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전문기자의 이슈 톺아보기] 끊이지 않는 채권추심원 퇴직금 소송

근로자성 인정...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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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2016년 6월~2017년 7월 신용정보회사 B의 한 지점에서 채권추심원으로 근무했다. 매일 실적과 채권관리 현황을 B사가 제공한 전산시스템에 입력했으며 B사가 제공한 사무실의 지정된 장소에서 근무했다. A씨는 퇴직하면서 “B사와 형식적으로 위임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질적인 업무 내용에 비춰 종속적 근로관계를 맺어왔다”며 퇴직금 50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반면, B사는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독립사업자로서 자신의 사업을 해온 것이므로 퇴직금을 줄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채권추심원들의 퇴직금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 관련 판결이 엇갈린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정 임금이 아닌 성과에 따른 수수료를 받은 채권추심원도 회사의 구체적 지휘·감독을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게 대법원의 원칙적 입장이다.

법원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독립해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이다.

하지만 사건별로 개별 요소들이 다르게 평가되고 소송 당사자의 입증이나 주장 정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다. 법정에 가면 채권추심원 퇴직금 소송을 진행하는 판사가 “이런 소송은 입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며 소송 당사자에게 입증을 촉구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퇴직금, 법정수당 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근로자성 여부는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의미가 크다.

그동안 기업들은 채권추심원과의 관계 재정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B사 관계자는 “현행법상 채권추심업무는 금융사에서 채권추심회사에 채권추심을 의뢰할 때만 할 수 있다. 금융사가 채권추심을 의뢰하는 채권액은 불규칙할 뿐만 아니라 변동 폭이 상당히 크다”며 “그래서 채권추심회사들은 상시근로자를 고용해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업계 입장을 설명했다.

기업에서는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을 참고해 탄력적 인력 운용을 위한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마련해 왔다. 개별 회사들은 채권추심원과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 방식으로 퇴직금 지급을 피해왔다. 구체적인 업무 수행 과정에서도 지휘·감독의 요소를 줄이고 최대한 자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고정 임금이 아닌 성과에 따른 수수료를 받더라도, 다른 곳에서 소득이 발생했더라도, 근로계약 아닌 위임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채권추심원이 회사의 구체적 지휘·감독을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게 대법원의 기본 입장이다.

한 채권추심원은 “채권추심원들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업계를 떠나면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퇴직금 500만원은 그냥 지급해도 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채권추심원과의 개인적인 법률관계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회사와 계약을 체결한 수많은 채권추심인들과의 법률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기업의 탄력적 인력 운영도 법원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