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부실시공에 징벌적 손배

양경숙 의원 주택법 개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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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새로 이사한 집에 지인을 초대해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 문을 쿵쾅쿵쾅 두드리며 큰 소리를 질렀다. 문을 열어 보니 아래층 부부였다. 층간소음이 심하다며 거칠게 항의를 했다. 말다툼은 몸싸움으로 번졌고 사건은 결국 경찰서, 법정까지 이어졌다. 아래층 부부는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A씨의 어린 자녀들을 만나면 무서운 표정으로 말을 걸기도 했다. 이사한지 1년도 안 됐지만 A씨 부부는 더 큰 불상사를 막기 위해 다시 이사를 갔다. 2016년 벌어진 사건은 아직도 재판 중이다.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과 원수가 되고 법정에 서는 일까지 일어난다. 최근에는 일부 연예인들의 층간소음이 문제가 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개그맨 이휘재가 층간소음 논란에 “부주의·실수한 것이 많다”며 아래층 주민에게 공개 사과한 데 이어 개그맨 안상태·이정수도 논란에 휩싸였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층간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여기저기서 들끓는 것 같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3만 6105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2만 3843건 보다 51% 늘었다.

현행법은 사업주체가 건설·공급하는 주택의 시설 배치,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구조내력 등 주택의 구조·설비기준을 정하고 있다. 게다가 바닥충격음 성능등급 인정기관으로부터 성능등급을 인정받은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법이 있어도 부실공사가 버젓이 이뤄진다는 데 있다. 감사원이 ‘아파트 충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에 따라 입주예정 아파트 191세대의 층간소음을 측정한 결과 114세대가 최소성능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부실시공을 막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불법시공사에 대한 영업정지·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및 감리자의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발의 배경에는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구조의 성능을 사용 검사 전 평가해 성능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을 사용한 사업주체를 제재할 필요가 있고, 고의적 불법 시공으로 입주자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바닥충격음 성능등급을 인정받은 제품 시공에 대한 확인을 감리자의 업무에 추가해 법률로 규정하고 감리자의 업무를 고의로 위반한 행위에 대해 벌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반영됐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층간 간격을 두껍게 짓기 때문에 아파트 충간소음 문제가 거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층간소음 방지를 위한 규정들이 이미 존재한다. 다만 지켜지지 않을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공동주택의 바닥충격음 저감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이번 개정안 발의가 어떤 논의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의 모습. 2021.01.11[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