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정인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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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의 아동학대사건이 사람들 기억에 아직도 생생한데 다시 정인이 사건이 일어났다. 2020. 6. 1. 천안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및 사망 사건에서는 여행용 캐리어에 7시간이난 갖힌 채 있었던 9살 어린아이가 결국 심정지 상태로 의식을 잃고,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이 끔찍한 사건에 이어서 생후 16개월 된 입양 아동을 학대하여 사망하는 정말 불행한 사건이 또 발생하고야 말았다.

지난해 1월 양부모에게 입양된 정인이는 같은해 10월 서울 양천구 소재 한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다. 당시 췌장이 절단되는 심각한 복부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신체 곳곳에는 뼈가 부러진 흔적도 있었다. 정인이의 학대에 관하여는 정말 일반적으로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학대에 대한 기사가 계속하여 전해진다.

국민들의 엄청 분노했고, 일명 ‘정인이 방지법’인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개정안이 반대표 없이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으면 ‘즉시 수사 또는 조사에 착수’해야 하고, 현장출동 공무원이 출입할 수 있는 범위를 학대신고 현장뿐만 아니라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장소’로까지 넓혔으며, 피해 아동·신고자와 학대가해자 ‘분리조치’도 강화했다. 피해아동응급조치기간 상한인 72시간에 토요일과 공휴일이 포함되면 ‘48시간 범위에서 연장’ 했고, 아동학대 범죄 관련 업무를 방해할 경우의 벌금형 상한도 15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올렸으며, 「민법」 개정안도 친권자가 아동의 보호나 교양을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법적으로 ‘자녀의 체벌을 금지’했다.

국회가 재빨리 움직인 건 다행이지만, 아동학대 관련 수많은 법안을 미루다 여론에 떠밀려 땜질 대응했다는 졸속심사와 부실 입법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법안을 만드는 것보다 법안이 잘 지켜지는 환경조성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가 계속하여 이어진다.

아동학대 방지와 처벌 규정이 없어 ‘정인이 사건’을 막지 못한 것이 아니다. 결국은 적극적으로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아동학대 사고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 2020년 8월 31일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9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4만1,389건으로 전년 대비 13.7% 증가하였으며, 아동학대로 판단된 건수도 3만45건이나 되었고, 통계에 잡힌 학대 사망 어린이만도 42명에 이르며, 재학대 발생 건수도 3,431건에 이른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가족이 집에 함께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동학대도 늘고 있다.

아동학대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관련 장치가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작년 말까지 3년간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학대 의심 사례로 분류된 아동은 17만4,078명에 이르렀으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개입이 이뤄진 경우는 고작 0.05%인 96명뿐이었다. 그뿐 아니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71개에서 81개로, ‘학대피해아동쉼터’도 76개에서 86개로 10개소 씩 증설한다지만 수용 가능한 인원은 겨우 600여 명에 불과하고,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총 664명 배치하고 전문성을 강화할 계획이지만 이 역시 실무 숙련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공공성과 실효성을 높이기는 어려우며, 아동·노인 학대·가정폭력의 예방 및 수사, 사후관리를 통한 재발방지, 피해자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2016년 4월 신설된 학대예방경찰관(APO, Anti-abuse Police Officer)도 정원 669명도 채우지 못하고 전문성도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친권은 강력한 권리이다. 이를 무턱대고 규제하고, 박탈하는 것은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아동학대에 대하여 아이들이 아동학대가 의심될 때, 절차에 따라서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현장에 있는 이들이 친권이나 그 뒤의 민원 등에 두렵지 않고, 당당하게 신념과 사명감을 가지고, 보람을 느끼며 아동을 보호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틀이 이제는 ‘제대로’필요하다.
 

[사진=송혜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