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안전배려의무 위반 손해배상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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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성 변호사. [사진=아주경제 DB]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사용자 측이 안전과 관련된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지 아니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판결입니다.

원고는 피고 회사에 고용돼 이 사건 공사현장 내 제조동 북쪽 외부계단 하부에서 용접작업 중이었습니다. 공동 피고 회사가 임차해 사용하던 크레인이 블록자재 받침용 철판을 외줄에 걸어 인양하다가 위 철판이 이탈해 떨어지면서 원고를 충격하는 사고를 당해 골절 등 상해를 입었습니다.

법원은 "근로자인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안전배려의무와 낙하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안전의무를 부담함에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해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과연 원고에게도 책임이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피고들은 원고 책임에 따라 과실상계를 주장했고, 원고는 피고들이 원고에게 대피하라는 내용을 전혀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고는 책임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법원은 이에 대해 "크레인으로 자재를 인양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원고로서는 수시로 주위를 확인하면서 가급적 크레인 작업 반경 안으로는 접근하지 않거나 그곳에서 벗어나는 등 낙하물에 의한 사고를 예방하고 스스로 안전을 도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그런데도 이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으므로 피고가 배상할 손해액 산정에 있어서 이를 참작해 피고들 책임을 75%로 제한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일반적인 손해배상 사건은 피해자가 관련 사고를 인지하는 경우 여러 제반 사정을 고려해 피해자 과실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피고 소속 안전담당 근로자들이 원고에게 변경된 작업 내용을 전달하지 않아 원고가 이를 전혀 인지할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음에도 과실을 인정하고 더구나 비율도 25%로 정한 것은 과도하다는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사업장 내에서는 산재뿐 아니라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사고가 여전히 높은 빈도로 발생하고, 그중에는 사망사고까지 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중대사고는 높은 노동능력 상실률이 적용되기 때문에 피해자는 다시 동일한 직업에 일하기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따라서 법원이 피해자 과실을 인정하는 데 있어서 사고 경위의 특수한 면을 면밀히 고려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