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추미애 독주 파동'에서 드러난 법치 난맥상과 리더십 파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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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올해 1월 취임 이후 독주를 거듭해왔다. 인사권, 검찰총장 수사 지휘권, 감찰권을 거침없이 행사해 왔다. 마침내 윤 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라는 우리 사법사상 초유의 일까지 내달렸다. 모든 게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우고서였다.

그러나 윤 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 사건을 계기로 추 장관 독주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무엇보다 법치주의의 핵심인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적법 절차는 권력자가 권력을 행사할 때 지켜야 할 절차를 말한다. 적법 절차를 만들어 놓은 이유는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막기 위해서다. 권력을 법에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휘두르면 반드시 무리와 오류가 따르기 마련이다. 어떤 권력자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전지전능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권력 행사 과정에서 권력자 한 사람의 자의적 판단이나 독선과 아집을 막아 상식에 맞는 합리적 행정을 펴기 위해 만든 장치가 적법 절차다. 그런데 추 장관은 그 적법 절차를 대놓고 무시했다. 그 결과가 어떤지를 지금 온 국민이 목격하고 있다.

적법절차는 자의적 권력 행사 막는 기본 장치

추 장관은 윤 총장 감찰을 앞두고 지난 11월 3일 법무부 감찰규정을 슬그머니 개정했다. 중요 사항을 감찰할 때 법무부 감찰위원회 자문을 ‘받아야 한다’를 ‘받을 수 있다’로 고쳤다. 감찰위 자문을 의무 사항에서 임의 사항으로 완화한 것이다. 행정절차법 제46조에는 '정책, 제도 및 계획을 변경'하는 경우 최소 20일 이상의 행정예고 절차와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 변경 내용에 최대한의 합리성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다. 긴급한 사유나 공공 복리 등 예외 사유가 있을 때만 이런 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돼 있다. 법무부 감찰규정 개정은 ‘정책, 제도 및 계획을 변경’하는 것에 해당한다. 감찰위 자문을 의무 사항에서 임의 사항으로 개정하는 것이 행정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당연히 행정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럼에도 행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정한 것이다.

만약 행정 절차를 거쳤더라면 감찰위 자문을 의무 사항에서 임의 사항으로 개정하는 것이 무산됐을 수도 있다. 감찰위원회를 둔 취지는 감찰 방법이나 절차가 적법한지, 그리고 감찰 결과에 따른 조치는 합리적인지를 심의하기 위해서다. 이런 취지를 살리려면 감찰위 자문을 선택이 아닌 의무 사항으로 해야 맞는다. 장관 마음에 따라 자문을 받아도 그만이고 안 받아도 그만이라면 굳이 감찰위원회 제도를 둘 필요가 없다.

추 장관의 적법 절차 무시는 그 뒤에도 계속됐다. 감찰위원회를 당초 윤 총장 징계위가 예정됐던 12월 2일 이후 열려고 한 것이다. 그러자 법무부 외부 인사들인 다수의 감찰위원들이 “징계위에 앞서 감찰위원회를 여는 게 원칙”이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징계위 하루 전인 1일로 변경했다. 법무부 감찰위원회규정 제2조는 감찰위원회 토의 사항으로 ‘중요 감찰·감사 사건의 조사방법·결과 및 그 조치에 관한 사항’을 들고 있다. 윤 총장 징계 문제는 딱 이 조항에 해당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징계위에 넘기려면 그 전에 감찰을 어떤 방법으로 했고 그 결과는 무엇이고 결과에 따라 무슨 조치를 취하려 하는지에 대해 징계위 개최 전에 감찰위 자문을 받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감찰위를 건너뛰고 바로 징계위로 가려 했다가 감찰위원들의 반발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추 장관은 감찰위원회 권고도 무시했다. 지난 1일 열린 감찰위원회는 윤 총장 징계 청구,직무 정지, 수사 의뢰가 모두 부적절하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당사자인 윤 총장에게 징계 사유를 알리지 않고,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등 절차의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추 장관은 감찰위원회 권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윤 총장 징계위 개최를 밀고나갔다. 감찰위원회 권고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감찰위원회 권고 내용이 누가 봐도 비합리적이라고 판단되지 않는 이상 권고 내용을 따르는 것이 적법 절차를 존중하는 자세다. 그러지 않고 감찰위원회가 뭐라고 하든 장관 하고 싶은대로 하려면 감찰위원회 제도를 둘 이유가 없다.

