약설명이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법관이 재판 전에 예단을 가질 우려가 있는 서류나 기타 물건을 공소장에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형사법 대원칙을 말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형사사법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법관이 선입견 없이 법정에서 증거와 변론을 통해 엄격하고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하여 엄격한 절차와 조건을 규정해 두고 있는데 그중 핵심 요소가 되는 것이 바로 ‘공소장 일본(一本)주의’이다.

A 변호사는 검사 제출 증거목록이 △ 공소시효 도과 사건을 증거목록의 ‘참고사항’에 기재하여 관련없는 사안으로 검사가 법관의 예단을 형성하려 했다는 점 △ 증거목록을 제출하면서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이 없거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부동의로 증거능력이 상실될 증거의 내용을 증거목록의 ‘참고사항’에 기재하여 법관의 예단을 형성하려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A 변호사는 “통상 형사소송절차에서 증거심리과정은 검사의 증거신청, 피고인의 증거의견진술, 채택여부결정, 증거조사 순으로 이루어진다”면서 “그런데 이 사건에서처럼 증거조사를 통해 법관의 심증이 형성 되기도 전인 증거신청 단계 중에서도 초기단계인 증거목록제출에서 참고사항란을 이용하여 여사를 기재하는 것은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배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청은 “자세히 기재한 것은 맞지만 참고사항을 요약하는 것은 가능한 것 아니냐"면서 "경우에 따라 재판부에서 더 자세히 기재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응수했다. 하지만 그 사건의 재판부가 검사에게 '참고사항을 자세히 기재해 달라'고 요구했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다른 사건이나 사례에서 가능했던 것이니 이 사건에서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식인 셈이다. 법률가라기보다 눈속임하다 들킨 못된 상인의 머쓱한 변명처럼 들리는 대목. 하지만 검찰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한 것 아니다'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법조계의 견해는 조금 갈린다.

우리 형사소송법상 진술증거에 대해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부동의하면 증거능력이 없어지는 진술증거가 꽤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A 변호사의 지적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과 증거목록의 참고사항에 증거 내용을 요약 기재하였다고 하여 검사가 법관의 예단형성을 위해 공소장일본주의를 편법을 이용하여 잠탈하려는 행위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대체로 검사출신 변호사들의 견해가 후자 쪽인 경우가 많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사례가 법정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명확한 기준을 정한 판례가 나오거나 법률 혹은 시행령에서 명백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수사기관 등이 제출하는 진술증거의 증거능력 인정에 대한 법적 지위가 크게 변경되고 있는 가운데 공판중심주의와 공정한 형사재판절차를 위해 검사제출 증거목록의 형사법적 문제도 한번 살펴볼 일이다.

검찰[사진=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