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전문기자의 이슈 톺아보기] ILO 3법 개정…병영법도 개정 추진

해고자도 노조임원…석·박사 사회복무 없어져 군대가야

노조임원 자격 제한 조항 폐기될 듯

4등급 이하 사회복무대체도 사라져

  • 프린트
  • 글씨작게
  • 글씨크게

서울 여의도동 국회 전경. [사진=아주경제 DB]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동의안 3건이 180석 거대 여당의 단독처리 강행으로 끝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해고자의 전 직장 노조 가입의 문이 열리면서 기업 경영 등의 활동에도 큰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군(軍) 제도 역시 적잖은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1919년 설립된 ILO는 190개 협약 중에서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 아동노동금지, 균등대우 등 인권적 차원에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노동 기준 8개를 뽑아 핵심 협약으로 규정하고 있다. ILO 회원국이라면 이 협약 모두를 비준하고 이행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현재 187개 회원국 가운데 146개국이 8개의 핵심 협약 전부를 비준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32개국도 8개 협약을 비준했다.

한국의 경우 1991년 ILO에 가입했으나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과 관련한 협약 비준을 미뤄왔다. 국내법과 정면충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퇴직 교원과 공무원 및 소방공무원 등도 노조를 결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이른바 'ILO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을 추진했다. 또 병역법 개정 절차도 추진하고 있다.

◆해고자 노조가입 허용··· 親경영 걷어찬 與

1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의 문턱을 넘은 ILO 핵심협약은 이른바 '노조할 권리'로 불린다. ILO 핵심협약에는 비자발적으로 제공한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제29호, 노사의 자발적 단체 설립 및 가입과 함께 대표자 선출을 보장하는 등 결사의 자유를 규정한 제87호, 사실상 군대와 경찰을 제외한 모든 노동자의 단결권 행사가 보호되고, 자율적인 단체교섭을 장려하며 노조 활동에 따른 불이익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국회가 비준을 동의함에 따라 일선 산업현장은 어떻게 바뀔까. 앞서 당·정은 ILO 3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기업별 노조의 임원 자격을 제한한 바 있다. 해당 기업에서 해고된 사람이 노조의 간부로 들어와 기업의 노사관계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조항은 ILO 핵심협약 효력이 발생하기 전까지 개정되지 않는다면 폐기될 전망이다. ILO 핵심협약 제87호 또는 제98호가 보장하고 있는 결사의 자유에 반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제협약 비준 절차가 완료되면 국제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되고, 그 결과 기존에 시행되고 있던 법이 국제협약과 충돌하게 되면 신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국제협약이 우선 적용된다.

이에 따라 해고자나 실업자가 기업 노조의 간부직을 맡을 수 있게 돼 노조의 활동력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이 외에도 사용자는 해당 기업의 해고자나 실업자가 하는 노조 활동을 방해할 수 없다. ILO 핵심협약 제87조, 제98조가 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자는 예전과 달리 ‘노조의 활동을 사용자의 경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로 제약’할 수 없음은 물론, 재직 중인 근로자가 아닌 사람의 사업장 출입을 막아설 수도 없다.

◆ILO 협약 따라 석·박사 대체 복무 없어진다

군(軍) 제도도 큰 폭으로 바뀔 전망이다. 현행법상 신체 등급 4등급 이하를 받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성인 남성의 경우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ILO 협약에 따라 사회복무요원 제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순수한 군사적 성격의 복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공익이란 명분으로 강제노동하게 하는 것은 모두 ILO 강제노동금지 협약(제29호)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각종 연구시설과 기업에서 복무하는 석·박사급 전문연구요원제도 및 기업에서 근무하는 산업기능요원제도와 같은 군 복무 대체 제도도 없어지고, 이들 모두 병역법에 따른 군 복무를 해야만 한다. ILO 핵심협약 제29호의 취지에 비춰볼 때 군 복무 대체 제도라는 이름으로 이들의 노동력을 값싸게 활용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현역에 자원입대하는 선택권을 주면 되기 때문에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으나, 이미 ILO가 이집트와 터키가 징집병 중 군대 필요 인원을 초과하는 인력을 공·사기업에 배치한 것을 두고 ‘핵심협약 제29호 위반’으로 판단한 전력이 있어 논란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ILO는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해 저렴한 비용으로 그(군복무대체요원)들로 하여금 제품을 개발하게 하고 만드는 것'을 두고 일관되게 "국제 무역상 강제노동에 의한 불공정 행위"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ILO에 3개 협약 비준서를 기탁할 예정이다. 협약은 기탁한 날로부터 1년 후 효력이 발휘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ILO 협약에 반하는 제도를 시행하거나 일선 사업장에서 협약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유엔 차원 제재는 물론 수출·수입 제한, 높은 이율의 관세 부과 등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무역 제재를 받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