추 장관, 걸림돌 되는 절차는  대놓고 무시

추 장관은 11월 24일 윤 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를 발표하면서 그 사유의 하나로 ‘판사 사찰 문건’을 들었다. 그런데 이 문건을 만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그 다음날인 25일에 했다. 정상적이라면 압수수색을 먼저 해서 증거를 확보한 뒤 그에 따른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절차를 거꾸로 한 것이다. 결론부터 내려놓고 증거를 찾는 식이다. 이 역시 적법 절차 위반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 징계를 청구하면서 결재 라인에 있는 법무부 기조실장의 결재는 건너뛰었다. 기조실장은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건너뛰었던 모양이다. 윤 총장 감찰 과정도 적법 절차와는 거리가 멀었다. 조선일보 12월 1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날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 법무부 감찰관은 (부하인) 감찰담당관이 자신을 건너뛰고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진행했다고 진술했다. 감찰위원들이 그 이유를 캐묻자, 감찰담당관은 “법무부 장관께서 이 사안은 중대사안으로 보안이 필요하므로 감찰 착수 부분에 대해서만 장관과 감찰관에게 보고하라고 했다”며 “(감찰) 과정은 감찰담당관이 독립적으로 조사를 한 뒤 결과만 보고하라고 해 제가 조사를 한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추 장관이 감찰관을 건너뛰고 감찰관 부하인 감찰담당관을 시켜 윤 총장 감찰을 진행하도록 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일보 11월 30일자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 감찰관은 11월 초부터 윤 총장 등 감찰에 대해 부하인 감찰담당관으로부터 주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추 장관은 지난 11월 5일 정진웅 차장검사 독직폭행 기소 과정의 진상조사를 지시했는데 이때 감찰관이 추 장관 지시에 이견을 표시하자 그때부터 감찰관 건너뛰기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정진웅 차장검사는 채널A 기자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상에서 보듯 추 장관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자기 뜻을 관철하는 데 거추장스럽거나 장애가 되는 절차는 건너뛰었다. 법무부는 법치 행정의 모범을 보여야 할 부서다. 추 장관은 그런 법무부 행정을 자기 개인 소유 회사 다루듯 했다. 절대적 권한을 가진 기업 오너라도 이렇게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건너뛰지는 못할 것이다.

추 장관은 왜 그랬을까? 정권의 걸림돌인 윤 총장을 찍어내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그랬을 것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윤 총장을 찍어내려니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아무리 정권의 이익을 위해 앞장선다고 해도 누구나가 추 장관처럼 노골적으로 적법 절차를 무시하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 무슨 요인이 추 장관을 그렇게 행동하게 했을까? 추 장관의 개인적 품성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동안 추 장관이 국회에서나 자기 SNS를 통해 한 언행을 보면 추 장관은 ‘외곬’으로 ‘남한테 지고는 못 배기는’ 스타일로 여겨진다. 누가 뭐래도 자기 생각과 다른 말은 들은 척도 안 하는 성격이었다. 자기 잘못이 드러나도 인정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오히려 초점을 돌리며 상대방에 공격을 퍼부었다.

추 장관 아들의 휴가 연장 특혜 의혹 사건에서 보여준 언행이 대표적 사례다. 추 장관은 자기 보좌관에게 아들 문제로 연락한 적이 없다고 국회에서 27번이나 얘기했다. 추궁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왜 보좌관이 그런 사적인 일에 지시를 받고 하느냐”고 오히려 역정을 냈다. 얼마 뒤 서울동부지검이 추 장관이 보좌관과 아들 문제로 6번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사진을 공개했다. 이쯤되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한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보통 사람들의 처신일 것이다. 그러나 추 장관은 그러지 않았다. “지시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며 또다시 역공을 폈다.

장관  리더십 파탄 생생한 사례

외곬 스타일의 특징은 ‘내가 세상을 보는 대로만’ 행동할 뿐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에 대해선 무감각하거나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생각이나 인식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자기에게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건너뛰고, 자기 일의 추진에 장애가 되는 절차는 무시하는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게 되는 것이다.

공직자의 품성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리더십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잘못된 품성에서 올바른 리더십이 나올 수 없다. 추 장관 리더십의 파탄은 윤 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 이후 벌어진 사태가 여실히 보여준다. 법무부차관이 사표를 냈다. 차관은 장관을 바로 곁에서 보좌하는 사람이다. 그런 차관마저 추 장관에게 등을 돌렸다. 검찰의 제2인자인 대검차장도 추 장관에게 징계 청구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국 검사들이 일제히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는 부당하다’는 성명을 냈다. 추 장관을 따르는 검사는 법무부와 검찰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검찰뿐이 아니다. 전국 139개 법과대학 2000여명의 교수·강사가 소속된 대한법학교수회는 “추 장관의 처분은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훼손한 행위”라고 했다. 대한변협도 추 장관의 ‘재고’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친여권 성향인 참여연대는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할 정도로 급박하고 중대한 사유가 있었는지 납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징계절차와 별개로 직무집행 정지는 취소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추 장관은 꿈쩍않고 있다. 평소 하던 그대로다. 검찰을 조직 이기주의에 빠진 ‘검찰당’이라고 비난했다. 그 사이 대통령 지지도는 40% 아래로 떨어졌다. 윤 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를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38.8%,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은 56.3%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누구 잘못인지에 대해 ‘추미애 38%, 윤석열 18%’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추 장관은 정권을 지키기 위한 ‘돌격대’ 역할에 ‘외곬’ 품성이 더해져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였다. 그결과 숱한 무리와 오류를 저질렀고 장관으로서의 리더십 파탄까지 불러왔다. 다른 곳도 아니고  법을 다루는 법무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다.