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전문기자의 이슈 톺아보기] 또 충돌한 '정부 vs 의협' 2라운드…의료법 개정안이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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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2-23 07:39
수정 : 2021-02-2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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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의료인 보호 촉구 기자회견'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연일 충돌하고 있다. 지난해 공공의대 설립을 둘러싼 갈등에 이은 제2라운드다. 의협은 당·정의 의료법 개정안에 반발해 '백신 접종 참여 거부'를 포함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방역 등을 볼모로 삼아 겁박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갈등의 도화선이 된 '의료법 개정안'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고 형 집행 후 면허 재교부를 최대 5년간 금지하는 게 핵심이다. 관련 법은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면허 취소 사유는 정신질환자, 마약중독자, 금치산자(현행 피성년후견인제도), 면허 대여, 허위 진단서 작성 및 진료비 부당 청구 등 일부 범죄에만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의사가 살인 등 강력범죄 및 성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도 의사면허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만삭의 아내를 목 졸라 숨지게 한 의사 백모씨도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지만 백씨의 의사 면허는 그대로인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의료법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범죄의 종류와 상관없이 의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경우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가 지난 2007년 7월에 현재처럼 의사면허 취소 사유를 축소하는 내용으로 의료법이 개정됐다. 의료 규제를 폐지하거나 합리적으로 개선, 국민의 의료 이용 편의와 의료 서비스의 효율화를 도모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의사에 대한 느슨한 면허 규제는 다른 전문직에 비해서도 매우 이례적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변호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대학교수, 공무원, 세무사, 변리사 등 대부분 전문직의 경우 범죄 종류를 불문하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등록이 취소되거나 3~5년 동안 자격에 대한 제재가 가해진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살인과 강도와 같은 강력 범죄와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를 의료 현장에서 떠나보낼 목적이다. 2000년 7월 이전 의료법으로 돌아간 것이다.

다만 의사가 의료행위를 하다가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결과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는 의사면허 취소 사유에서 제외했다. 의료 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서다.

또 개정안은 부정한 방법으로 의과대학이나 의학전문대학원 등을 졸업하거나 국가고시에 합격한 경우, 면허를 취소하고 이후 재취득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의료법 개정안은) 면허강탈 법안”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이 법안은 의사 죽이기 보복 악법”이라고 반발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도 성명을 통해 “의사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인권이 있다”며 “죄를 지었다고 해도 법원의 판결에 따른 처벌 이상의 과도한 이중, 삼중의 처벌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에 따라 공공 의대 설립을 둘러싸고 충돌했던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갈등이 다시 깊어질 전망이다. 그간 의료계의 반대로 매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의료법 개정안이 이번엔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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